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안도현 지음 / 이레 / 2002년 1월
절판


누구나 한번쯤 구두를 사서 구두한테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구두가 버릇없이 새 주인의 발뒤꿈치를 함부로 물어뜯던 기억말이다. 그러면 물집이 생겨도 아픈 기색없이 신고 다녀야 한다. 물집이 터져 아문 뒤에 굳은 살이 받일 때까지는 참아야 한다. 새 구두를 신었을 때, 사람들은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스스로 구두를 길들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안하게 그것은 착가일 뿐이다. 가만히 따져보다. 사람이 구두를 길들이는 게 아니다. 구두가 사람을, 사람의 발을 길들이는 것이다.-.쪽

철길은 왜 하나가 아니고 둘인가? 길은 혼자서 떠나는 게 아니라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서로 한번도 만나지 않고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등을 돌린 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둥근 거리 말이다.-.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