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절판


잠든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릉은 그 남자가 몹시 피곤하려니 짐작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정처 없이 떠돌다 잠드는 곳이 바로 잠자리였다. 그런 사람들은 심지어 표정조차 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피로에 절어 있는 것이나 잠자기를 좋아하는 것, 흉악한 몰골을 드러낸 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 모두가 개와 비슷했다.-7쪽

그를 비롯해 누구나 옷을 벗으면 가장 은밀한 부위인 성기가 한 줄기 빛 속에 형체를 드러냈다. 목욕탕의 수증기와 물소리는 우릉의 억눌린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나나 너희나 모두 같은 존재야. 우릉은 기름이 번지르르한 수건으로 펑 사장의 등을 밀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인데 왜 나만 항상 당신의 등을 밀어야 하는거지? 왜 당신은 내 등을 밀어주지 않느냔 말이야? 똑같이 성기를 하나씩 달고, 똑같이 더러운 몸인데 왜 나만 항상 당신의 등을 밀고 밀고 또 밀어야 하느냔 말이야?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면 그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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