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어라, 겁쟁이들아! 나는 너희들이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기 바라며 이말을 끝으로 작별을 고한다!
=> 정말 생각만으로도 오싹하네요. 평생을 지루하게 살라...-.쪽
단첼로트 대부: 나는 죽는다, 아들아.
나(눈물을 억제하면서 말 없이): 흐흑…….
단첼로트 대부: 나는 숙명적인 동기라든가 철학자로서 나이가 들어 관대해지는 것을 인정한다든가 하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런 나도 그런 것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구나. 누구에게나 한 개의 통만 주어진다. 그리고 내가 받은 통은 그 안이 상당히 차 있었다.
(나중에 가서 나는 그분이 자신을 '속이 꽉 찬 통'으로 비유한 것이 기뻤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분의 삶이 풍요롭게 채워졌다는 것을 암시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빈 통이 아닌 안이 꽉 채워진 통으로 기억한다면 그는 생전에 많은 것을 성취한 셈이다.)-.쪽
여기서는 정말 모든 낱말들이 제 위치에 올바르게 쓰여 있군. 첫 페이지를 읽은 다음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단지 낱말 하나하나뿐 아니라, 구두점 하나하나, 쉼표 하나하나, 그리고 심지어 낱말들 사이의 여백까지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원고는 '호로 바쿠이(horror vacui)', 즉 '빈 종이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상태에 있는 어느 작가의 생각을 다루고 있었다. 절대적인 집필 장애 때문에 심적인 마비 상태에 있고 어떤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해야 할지 절망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한 작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특별히 독창적인 착상은 아니었다는 것을 시인한다! 작가라는 직업에서 겪을 수 있는 이 같은 고전적이면서도 거의 판에 박힌 듯한 무능 상태에 대해 이미 얼마나 많은 글들이 쓰였던가! 나는 그런 종류의 글을 수십 편도 넘게 알고 있으며 그중 몇 편은 내가 쓴 것이기도 했다. 그런 글들은 대개 작가의 위대함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무능함을 폭로한다. 즉, 그에게는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으며, 그래서 그는 자기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음색을 잃어버린 피리 연주자가 단지 연주가 자기 직업이라는 이유로 아무 의미도 없는 곡을 불어대는 것과 같다.-.쪽
여기에는 바로 '꿈꾸는 책들'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고서적들을 그렇게 불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장사꾼들의 눈에는 제대로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사실상 과거에 존재했다가 이제는 소멸을 앞두고 있었으며,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흐하임의 모든 책 서가들과 상자들, 지하실들, 지하무덤들 속에는 그렇게 졸고 있는 책들이 백만 권, 아니 수백만 권에 달했다. 오직 무언가를 찾는 수집가의 손에 의해 어떤 책이 발견되어 그 책장이 넘겨질 때만, 그것을 구입해서 거기에서 들고 나갈 때에만 그 책은 새로이 잠에서 깨어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책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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