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룰릭 마음이 자라는 나무 2
우리 오를레브 지음, 황세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1월
절판


"스룰릭,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 넌 살아 남아야 한다. 살아 남아야만 해! 네게 가톨릭 신자처럼 행동하는 법과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줄 만한 사람을 찾아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 수 있을 만한 농가를 찾아. 단,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가거라. 그들이 더 기꺼이 도와 줄 거야.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강에서 헤엄을 쳐선 안 돼."
"마지막 건 저도 알고 있어요."
트럭 위의 군인이 감자밭에 있는 군인에게 뭐라고 소리쳤다. 감자밭의 군인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독일 군인들이 개를 데리고 널 뒤쫓거든 물이나 늪을 찾아 건너거라. 그러면 개들이 냄새를 잃고 당황할 거야.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말이다, 스룰릭."
아빠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빠르게 말했다.
"네 이름을 잊어버려라. 네 기억 속에서 지워 버려."
"저한텐 이미 폴란드 식 이름이 있어요. 유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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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유렉, 너를 돌보아 주시기를."
"당연히 그러실 거예요. 예수님도 유대 인이셨는걸요."
빅토르가 말했다. 그러자 브루벨 아저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마차 밑으로 내던졌다.
"이런 우라질 놈 같으니!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게냐? 넌 분명히 지옥에 떨어질 게다!"
브루벨 아저씨가 성이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빅토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럼 거기서 만나자구요, 아빠."
"그만들 둬요. 이 아이에게 작별 인사나 하세요. 그저 가엾은 아이일 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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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해 성사를 하고 나면, 다시 순결한 존재로 돌아가게 되는 거야. 단, 전부 다 고백을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영혼이 더럽혀진 채로 남게 되거든. 그러면 그 누구도 너희들을 도와 줄 수 없단다."
유렉에게는 도저히 고백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유대 인이라는 게 죄일까? 그것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걸까? 유렉은 매일 밤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목에 걸고 다니는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 메달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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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전 유대 인이 아니란 말이에요."
"넌 유대 인이 분명해. 게다가 영리하기까지 한 것 같구나. 전쟁이 네게 핏줄을 숨기라고 가르친 거겠지. 그래서 아직도 부인을 하는 거고. 하지만 결국에는 너도 네 뿌리로 돌아가게 될 거야. 난 너를 맡아서 키울 준비가 되어 있어. 내가 네 가족이 되어 주마."
"저는 이미 가족이 있어요. 학교에도 가기 싫구요. 전 여기서 살 거예요."
잠시 후, 그 남자는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택시가 멀어져 갔다. 아이들이 맨발로 택시의 뒤를 따라가며 손을 흔들었다. 택시가 사라지자, 코발스키 아저씨가 말했다.
"큰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우린 널 돈 때문에 팔아 치우는 일 따윈 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은 저를 유대 인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 쓰지 마라. 예수님도 날 때부터 유대 인이셨는걸. 게다가 넌 세례도 받았잖아."
코발스키 아줌마가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너도 마음의 준비는 해 둬야 할 게다. 이제부터는 유대 인들이 널 데려가려고 애쓸 거야."
"그럴 테면 그러라죠. 그렇지만 아무도 저를 데려가지는 못할 거예요."
그 날 밤, 유렉은 취침 기도를 할 수가 없었다.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배반하는 것과 아빠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 중에서 어떤 게 더 큰 죄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유대 인들이 두어 명 더 찾아왔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학교와 새 옷, 그리고 체육 수업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 것들이 유렉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유렉은 점점 더 겁이 날 뿐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유렉에게는 마치 고문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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