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카시페로 공작

오! 행복한 카시페로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제가 강아지를 키워서인지, 강아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책제목과 표지의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는 발랄함은 이 책을 더 선택하게 하더군요.

책속의 주인공은 태어날때부터 어미개가 가지고 있는 10개의 젖꽂지를 차지할수 없는 작고 약한 11번째 막내 개로 태어납니다. 그래서인지 귀돌이는 항상 배고픔을 느끼며 배고픔으로 인해 삶에 대한 애착을 키우게 됩니다.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어미개처럼 떠돌이개가 아닌 애완견으로 선택되어 토토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지만, 토토라는 이름으로 생활한것도 잠시 큰 말썽을 피우고 주인이 바뀌면서 토토는 로드라는 새 이름을 받게 됩니다. 그후로도 ‘토토’에서 ‘로드’로, ‘로드’에서 ‘트룩스’로 그리고 ‘트룩스’에서 더 이상 이름이 존재하지 않은 개가 되기까지 합니다.

애완견으로 생활하면서 귀돌이는 점점 자유에 대한 그리움으로,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에서 춥고 배고픔이 있는 자연으로, 자유로 향해 도망을 치게 됩니다. 이로써 귀돌이는 더 이상 애완견의 삶이 아닌 떠돌이개의 삶을 선택하지만, 변덕스러운 인간들을 통해 귀돌이는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떠돌이개는 더 이상 인간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존재로, 귀찮고 드럽고 불결한 존재로 강아지의 존엄성을 무시한채 달콤한 사탕을 얻기 위해, 두발로 서 있어야했고, 때로는 모멸감이 느껴지는 테스트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이 위험한 실험용이 되기도 했으니깐요.

하지만 귀돌이는 ‘귀돌이 신사, 배고픈 카시페로 공작’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떠돌이개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귀돌이에게 주어진 이름의 의미는 무척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귀돌이가 갖게되는 이름은 그냥 이름이 아니라 귀돌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토토’나 ‘로드’로써의 삶이 온전히 귀돌이에게 있는 것이 아닌, 그 이름을 붙여준 사람에게 속해진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귀돌이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부여 받을 때 자신의 진정한 존재가치를 찾게 되었고, 그래서 행복하 개가 될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개를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귀돌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어요. 솔직히 강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개를 나의 소유물로만 생각하고 나의 욕심에서 강아지를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짧은 내용이었지만, 재미있었고 책속의 일러스트 또한 이야기의 풍자와 잘 맞아서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