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예전에는 책을 구입하면 2000원 마일리지와 할인 쿠폰 그리고 굿즈로 5만원 이상 맞춰 담곤 했었는데, 이제는 심플하게 책 한권을 구입하는 자제력을 장착했습니다. 최대한 책을 쌓지 않고, 바로 읽고 싶은 책 위주로 필요한 책만 구입하기로 노력중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처음 구매한 책이 시집이라는것이 왠지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시집을 사다니... 아직은 시인도 시도 잘 몰라서, 그동안 선물 받았던 문학동네시인선에서 왠지 겨울과 어울릴것 같은 제목에 골라보았어요.
겨울’이라는 이미지. 저는 한국의 겨울이 좋았던 것은 매섭게 추워도 쨍한 햇볕이 춥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규리님의 겨울은 외롭고, 춥고, 슬펐던것 같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분위기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에 평범하게 사용하는 언어조차 시인의 손을 거치면 특별한 언어가 된다는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시집 한권을 소리내 읽기도 하고, 여러번 읽어보기도 하는데 어쩔땐 이해가 되지 않는 시도 있지만 그냥 그 자체도 점점 좋아지는것이 그래서 가끔 시집을 읽는건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다 이런곳에 왔기에
겁이 난거야. 또 다시
세상으로 내던져지면 어쩌나.
어떻게 하나.” - p16
“난 말이지. 새끼를 낳을때
‘엄마인 나’도 같이 낳았어.
새끼를 키우면서 ‘엄마인 나’도 키우고 있지.
그게 보통 일이 아니어서, 새끼가 사랑스러운지 어쩐지 돌아볼 틈이 없어.
‘엄마인 나’를 낳고서 처음 맞은 겨울.” p42~p45
반려동물과 함께하다보면 그 작고 여린 아이들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됩니다. 토토를 통해 반려동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은비를 통해 강아지마다 얼마나 다른 성격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았으며, 카푸를 통해 상처받은 아이가 마음을 여는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오래걸릴수 있다는것을 그래서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는것을 알았어요. 반려동물들이 반려인에 대해서 불평을 털어놓을때... 그럴수도 있겠다...생각했지만, 실상은 자신들도 마음을 추스리고 싶어서 마음에 없는 말들을 내뱉은거였어요. 긴 글보다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애잔한 마음이 책을 덮었을때 묵직해지네요.
살짝 병맛스러운 SF코믹 판타지인데, 몇년전 14권까지 읽고 잊고 지내다, 16권으로 완결된걸 알고 나머지 두권을 마져 읽어요.읽다보니 14권까지가 가장 클라이맥스여서 그렇게 엔딩이어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해서 그 뒷편들을 읽지 않았던거네요. (완결 기다리기도 귀찮고...) 하지만 나머지 2권을 읽으니 이런식 결말이 더 깔끔하겠다 생각했습니다. 한 소년의 풀파워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수도 있었지만, 착하고 바른 주인공의 선택이 결국 마지막에는 선한 영향력으로 자신에게 돌아온것이 감동적이었던것 같아요. 진지함 속에 엉뚱한 개그코드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마음훈훈하고 감동적이어서 완결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요리에 별 취미가 없으세요. 그래서인지 추억의 맛에 엄마의 맛은 없지만, 다행이도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음식들이 기억납니다. 단순해 보이는 된장찌개도 엄마보다 할머니께서 끓여 주실때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할머니의 요리책’속에 소개된 요리들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박하지만, 친숙한 요리들이예요. 지금은 말려진 무말랭이를 이용하지만, 어릴적 실에 무를 꿰던 기억도 새록 새록하고, 할머니와 함께 빗던 만두도 먹고 싶어집니다. 일반 요리책들과 달리 완성된 음식사진은 없지만, 할머니의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간단한 음식설명과 잘 정리되서 한눈에 보이는 손녀의 그림 레서피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폴폴 넘쳐서 더 정감이 갑니다
요리책은 즐겨 읽는 편인데, 특히 레시피만 있는 요리책이 아닌, 음식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책이 더 좋아요. 거기에 레시피도 있으면 더 좋구요.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먹는줄 알았던 거북손이 갈리시아에서 귀한 식재료라는것이 신선했어요. 게다가 화이트 와인이 곁들여지니 길거리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는것이, 나중에 다슬기랑 화이트 와인 조합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번쯤 따라하고 싶은 ‘볶음빵’음식은 언뜻 볶음밥인줄 알았는데, 빵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거란 예감이 듭니다.음식에 관한 책의 단점은 자꾸 그 음식들이 먹고 싶다는거죠.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낮에 샹그리아 한잔하며, 하몽와 만체고 치즈 먹고 싶어요.
