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술이작述而作'이라 말하고 싶다
그들 역적들의 말대로 세상사 또는 역사란 바로 그렇게 어지러울 만큼 뒤엉켜 있다. 육하원칙에 따라 사건의 전모가 재단되는 신문 기사와는 다르다. 다시 말해 통치자인 영조와 정조의 진실이 그들에게 잡혀죽은 역적들에겐 얼마든지 억울한 거짓이 된다. 역적들 상호 간에도 누가 주범인지를 놓고 진실게임은 끝없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역사가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구의 말이 옳은가를 따지는 작업이 아니다. 영조와 정조와 여러 역적들과 대신들의 진실을 각각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하여 그들 각자의 진실, 그들 각자의 삶에 담긴 의미, 때로 뒤틀리거나 모순되어 충돌하는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결국 내가 이 책에서 시도한 작업은 바로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진실을 캐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범죄를 수사하는 형사들의 추리와 분석에 근접했으면서도 역사적 행위자들 각자의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구별된다. 나는 이 말을 이 책의 줄거리로 입증하고 싶다.
고대 중국의 역사가들은 걸핏하면, '술이부작(사실을 기록하되 지어내서 쓰지는 않는다)'이라 했다. 그러나 내가 공부해보니 그런 역사는 과거에도 있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차라리 역사란 '술이작(기록하되 제 생각대로 쓰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바로 그런 뜻에 충실한 역사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문양해도 되었다가, 홍복영도 되고, 때로 왕도 흉내냈다. 나에게 역사란 엄숙하되 자유로운 것, 살아 있는 생명체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