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

말더듬이 자크
소르주 샬랑동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7년 2월

화려하고 밝은듯한 노랑색 바탕에 음침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이 대비가 되면서, 저에게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마치 어릴적 읽었던 ‘홍당무’를 떠오르게 했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홍당무’가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만큼 어른에게 받는 상처, 특히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는 상처가 아이에게 얼마나 마음속에 큰 흉터로 남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로 말더듬이 되고, 자신의 말더듬이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 받게 되는 자크는 더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악순환 속에 학교뿐만아니라 집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입니다.

자크의 이상한 행동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무조건 매를 드는 아버지와 자크가 싫어하는 따뜻한 우유를 매번 주는 어머니 그것도 매번 자크가 버리는 것도 모르는 무심한 어머니를 보면서 자크가 무척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자크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그 친구에게 위로를 받으며 생활하지요.

말더듬이에,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혼자 떠들고, 한 순간을 모면하려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내가 만난다면 과연 나는 마뉘 선생님처럼 그 아이를 이해할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자신이 없더군요. 아직 자신의 삶을 혼자서 해결하기에 자크는 무척 어린 아이입니다.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로 하는 아이인데, 어른들조차도 자신의 일 때문에 그런 아이들을 종종 외면해 버리게 됩니다. 아니,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지조차 모르고 지내는 어른들도 많을거예요.

솔직히 자크의 일기장을 훔쳐보면서 굉장히 흥미로워서 빨리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크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서 과연 내가 300여페이지나 되는 책을 다 읽을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내가 자크를 문제아로 취급하고 그냥 포기해보려는 또 다른 무심한 어른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쩜 한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조그만한 관심에 아이에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고 그냥 포기해 버리면서, 자신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하는 어른처럼 말이지요.

책의 끝은 일반적으로 어린이 동화처럼 자크가 말더듬이를 고치고 부모는 자크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젠 자크는 자신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희망을 품을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어졌습니다. 정말 자크처럼 어른 또는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상처를 받아 자신의 세계속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세계밖으로 깨어나올수 있게 도와준 마뉘선생님 같은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어른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