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구) 문지 스펙트럼 9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구판절판


그는 노란 손가방을 들고 호텔 계단을 급히 올라오고 있었어요. 날 흘끗 훑어 보고 그냥 지나쳤는데 몇 계단 더 올라가더니 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몸을 돌리는 거예요. 우린 분명 눈길을 마주쳤었죠. 그 남잔 미소를 짓진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표정이 어두워진 것처럼 보였는데, 내 표정도 분명 비슷했을 거예요. 내 마음이 그렇게 흔들린 건 생전 처음이었으니까. 난 꿈속을 헤매며 온종일 해변에 누워 있었지요. 그 남자가 날 불러 준다면, 그 당시 내 생각으로 확실했어요. 난 뿌리칠 수 없었을 거예요. 모든 걸 다 각오하고 있었죠. 당신, 아이, 나의 미래, 모두 내던질 생각이었으니까요.
(중략)
해질 무렵 우린 발코니에 앉아 있었는데, 당신과 내가 말예요. 바로 그때 그 남자가 저 아래 해변을 걸어오잖아요, 고개를 들어 위에 있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하지만 난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때 난 당신 이마를 쓰다듬으며 머리에 키스를 했지요.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사랑, 여기엔 정말 가슴 아린 동점심이 함께하고 있었어요.-.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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