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줄 꽂아놓고 홀연히 잠에 든 제
시문견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는고야
아희야 점심도 하려니와 탁주 먼저 내어라
조선 후기 김창업金昌業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시조이다. 거문고 줄을 꽂아놓았다는 것은 연주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잠에 든 것은 그 연주를 들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거문고 운운하는 말은 자연스럽게 지음知音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마음과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어도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거나,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는다면 충분하다"는 등의 비장한 말들이 나왔다. 당나라의 한 시인은 "이 세상에 한 사람 지기 있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과 같네"라고 읊조렸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을 되뇌었다.-.쪽
우정이란 비단 벗 사이에만 적용되는 덕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도록 잘 살아온 부부는 서로 친구 같다고 한다. 친구 같다는 것은 부부의 애정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는 말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 상사와 부하 사이, 선배와 후배 사이, 즉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신뢰인 셈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다르다. 우정은 이처럼 다른 존재들을 집단 속에 가두거나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우정의 첫째 조건은 일치나 연대가 아니라 바로 신뢰이고, 이 신뢰는 성숙한 인격에서 나온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