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우울함은 종종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물론 우리의 우울함은 죽음이 아니고 탄생에 관한 것이다. 특히 나 같은 얼와쯔에게는. 때때로 마음속 괴로움이 어두운 밤보다 더 지루하다는 걸 발견할 때면 견딜 수가 없어 흰눈을 덮고 있는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멍해지곤 했다. 왜 자신의 출생지를 선택할 수 없는 거지? 나는 왜 신장의 우루무치 같은 곳에서 태어난 것일까?-.쪽
엄마, 아빠의 반응은 나를 놀라게 했다. 다른 집에서는 사람이 죽었는데, 왜 엄마, 아빠는 명절을 쇠는 것같이 즐거워하는 걸까? 나는 단지 조금 흥분했을 뿐인데, 왜 그들은 희열을 느끼는 거지? 황쉬성은 조금 전에 커서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황쉬성은 엄마가 세련되고 친절하다고 했는데. 나는 나중에서야 비로소 부모님의 이런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을 때, 내 속에 모종의 악한 품성이 꿈틀대고 있음을 발견했다. 비록 나 스스로 그것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설령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가능한 한 회피하려고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하면 내 마음이 가벼워지곤 하는 심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쪽
"내가 예전에 이런 말 한 적 있지. 남자가 자살하는 건 아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가 목숨을 가볍게 여긴 건 스타니슬라프스키(Konstantin Sergeevich Stanislavskii: 1863~1938. 러시아의 연출가ㆍ배우. 모스크바 예술극장을 창설하였고, 리얼리즘 연극을 지향하는 '스타니스라프스키 시스템'을 확립하였다)의 공연처럼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주요 관객은 바로 그의 아내였을 테고. 자살을 통해 아내가 자기한테 좀더 잘했어야 했다고 시위하는 거지. 그리고 자살하기 전에 이미 자기가 죽은 뒤 슬퍼할 아내와 아이의 표정을 상상한 거라고."-.쪽
"움직이지 마. 피를 많이 흘렸어." 깜깜한 밤이었다. 사방에 나와 왕야쥔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공포가 밀려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죽어요?" "꼭 그렇진 않아." "그럼, 사람은 어떻게 되면 죽어요?" "살려는 의지가 없을 때."-.쪽
그때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진짜로 큰 상처는 언제나 피붙이 간에 발생하며, 종종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행해진다는 것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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