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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향수'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갈수 있는 저자의 능력에 무척 감탄스럽네요. 이 책은 잡는 순간 손에서 떼어날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사실 예전에 좋은 향을 가지고 있는 향수가 그 향만큼 좋은 의미에서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파리의 지저분한 환경이 향수의 발전을 불렀다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파리의 악취를 함께 느끼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최근에 영화로 봐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책 둘중 어느쪽에 손을 들어주겠냐고 묻는다면, 전 책에 좀더 비중을 두고 싶네요.
물론, 영화는 참 잘 만들어졌습니다. 파리의 음산한 분위기며 책속에서 느껴졌던 여러가지들을 그대로 옮겨 담았지만, 딱 한가지 부족한것이 있었다면 바로 향을 쫓아 살인을 저질렀던 그르누이가 제 상상보다 잘 생겼다는 것이지요. ^^
좀더 잔인한 모습이길 바랬는데, 너무 순수한 모습이었거든요. 물론 그르누이는 백치 같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열정 때문에 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르고도 전혀 그것이 잘못된지 모르는 인물이지요. 어쩜 영화 감독은 그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그의 천진한 잔인성은 천재적인 향에 감각에 감춰지는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궁극의 향수를 만들어 냈을때 저도 그의 향수에 취해 그 광장에 있었으면하는.. 생각마져 들 정도로 감탄스럽더군요.
그가 세상 사람들을 지배할수 있는 향을 가지지만, 그로 인해 함께 무너져버립니다 .어쩜 그 자신이 잃어버렸던 향을 찾는 동시에 그는 자신의 죄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죄의식 없이 벌여왔던 일들에 일말에 가책을 받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르누이는 '오페라의 유령'의 에릭과 함께 제가 미워할수 없는 캐릭터 중에 하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