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되는 법
진산 지음 / 부키 / 2002년 6월
절판


'성격이 나쁘다' '성격이 더럽다'는 말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 잘하고 사소한 일에 시비 잘 걸고 핑계 잘 대는 성격을 더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성격이 더럽다'는 것은 욕이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성격이 더럽다는 말은 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고집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고 싫은 일을 거부하면서 살아왔다는 뜻으로 통한다.
좋은 마님, 좋은 삼돌이가 되기 위해서는 적당히 성격 더러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혁명가는 진창에 들어가기를 꺼려서도, 손에 피 묻히기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쪽

각진 삼돌이가 좋은 삼돌이다.

이 원칙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에게 뭐라도 줄 것 같은 남자, 항상 웃는 남자, 심한 소리 못하는 남자가 좋은 삼돌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자고로 효자 남편 두면 시집살이가 고달프다고 했다. 남들 보기에 성깔 있어 보이는 사람이 가정에서는 오히려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잘 못해주는 사람이다. 좋은 남자 콤플렉스란 좋은 여자 콤플렉스 이상으로 괴로운 것이다. 차라리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좋은 남자다.
물론 '각진' 것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다. 무조건 심술만 많이 부린다거나, 달뜨는 밤이면 왠지 식칼 들고 빨간 속옷 입은 여자 뒤를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각이 졌으되 몹쓸 각이 진 것이다. 이런 재료는 조용히 폐기처분하는 게 낫다.
한 마디로, 칭찬만 듣는 게 버릇이 되었다거나, 욕먹는 것을 두려워한다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유야무야 넘어간다거나, 엘리트로 자라 정해진 행로를 벗어나는 것을 꺼리는 타입의 재료는 좋은 삼돌이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쪽

낯선 가족이란, 낯선 타인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존재다.
낯선 가족과의 서먹함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내 성격과 실정을 고려한 끝에 그냥 정직하기로 결심했다. 100점짜리 며느리의 가면을 쓰기란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어느 정도 속일 수 있다고 해도, 가면을 쓸 때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삼돌이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 가지 않을 가면 대신 오래 갈지도 모를 정직의 다리를 택했다.
시댁 분들은 내가 얼마나 덜렁대는지, 꼼꼼하지 못한지, 무신경한지를 잘 알고, 어떤 부분은 포기하고 어떤 부분은 섭섭해 할 것이다. 오래오래 살아도 여전히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가족일 테지만, 살다보면 포기하고 수긍하고 서로 받아들이는 부분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스러운 것 중에 타협을 보게 되는 것도 생기리라.
낯선 가족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과 정직 그 이상의 약은 없는 것 같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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