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속
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언뜻 책겉표지만을 보았을 때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옷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인가봐요. 그래서 좀 공허한 느낌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던, 에티엔 부부를 표현한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주인공이 어린아이이고 그 아이가 어른들을 감화시키는 내용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루시앵이라는 주인공은 갑판장카페를 운영하는  어엿히 큰 건장한 중년으로 어떤 약속인지는 밝혀지지 않은채 그의 친구들에게 '약속의 잔'이라고 불르는 술을 채워줍니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첫 책이었던, '말더듬이 자크'처럼 처음부터 모든것을 확실히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자주 혼돈스러웠고, 뒷페이지를 먼저 읽고 싶은 충동마저 생기더군요.

유령같은 존재인 에티엔 부부를 돌보는 루시앵과 그의 친구들은 서서히 그들 부부를 돌보는데 지쳐가고, 이제 그들의 약속을 깨야할 시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루시앵과 친구들은 에티엔 부부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루시앵이 가지고 있는 비밀의 베일을 벗기게 되지요.

어린시절, 에티엔은 루시앵과 그의 친구들에게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줍니다. 게다가 에티엔은 그들이 더이상 어른이 되지 못하고 사회에 부적응해 멸시받고 손가락질 당해도 끝까지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고 그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하지요. 그래서 에티엔부부는 그들 마음속에서 끝까지 함께 하게 되지요.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아있다는것은 참 멋진 일인것 같아요.

모든것이 그냥 루시엥의 상상으로 끝나버리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미스터리한 사건은 어쩜 정말 에티엔 부부가 루시엥의 상상속에서만 살고 있었던것이 아닌 실제 에티엔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사실이 되어 루시엥과 함께 존재하고 있었던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루시앵은 형과의 약속대로 그들부부와 부부님의 영혼 그리고 자신의 영혼마져 자유롭게 풀어주는길을 선택합니다.

결점투성이인 사람들이었지만 친구로써 동생으로써 서로 감싸앉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에티엔 부부처럼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또 그사랑을 이웃에게 베풀줄 아는 마음을 배우면서 저 또한 그들부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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