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불길해보이는 책표와 소름끼치는 제목만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는데,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인지라 안 읽을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그런 설레이는 마음과는 반대로 책을 처음 접하는 순간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방황했습니다.

종교서적을 읽는듯한 난해함에 초반부터 무척 어렵군... 처음부터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며, 거짓말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종교서적을 보면서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을까?하는 의문마져 들더군요.

한 기자가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를 인터뷰하면서 그 과정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사실 초반에는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다루는 종교서적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어느정도 이야기가 정돈되면서부터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기 쉬워졌습니다.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는 자신이 엄청난 살상무기를 만들었다고 인식을 하지 못합니다. 그는 순수한 과학적인 열의로 아니 순전히 그의 호기심과 흥미로 원자폭탄을 만든것이지요. 바로 Cat's Cradle(고양이 요람)이라는 실뜨기놀이처럼 심심풀이로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냅니다.

악의적인 목적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위험한 인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악을 모르는 아이가 잡은 파리의 날개를 뜯어내며 노는 것처럼 더 잔인한 법입니다.

해병대 장군이 진흙을 없애달라는 부탁 때문에, 순수한 과학적인 열의로 '아이스 나인'이라는 엄청난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아이스 나인'에 전염된 모든 물질은 급속도록 냉각되고, 그것과 연결된 모든것도 함께 냉각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과학자의 자녀들의 실수로 지구는 빙하시대를 맞게 되지요.

사실 세 자녀들이 만들어낸 실수는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고, 위안을 받고 싶었던 그들을 그래서 나무랄수는 없더군요. 덕분에 인간은 종말을 맞게 되지만...

지구의 종말이 시작된 곳이 바로 냉소적이고 장난스러운 '보코논교'라는 종교를 만들어낸 섬입니다. 그리고 기자는 그 종교와 함께 자신이 겪은 믿을수 없는 이야기에 대해 마지막으로 전하게 될 인물입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냉소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전쟁시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인간세계가 얼마나 추악한지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을테고, 그 기억을 씻어내기엔 여전히 세상은 추악하니... 어쩔수 없는것일까요?

암튼, '아이스 나인'이라는 소재가 무척 신선했어요. 손톱만한 알약이 지구전체를 종말로 몰아넣는다는 생각자체가 무척 섬찟하지만, 왠지 인간은.. 그런 물건들을 정말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만들어내고, 사용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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