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아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단위 면적 당 교회가 제일 많은 나라 중에 하나라는 걸. 그런데 교회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는 거냐?"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앙심이 깊다는 얘기가 아니겠냐."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뜻도 되지." 나는 별 신경 안 쓰고 말했다. 갑자기 옆자리가 잠잠해져서 보니 준수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순간,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내 얘기는 그렇게 많은 교회가 정말로 필요하느냐, 하는 거야. 난 솔직히 종교에 대해서 불신을 품고 있어. 물론 종교는 좋은 일도 많이 했겠지만 나쁜 짓도 많이 했어. 너, 인류 역사상 어떠한 재난이나 전쟁보다도 종교의 독선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아니?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생겨난 종교 때문에 무수한 사람이 죽었다니 아이러니한 일 아니니?" "종교가 뭘 어쨌는데?" "역사를 봐봐. 수백 년에 걸친 십자군 원정, 신구교도 간의 종교전쟁, 현대에 와서는 이스라엘과 아랍 전쟁, 이란 이라크 전 등등 종교가 원인이 되어 벌어진 전쟁은 끝도 없어. 이러한 전쟁이나 학살은 모두 상대방의 종교를 포용하지 않고 파괴하려는 독선에서 나온 것 아니겠어?" "종교 전쟁은 근본 원인이 좀더 복잡한 경우가 대부분이야. 종교 전쟁을 놓고 종교가 근본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쪽
사내들이 있을 때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구경꾼들은 그들이 멀어져 가자 저마다 언성을 높여 한마디씩 했다. 그리곤 몇 사람이 쓰러져 있는 슈퍼맨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나도 쓰러져 있는 그 사람에게 부축해주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온 몸에 심한 멍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부축하려는 내 손을 사양하고 절뚝거리면서 저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조용히 멀어져가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심한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꼈다. 그는 비록 미쳤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들은 제정신인데도 그런 불의에 항거하지 못했다. 자기들만의 안위를 위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제 정신인 것은 저기 걸어가는 슈퍼맨이고, 미친것은 우리가 아닐까하는. 절뚝거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고독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미쳐서 소외된 모습에서 나온 고독이 아닌, 모두가 조용히 덮어두고 피하려는 불의에 혼자 항거해, 따돌림당하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의 고독함이.-.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