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7권 - 가자 서촉으로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2년 3월
구판절판


유비가 비로소 깊은 속을 드러내 보였다.
'지금 물하고 불 사이처럼 나와 맞서고 있는 것은 조조요. 조조는 성급한데 나는 너그럽고, 조조는 거친 힘으로 다스리는 데 나는 어짊을 으뜸으로 삼으며, 조조는 속임수를 잘 쓰지만 나는 충직함으로 그를 갈음하고 있소이다. 모든 것이 조조와 생판 다르기 때문에 지금 이만큼이라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이오. 만약 이번 일이 작은 이로움을 얻고자 큰 의로움을 져버리는 것이 되면 나는 결코 할수가 업소.'
어디까지 책략이고 어디까지가 덕성인지 분간이 안 될만큼 그 둘이 묘하게 뒤섞인 말이었다. 더구나 서천은 유비가 둘러싼 집단에게는 반드시 차지해야 할 땅이라 결국 일은 그쪽으로 밀려나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유비의 반대에는 종친의 땅을 힘으로 빼앗았다는 세상의 비난을 아랫사람에게 전가시키려는 의도까지 숨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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