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2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구판절판


"도대체 또 무슨 나쁜 것을 읽고 있는 거야?"
골고는 스쳐 지나가면서 말하고는 집게손가락을 들어올리면서 일부러 책망하는 투로 그를 위협했다.
"도덕적인 책이나 비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그 부흐링이 대꾸했다.
"책이란 잘 쓰였든가 못 쓰였든가다. 그게 전부다."-.쪽

"우리는 이 지하묘지 안에서 잡아먹고 먹히는 무자비한 양육강식의 순환 속에 편입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생물입니다. 읽을거리는 언제나 충분히 있고요."
"오히려 너무 많은 편입니다!"
골고는 신음소리를 냈다.
"너무 많아요!"
"이따금 나는 우리가 정말 문학을 먹고 사는 유일한 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피드는 입을 비죽거리며 웃었다.
"우리 외에 다른 생물들은 모두 책을 갖고 일할 뿐입니다. 그들은 책을 써야 하고, 원고를 심사하고, 편집하고, 인쇄해야 합니다. 판매, 덤핑, 연구, 평론쓰기, 그런 것은 모두 일, 일, 일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그것들을 그냥 읽기만 하면 됩니다. 탐독하면서 즐기는 거지요. 책을 주워 삼키는 일, 그거야말로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걸로 배도 부를 수 있고요. 나는 어떤 작가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팔자가 좋은 거지요."-.쪽

"이따금 즐겨 기억하곤 하는 오랜 친구다. 때로는 기억하기가 전혀 즐겁지 않다. 기억은 나를 슬프게 만드니까. 좋은 때의 기억이 나쁜 때의 기억보다 눈에서 더 많은 눈물을 자아낸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쪽

"아니다. 문학은 영원한 것이 아니야!"
호문콜로스가 외쳤다.



"순간적인 것이다. 아무리 쇠로 책을 만들고 다이아몬드로 글자를 새긴다 해도 언젠가는 이 지구와 함께 태양에 부딪치면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영원한 것이란 없는 법이다. 예술에는 전혀 없다. 한 작가가 죽은 후에 얼마나 오랫동안 그의 작품이 희미한 램프처럼 서서히 꺼져 가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활활 타오르는가다."
"그건 성공적인 작가의 좌우명이겠지요."
내가 반박했다.
"살아 있는 동안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 말입니다."
"나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쪽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 방향으로든 마찬가지였다.
"아니 뭐야? 벌써 온 것인가?"
호문콜로스가 말했다.
"거기 뭐가 있나요?"
"모든 위험 가운데 가장 큰 위험이 있다."
"모든 위험 가운데 가장 큰 위험이라니요? 여기요? 어디에요? 그게 어디 있습니까?"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혹시 굵직한 뱀이나 독을 품은 터널 거미가 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네 안에 숨어 있다."
호문콜로스가 말했다.
"공포 말이다."
그랬다. 나는 무시무시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치 몸이 마비된 듯했다.
"이제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호문콜로스가 말했다.
"안 그러면 너는 끝장나고 말 테니까."
"그러면 제발,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냥 계속 기어 올라가는 거다. 마치 소설을 쓸 때처럼. 처음에 아주 비약적으로 한 장면을 쓰는 일은 매우 쉽다. 그러다가 언젠가 네가 피곤해져서 뒤를 돌아보면 아직 겨우 절반밖에는 쓰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앞을 바라보면 아직도 절반이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 만약 용기를 잃으면 너는 실패하고 만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일을 끝내기는 어렵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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