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이 특별히 싫지는 않지만, 이곳은 마치 여러 사람이 다녀갔지만 아무도 머무르려 하지 않아 버림받은 곳처럼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쪽
비디오의 마지막에서는 다른 세상의 형이상학적인 면들을 설명했다. 인간은 원이면서 동시에 선인 존재라고 했다. 원이라고 하는 이유는 늙은 존재는 다시 젊어지고, 새것은 헌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까 말한 원이 끝도 없이, 한도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죽는다. 태어났다가 죽는 것은 작은 원이며, 그 수많은 작은 원들이 모여 인생을 이루고 하나의 선을 이룬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리즈는 깜빡 잠이 들었다.-.쪽
리즈는 그 곳을 나오면서 자신의 마지막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 마지막 말이 이승에서의 삶을 요약한 것이라면 자신에게는 '음'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은 아무 의미도 없다. '음'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할 때 내는 소리이고, 시작하기도 전에 기회를 빼앗긴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소리이다. 그리고 학교 댄스파티에 초대도 못 받았으면서 친구가 댄스파티에 갈 때 입을 드레스를 골라주러 쇼핑몰에 가다 택시에 치여 죽은 열다섯 살짜리 계집애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세상에, '음'이 뭐야, 음이. 리즈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는 '음'을 비롯해서 의미 없는 소리들(아, 저기, 그러니까, 야, 아마도, 흥)은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쪽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사랑 이야기나 해보자." "정말이요?" "내 보잘것없는 의견으로는 말이야, 그 남자나 그 여자, 아니면 그 무언가가 없으면 죽을 것 같다고 믿는 게 사랑이야. 넌 똑똑하니까 이 정도는 알고 있을 줄로 아는데." "하지만, 커티스. 우린 벌써 죽었잖아요! 우린 사랑하는 사람이 있든 없든 더 이상 죽지 않아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어도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는 게 사랑이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믿는다'라는 표현을 쓴 거야. 특별한 누군가가 없다거나 그 사람의 사랑이 없다고 해서 정말로 죽는 사람은 없어. 리지, 사랑이란 건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고 무작정 믿는 마음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커티스, 사랑이란 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를 웃게 만들어주는 걸 말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리지, 정말 그런 거라면 나도 좋겠다!" 커티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하는데 웃는 건 실례예요." 리즈가 말했다. 커티스는 웃음을 멈췄다. "미안해." 그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은 한 번도 사랑을 안 해본 사람만 하는 거야. 난 아주 오래 전에 사랑 같은 건 안 하기로 결심한 사람인데,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까 그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더라."-.쪽
"책은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야 돼. 그렇게 하면 죽는 사람도 없고 언제나 해피앤딩으로 끝나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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