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톤의 밀론은 격투사였어. 고대 그리스를 통틀어 가장 힘센 격투사였지. 그는 군인이기도 했어. 고대 그리스를 통틀어 가장 용감한 군인이었지. 크로톤 시가 포위당했을 때 사자 가죽을 걸치고 쇠몽둥이르 휘두르며 침략자들을 물리쳤을 정도니까. 어느 날 숲 속을 지나던 밀론은 틈새가 벌어져 있는 떡갈나무 둥치를 발견했어. 너무 늙어서인지 벼락을 맞아서인지 얼었다 녹아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밀론은 제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졌어. 맨손으로 나무를 두 동강 내리라 마음먹은 거야. 이윽고 그는 떡갈나무의 벌어진 틈새로 두 손을 집어넣고 힘을 쓰기 시작했지. 하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봤는데도 나무는 쪼개질 듯 쪼개질 듯 하면서 기어코 쪼개지지 않았어. 얼마나 안간힘을 썼을까, 별안간 나무의 틈새가 굳게 다물려버리고 말았어. 밀론이 미처 두 손을 빼낼 짬도 없이. 그렇게 그는 나무에 두 손이 박힌 채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 어둠이 내리자 늑대들이 그의 주위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는 여전히 꼼짝도 할 수 없었지. 순식간에 그를 에워싼 늑대들은 덤벼들어 그를 갈가리 찍어발기고 말았어. -66쪽
포베트는 제목을 되뇌며 책 중간을 펼쳤다. 그녀는 그렇게 책장을 아무데나 펼쳐 읽는 걸 좋아했다. 아직 자기 차례는 멀었다고 생각하며 빈둥거리고 있던 문장들, 다른 문장들의 그늘에 둘러싸인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문장들을 기습하는 걸 좋아했다.-111쪽
죽음을 향해 걸으며 그는 한 걸음씩 죽어간다 친구들의, 아들의,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그리는 것과 바라는 것 속에서 땅속에 파묻어야 하는 몸뚱이는 제쳐두고 망각이 대체 무엇인가, 죽음이 아니라면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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