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기 이 큰 도시인 페스트에 가난한 구두장이가 하나 살고 있었다. 해마다 아이가 하나씩 태어났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아홉째 아이가 태어나게 되었다. 아이를 낳다가 아내가 죽고, 구두장이 혼자 아홉 아이와 남게 되었다. 이미 큰 아이들 중 두세 명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작은 아이들 중 한두 아이에게는 걸음마를 가르쳐야 했고, 한 아이는 무릎에 앉히고, 한 아이에게는 밥을 먹이고, 또 다른 한 아이는 옷을 입혀야 했고, 거기다가 돈까지 벌어야 했다. 신발을 만들라치면 한 번에 아홉 켤레를 만들어야 했다. 또 빵을 잘라도 한 번에 아홉 조각을 잘라야 했으니!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한번은 구두장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홉, 전부 합쳐 정확히 아홉 아이입니다. 그러나 주님께 감사합니다. 불평하지 않습니다. 아홉 명 모두가 건강하고 착하니 말입니다. 한 병의 약보다는 아홉 조각의 빵이 더 소중하지요." -.쪽
"들리지!……"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말로는 할 수 없는 연약함이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무엇이. 이런 가엾은 사람들은 말로 서로를 위로할 줄 모르고 있었다. "들리지!…… 세상은 이런 거야…… 우리 사이에는 강이 흐르고 있어, 여기와 같이…… 이런 형태로 말이야…… 이쪽 편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한 형제들처럼 서로 돕고, 위안하고 함께 일하지…… 하지만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 모두를 쏘아 죽여야 해……" 한동안 깊은 빛을 뿜으며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이 흐르고 있어, 조용히 흐르고 있어, 사람의 일상이 흐르듯이, 그렇게 흐르지, 언제나 흐르지, 그래도 흘러가버리는 것은 아니야…… 저기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을, 그들을 모두 쏘아버려야 해…… 총으로, 기관총으로, 대포로, 중무기로, 수류탄으로, 아무거나 가지고, 그들 모두를 죽여버려야 해…… 당신 이 말 알아듣겠어……" -.쪽
산맥이 있는 위쪽으로는 정령들의 세계가 시작되었다. 그곳에는 폭풍우와 구름을 몰고 오는 악령들이 깃들여 살고 있었다. 기독교인이라면 절대로 그 위쪽 길로 가는 일이 없었다. 혹시 호기심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놓기라도 하면 재앙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하녀들은 겨울이면 방에 모여 앉아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이런 얘기를 나누었으며 하인들은 비위를 맞추며 말없이 있거나 또 어깨를 으쓱해보이기도 했다. 남자들의 생활이란 것이 늘 위험이 따르다 보니 자신들도 언제 그런 모험에 부딪힐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르투갈 여인이 들은 얘기들 중에서 가장 신기하게 여겨진 것은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무지개 끝에 가본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는 것처럼 높은 담 뒤로 또 다른 담들이 줄이어 있는 돌담 위를 넘겨다본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담들 사이사이에는 돌과 별들로 가득 찬 팽팽한 보자기 같고 집채만한 연못이 있었으며 발치에 있는 돌들은 아무리 자잘한 자갈이라고 해도 머리통보다는 컸다.-.쪽
그녀는 그것이 무슨 곡인지도 몰랐고 그 음악이 아름다운지 시시한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이 직접 한번쯤 무대에 서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또는 불행을 안겨주고 싶다는 소망이 자신의 내부에서 싹텄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착한 통카를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너무 재미가 없어진 나머지 순식간에 노랫소리가 작아져 우물거리는 소리로 되어버렸다. 그러자 통카가 별안간 노래를 그쳤다. 그녀도 그의 기분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들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마침내 통카가 멈춰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부르려던 노래는 이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 대답 대신 그의 눈빛에서 작은 호의의 표정을 느끼자 그녀는 재차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기 고향의 민요였다. 그들은 마냥 걸었으며 이러한 단조로운 선율이 햇빛 속의 흰나비처럼 슬픔에 젖게 만들었다. 그건 뜻밖에도 통카의 말이 맞다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이제 그 자신이었다. 통카는 일상적인 언어로 말하지 않고 어떤 전체적인 언어로 말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를 어리석고 둔감하다고 여겨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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