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와인(Ice wine)은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편이다. 원조는 독일이지만 나이아가라폭포를 구경했던 사람들이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 맛을 보고, 달콤하고 오묘한 향에 반해 국내에서도 많이 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체로 이렇게 달콤한 맛을 내는 것을 ‘디저트 와인’이라고 하는데, 식사가 끝난 다음에 마시기 때문에 이런 단어가 붙는다. 앞으로 소개할 포트(Port)·토카이(Tokaji) 등이 바로 이런 와인에 속한다. 우리나라 주당들은 달콤한 술을 싫어하지만, 서양사람들은 이 달콤한 와인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가면서 대단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이 디저트 와인 중에서 독일의 아이스 와인, 독일어로 아이스바인(Eiswein)은 포도를 한겨울까지 포도나무에 매달아 놓은 채 얼려서 수확해 만드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와인 생산국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는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해 만든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12월이나 1월에 수확하는데, 겨울에 서리와 눈을 맞고 영하 7℃ 이하의 기온에서 수확하는 것이 규정이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새벽에 온 동네에 비상을 걸어 새벽잠을 깨고 눈을 비비면서 꽁꽁 언 포도를 수확한다.

이 포도가 녹기 전에 얼어 있는 상태에서 압착한다. 그래야 얼음이 녹아서 생기는 물이 과즙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얻은 과즙의 당도는 엄청나게 높다. 발효가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아 완성된 와인에 단맛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운 지방이라 포도의 신맛이 살아 있고, 오래 매달아 놓은 덕분에 묘한 향이 더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더욱 깊은 향과 맛을 가진다.

이 아이스 와인 생산은 위험이 따르는 사업이다. 늦게 수확한다는 것은 수확량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위험요소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늦가을 새들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망을 쳐 새들의 침범을 방지해야 한다. 포도가 말라비틀어질 수도 있으며, 많은 양이 땅으로 떨어지거나 썩을 수도 있다.

또 포도가 얼 정도로 날씨가 추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아이스 와인 만들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인공적으로 포도를 얼려서 아이스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생겼다. 최근에 독일·오스트리아·캐나다의 와인 법률은 인공적으로 얼려서 만든 와인에는 아이스 와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정했다.

이 규정을 가장 환영하는 곳이 캐나다. 이 나라는 추위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아이스바인을 만들 수 있는 날씨가 쉽게 찾아오지 않아 10년에 3∼4번 정도로 그 횟수가 줄고 있다.

아이스바인의 고향인 독일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서리가 내려 아이스바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은 1794년부터 등장한다. 가장 향이 좋은 ‘리슬링’이라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향기 가득한 와인이 나온다.

산도가 높아서 독일의 아이스바인은 다른 것보다 더 오래 숙성시킬 수 있다. 이웃 나라 오스트리아도 아이스바인으로 유명하지만, 1985년 와인에 점도를 더해주고자 부동액 성분을 첨가해 큰 사건이 된 ‘와인 스캔들’ 때문에 아직도 명예회복이 안 된 상태다.

최근 새로운 아이스 와인 생산지로 주목받는 곳은 캐나다인데, 캐나다는 해마다 아이스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은 힐러브랜드와 현재 캐나다 최대의 아이스 와인 생산자인 이니스킬린 등이 83년부터 생산했다. 캐나다 아이스 와인은 91년 세계와인전시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그윽한 향을 풍기는 아이스 와인은 여러 가지 와인과 음식을 맛본 다음에 한잔 따라서 그 농익은 향을 음미해 보면 또 다른 와인 맛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