금발 머리의 여학생과 흑인 남학생이 무대로 나와 두 스텝 정도만 춤을 추었으나 관객들은 이제 우리를 완전히 잊어버린채 새로운 한 쌍만 바라보았다. 모두들 부러워하는 비단옷에 둘러싸인 투명하고 부러질 것 같은 에텔비나와 연보라색 연미복 안에 생명력이 넘치는 대담하고 강한 시릴로. 그들은 마치 노예가 파티에 초대된 가장 아름다운 귀부인과 미뉴에트를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관객들은 역사적 맥락을 거스르는 그들의 춤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춤은 하나의 춤에 그칠 수도 있지만 그 사이 역사를 통해 존재해 왔던 인종 차별과 사회적 차별이란 관습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평등했다. 세 번째 줄에 앉아 있던 한 아버지가 '브라보!'를 외쳤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