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예 지음 / 송송책방 / 2018년 5월
왠지 첵 제목만 봐도 제가 좋아할것 같은 스타일의 책이라, 책 정보를 자세히 살피지 않고 무작정 읽은 책이었어요. 읽으면서 책의 흐름이 독특하고 신선하다 느껴 책의 앞머리를 다시 펼쳐 저자를 살펴보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이 무척 싱그럽게 느껴져서 좋았던것 같습니다. 어릴적 간직했던 꿈을 끝까지 놓치않고 글을 써주셔서 제가 이렇게 좋은 글을 만나게 되었네요. 전순예 작가님, 감사합니다~~
책 제목은 '강원도의 맛'이지만, 실제는 '어두니골의 맛'이라 불러야겠어요. 이런 마을도 있나 싶을 정도로 처음 접했던 산골인만큼, 신선한 먹거리들과 손맛들은, 낯설은 것은 낯설어서 익숙한것은 익숙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종종 동생과 저는 친정엄마를 앞에 두고, 이렇게 음식 못하는 엄마에게 요리 잘하는 딸이 둘이 생긴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하면, 엄마는 쿨하게 인정~하십니다.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엄마도, 엄마만의 자신있는 음식 몇가지 있으셔서, 그 음식만큼은 동생과 저는 만들 생각안하고 계속 엄마에게 요청해서 먹어요. 일흔넷이되어서도 어머니의 맛이 그리우시다는 글을 읽으니, 아마도 저는 오래도록 그 음식만큼은 배우지 않고 엄마에게 만들어 달랄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농사짓는 수고로움을 모르는것 같습니다. 시골인심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그마만큼의 인심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어져요. 종종 시골에서 보내주신 귀한 재료를 선물 주신분들이 있으신데, 좋은 먹거리와 소중한 마음을 받아 맛있게 요리해서 먹으려해요.
외국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묵을 만들어보지 못했을텐데, 묵을 좋아하는 신랑 때문에 묵가루를 공수해서 종종 만들어 먹었어요. 많은 양의 묵을 끓인것은 아니지만, 되직해진 묵이 끓어오를때 튀길까 무서웠던 기억이 떠올라 공감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묵을 끓이지 않고 사먹거나, 동생이 대신 끓여줘서 맛있게 먹고 있어요. (확실히 집에서 만든 묵이 더 맛있긴해요.)
가마솥 누룽지. 안 맛있을수 없지요. 많은것을 기억하기에 어린 나이였지만, 외조부모님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 덕분에 가마솥밭도 먹어보고, 펌프질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제 입맛이 애늙은이 같다는 타박을 엄마에게 종종 듣기도 했어요. (엄마가 귀찮아서 비빔국수 먹자 하면, 동생은 좋다 하지만 저는 꼭 밥을 달라해서...ㅋㅋㅋㅋ 그래서 밥을 얻어 먹었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지만, 지금도 엄마는 그 이야기를 하십니다.)
책 속의 정겨운 이야기만큼이나, 그립도 정겨워서 좋았어요. 완성된 음식 사진 없이도 전해지는 맛들에 군침이 삼켜집니다.
저도 '깨소금'이 깨에 소금이 들어있는건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혼전에는 요리의 요자에 관심도 없었는데, 제가 만든 모든것을 맛있게 먹어준 신랑 덕분에 지금까지 요리를 할수 있었던것 같아요. 제 성격상 신랑이 맛없게 먹었더라면, 요리 안했을텐데 말이죠.ㅋㅋㅋㅋ 음식을 준비했을때,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들 때문에 계속해서 요리를 하게 되는 힘인것 같습니다. 떠올려보면, 제가 요리 초창기 때 맛있게 먹어준 분들만 계속 초대해서 같이 식사를 했던것 같아요. 맛에 대한 특별한 평이 없었던 분들은 잘 초대를 안했었네요.ㅎㅎ
어느 순간 명절에 송편을 먹지 않지만, 어릴적 송편을 빗던 추억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맛의 절반은 추억이라 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추억들을 만들어주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이제, 명절은 여자만 일하는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한다면 더 즐거운 명절을 기억할수 있을것 같아요.
돈 때문에 돼지를 잡았지만, 자신이 키우던 돼지를 차마 먹을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 왜, 다른 동물들은 먹으면서 강아지는 안돼느냐고 묻는 분들이 이런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것 같아요.
'강원도의 맛'이 좋았던것은 단순히 음식맛을 설명한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때문이었던것 같아요. 안 먹고 안 쓰던 어머니도, 자식을 위해서 큰 맘 먹고, 이왕이면 실컷 먹어보고 정말 맛있었다는 기억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 따뜻하고 그리운 글이 탄생하게 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