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은 색깔이 붉되 야하지 않고 정갈했고, 꽃송이가 크되 허술하지 않고 단아했으며, 시들어 떨어지되 변색하지 않고 우아했다. 그러나 동백꽃의 절정의 아름다움은 낙화에 있었다. 꽃이 지되 벚꽃처럼 꽃잎이 낱낱이 흩어지지 않고 꽃송이 그대로 무슨 슬픔이나 서러움의 덩어리인 양 뚝뚝 떨어져 내렸다. 변색하지 않고 떨어진 그 꽃송이들은 또 땅 위에다 새로운 꽃밭을 현란하게 이루어놓았다. 사무친 한을 풀 듯 동백꽃은 나무에서 한번, 땅 위에서 또 한번, 두 번 피어나는 꽃이었다.
이규백은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그 고향의 꽃에 어머니와 형수의 모습이 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와 형수의 그 깊은 한숨이 꽃으로 피어나면 동백꽃이 될지도 모른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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