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품절


헨리는 살면서 단 하루도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스스로 지어낸 좌우명은 이랬다. '귀찮게 일을 할 바엔 욕 좀 얻어먹고 마는 게 낫다.' 친구들은 이 좌우명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헨리 슈거 같은 남자들은 세계 도처에 해초처럼 떠다닌다. 그중에서도 런던, 뉴욕, 파리, 내소, 몬테고 베이, 칸, 생트로페 등에서 흔히 보인다. 그들이라고 특별히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장식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이런 유의 부자들에겐, 예외 없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지금보다 더 부유해지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백만은 절대 충분치가 않다. 이백만도 마찬가지다. 항상 그들에겐 더 많은 돈을 갖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은행 잔고가 바닥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시달리기 때문이다.-.쪽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당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면, 그냥 무너져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드물긴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저히 꺾을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전시에, 그리고 평시에 만나게 된다. 그들은 불굴의 정신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고통이나 고문이나 죽음의 위협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다.
어린 피터 왓슨도 그런 사람이었다. 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을 버둥거리던 그 순간, 결국엔 자신이 승리할 것이란 생각이 별안간 피터에게 떠올랐다. 피터는 고개를 들어 호수 위로 반짝거리는 햇살을 보았다. 너무 찬란하고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햇살이 피터에게 이리 오라며 유혹의 손짓을 보냈다. 피터는 햇살을 향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뛰어내렸다.
그날 아침, 세 사람이 커다란 흰 백조가 마을 위를 빙빙 나는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에밀리 미드라는 학교 선생, 약국의 지붕 타일을 갈던 윌리엄 에일스라는 남자, 그리고 근처 들판에서 모형 비행기를 날리던 존 언더우드라는 소년이었다.-.쪽

올챙이배를 한 남자가 어부에게 말했다.
"난 고기를 사려는 게 아니오. 고기는 지배인에게 팔아도 돼요. 이빨이고 발톱이고 등딱지 속에 든 건 몽땅 가지라고 해요. 내가 원하는 건 등딱지뿐이니까."
"제가 당신을 잘 아니까 하는 말인데, 여보, 저 등딱지는 당신이 꼭 차지할 거예요."
여자가 남편을 향해 환히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런 인간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뒤집혀 있을 때조차 남다른 위엄이 서린 이 짐승을 어떻게 파괴할지,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 그 맛이 어떨지 떠들어대고 있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거북은 여기 모인 어떤 인간보다도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백오십 년 동안 서인도제도의 초록빛 바다를 헤치고 다녔으리라. 조지 워싱턴이 미합중국 대통령이었을 때도, 그리고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대패했을 때도 이 거북은 존재했으리라. 물론 그때는 꼬맹이 거북이었겠지만, 그래도 존재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렇게 해변에 거꾸로 뒤집힌 채 수프와 스테이크를 위해 희생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거북은 주변의 온갖 소음과 고함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쭈글쭈글 늙은 목을 등딱지에서 길게 빼고, 마치 자기가 왜 이렇게 고약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이유를 설명해줄 사람을 찾는 것처럼, 커다란 머리를 이리저리 비틀어대고 있었다.-.쪽

이런 잔인한 매질이 우리 삶을 지배했다. 소등한 후에 기숙사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수업 중에 이야기를 하거나, 숙제를 잘못하거나, 책상에 이름의 머리글자를 새기거나, 담벼락에 기어오르거나, 모습이 단정치 못하거나, 종이 집게를 튕기거나, 저녁에 실내화로 갈아 신는 걸 잊어버리거나, 체육복을 제자리에 걸지 않거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승님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면, 곧바로 회초리가 날아왔다(당시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어린 소년들이 당연히 할 만한 모든 일들 때문에 매질을 당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말을 조심했다. 걸음걸이도 조심했다. 참말로, 얼마나 걸음걸이를 조심했던지. 우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민해졌다. 어디를 가든, 숲속을 살금살금 걷는 야생 짐승들처럼 위험에 대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조심스럽게 걸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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