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난 뒤에는 온종일 뭘 하죠?"
나로서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내가 말했다.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존재 이유가 되지 않겠소? 당신을 너무도 좋아하오."
"재미있군요. 당신은 날 좋아하고 난 당신을 사랑하구요."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한 채 그렇게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오. 단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우리의 현상이 어떻든, 그것들은 유지되고 있어요. 정상이 아닌 상태로지만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빌리와 나는 어떤 면에서 과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런 동요도 변화도 움직임도 없었다. 삶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듯이, 우리는 어떤 특별한 이유로 서로의 삶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발설하려 하지 않았다. 사랑이 모든 것에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 사랑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어른이 되면 사랑이란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괴롭지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다정한 여인은 콧수염에 트위드 코트를 걸친 무뚝뚝한 남편과 남게 되고, 남자는 자신에게 오랫동안 고통을 준 자신의 아내와 충실한 애완견과 함께 시골길을 걷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리라. 가끔 사랑의 기능은 추억할 만한 낭만적인 무엇을 남길 뿐인 것처럼 보였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