다카라지마사 편집부 지음, 오연정 옮김 / 이콘 / 2019년 3월
일률적인 네타들만 보다가 스시 전문책을 보면 특별한 어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선호는 생선류보다 해산물이 좋고, 생선 중에는 등푸른생선을 더 좋아해서 좋아하는 위주로 찍어보았네요. 초밥 사진들이 큼직하고, 제철시기나 특징등을 자세한 설명해서 좋았는데, 약간 아쉽다면 초밥에 올리기 전의 재료의 실물 사진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다가 제가 알고 있는게 맞는지 궁금해서 검색해서 실물 사진 찾아보았네요. 덕분에 불똥꼴뚜기의 푸른 발광모습을 찾아보게 되었지만... 재미있게 읽긴했지만, 소장하기엔 조금 아쉬워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은 재료 손질법이 아닌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스시를 위한 책이랍니다.)
Doherty, Ben (RTL) / Candlewick Pr / 2009년 8월
어릴 적 듣고 읽었던 고전 동화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영어책이기 때문만 아니라 매력적인 그림때문이었습니다. 그림작가인 Jane Ray의 그림은 그 동안 고전 동화속 공주와 왕자 혹은 주인공이 백인이었던 것에 비해 다양한 인종을 주인공으로 그렸다는것이 매력적이었어요. Jane Ray의 다른 그림책들도 읽어보고 싶네요.
10년전쯤 구입했는데, 그 당시에는 시리즈인줄 모르고 한권을 구입했다가 시리즈인걸 알고 완결될때까지 기다리다 어영부영 지금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뭐 대부분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어책들이 10년전부터 구입해서 지금 야금야금 읽고 있는 중입니다. 5권이 완결인지는 끝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 우선 1권은 재미있게 읽었어요. 화자가 이야기에 개입하거나, 자꾸 책 읽지 않는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레모니켓의 책을 떠오르게 하고, 단서를 통해 게임을 하듯 진행하는 방식은 39클루즈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원래 제가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해서인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챕터마다 삽화가 있는것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영어책 읽으면서 삽화 한장도 없을때는 왠지 서운해요. 오디오북과 함께 읽었어요. 오디오북의 장점은 발음 확인과 가끔 눈으로 읽지 않고 들으면서 스토리를 진행할수 있어 완독이 빨라서 좋아요. 오디오북은 대략 7시간 분량입니다
영어책을 읽다보면, 특히 시리즈들은 책표지가 너무 이뻐서 모으는 재미가 있어요. 책표지가 마음에 들면, 책 정보를 살펴보며 제가 좋아하는 장르(판타지, SF, 로맨스, 호러)에 해당하면 구입한답니다. 이 책 시리즈도 표지가 마음에 들었고, 청소년 어드벤쳐 미스터리 판타지라 궁금했었어요. 그 궁금증은 구입하고 10년만에 풀게 되었지만... 1편을 읽어서 2편은 읽기 수월했고, 특히 2편의 오디오북은 여러 나래이터들이 라디오 드라마처럼 읽어주어서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책은 작가가 이야기에 개입하는 스타일인데, 오디오북은 나래이터가 이야기에 개입해서 오디오북만 따로 들어도 재미있어요. 한편 한편 읽을때마다 비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점점 흥미가 생깁니다. 서커스와 마술이 바탕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뭔가 환상특급같은 느낌도 들고, 애잔한 향수도 느껴지는것이 끝까지 재미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