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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밭 ㅣ (구) 문지 스펙트럼 6
모옌 지음, 심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유명한 영화의 원작이다보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예요. 솔직히 처음에는 영화가 인기가 있어서 영화 후에 나온 책인줄 알았는데, 원래 소설이 먼저인 작품이었네요.
저는 영화는 안보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동안 붉은 수수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강한 색채를 띄어서 제 머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어서 말입니다. 붉은 수수밭만큼이나 붉은 피로 얽룩진 시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대조를 이루더군요.
이 소설의 화자인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들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지만 그 당시엔 아직 30정도 밖에 되지 않은 나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점이 이 이야기를 더 묘하게 만들더군요.
중국과 일본의 적대적인 관계를 보면서, 그 시대상이 우리와 비슷했기에 더 감정 몰입이 잘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이야기지만 전쟁은 무척 잔혹하더군요. 특히나 루어한 아저씨와 노새 그리고 죽음은 차마 읽는동안 그 잔혹함에 눈을 감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는 과거속에 진행되지만, 그속에 더 먼 과거의 이야기와 미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지금 자신과 비슷한 또래였던 아버지가 마치 자신인양 이야기속으로 깊게 동화 될수 있었습니다. 비록 사건은 단 하루의 날을 기록한거지만, 그 하루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그 사건들을 보면서 역사는 정말 하루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의 영웅이었던 위사령관은 정말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살아있었지만, 그의 삶은 왠지 영웅의 비참한 말년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꼈던 루어한 아저씨나 할머니가 더 사람들 기억속에 진정한 영웅으로 남는 것을 보면서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죽은 사람들은 산 사람의 기억속에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덧붙여져 신화나 전설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더군요.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상세한 풍경의 묘사와 강렬한 색채는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영화는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어쨌든 영화제에서 상도 받은 영화이니깐 실망스럽지 않을거라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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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책 표지가 너무 촌스럽네요. 영화의 명성이 아니었던 그냥 지나쳤을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