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3권 - 헝클어진 천하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2년 3월
구판절판


일반으로 조조의 간교함과 표독스러움을 말할 때 먼저 손꼽는 게 전에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한 일과 창관 왕후를 죽인 일을 든다. 자신의 안전이나 이득을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주였다는 것, 그것도 특히 자기편을 죽였다는 데서 온 섬뜩함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에는 전쟁보다 더한게 없고, 권력 추구의 길이란 자기편을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 법이다. 뒷사람이야 이러니 저러니 말을 달리 해도, 권력 추구를 위한 전쟁에 나선 사람이라면 그 본질에 있어서 조조와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어떤 때는 거창한 대의로 가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실 자체를 말살시키거나 거꾸로 미화하여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조조처럼 번득이는 임기응변의 재능이 있고 그때같이 필요에 쫓길 때 과연 그 같은 수단을 쓰지 않을 동양적 영웅이 몇이나 되겠난가,
만약 있었다면 그런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서였고, 떠올라도 자신을 억눌러 쓰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도 잘못되어 권력 추구의 길에 들어선 성자거나, 그 한순간의 감상 때문에 몰락해 버렸을 범부일 것이다. 요컨대 간교함과 표독스러움이 있었다면 권력 추구의 길 자체에 있고, 굳이 조조를 비난하려 든다면 그 같은 방도 외에 다른 방도가 또 있었을 때에 한해서이다. 대저 영웅이란 간교함과 흉포함과 꾀많음과 표독스러움을 다 품어야 한다던가.
-167-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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