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8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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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살인사건'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왠지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데, 책 표지 디자인의 엽기적인 그림에 살짝 주춤하게 되더군요. 참 민망한 포즈로 반나신이 되어있는 여인에게 X침을 놓는 저자의 정체가 무엇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 이 표지 디자인과 책속의 이야기가 연관이 되어 제 궁금증을 풀어줄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내용과 맞지 않은 표지 디자인이었어요. 오히려 추리소설의 격을 떨어뜨렸다고나 할까? 표지 때문에 읽고다니기 민망하게 만들었을뿐입니다.

진짜 어울리는 표지 디자인은 어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3자견제'에 관한 그림이 아닐런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3자견제'의 그림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책표지에 대한 생각도 곧 책을 읽으면서 잊게 만들정도로 기괴한 분위기로 사람을 몰아가더군요. 바로 문신이 새겨진 인피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것 같아요. 문신의 특성상 오래보전하지 못한다는 점이 예술로서의 생명을 짧게 했는데, 이제 과학의 발달로 사진이나 아니면 인피를 보전하는 방법으로 전승이 되니 말이지요. 잠깐 그전에 읽었던 로알드 달의 단편속의 인피가 떠오르네요.

외국에서는 일본의 문신에 대해서 극찬을 하지만 오히려 일본내에서는 문신을 불법으로 간주하던 시절. 그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도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문신을 한 사람을 보면 아무래도 편견을 갖게 되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체적으로 문신을 한 사람들이 폭력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문신 자체가 고통으로 이루어진 흔적이다보니 그 고통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로 보여지지 않기도 해서인것 같습니다.

그런 사회적인 시각과 문신 금지령 속에서도 문신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원래 자유를 박탈당하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이 인간의 욕망이 아닐런지.. 

한번도 문신을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저도 초반의 문신에 대한 장인의 정신을 읽으면 문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고 예술로서 새로운 시각을 열게 했습니다. 게다가 특성상 완성된 문신을 찾기 힘들뿐더러 찾더라도 사후에 얻어야하는 과정들. 문신에 대한 설명이 많아서인지 이왕이면 문신에 관한 그림이 있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전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실감이 큰 40년대 일본.

전신에 뱀(쓰나데히메) 문신을 가지고 있는 여인. 문신에 대한 편견이 강한 시대에 여자가 문신을 한다는 것, 게다가 전신 문신을 한다는 것은 지금도 곱지 못한 시선을 보냈을것 입니다. 또한 문신은 한번 새기면 지울수 없기 때문에 그 흔적을 죽을때까지 가져가야하는 고통도 있습니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평생을 후회할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초반에 문신박물관에 몸체만 있는 쓰나데히메 문신을 보면서 그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며 피해자일거라는 것을 예측할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반부터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데 저는 그점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전신에 문신을 한 쌍동이 여인을 생각하니 영화 '쌍생아'가 생각났습니다. 그만큼 기묘한 느낌을 주는 추리소설이었어요. 문득 이 추리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무척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신사들이 금기하는 문신인 중에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괄태충을 잡아먹으며 괄태충은 뱀을 녹인다는 3자견제를 자신의 자녀들에게 새겨 넣은 문신사 호리야스. 그 3자견제의 저주 때문인지 호리야스의 자녀들은 모두 죽음의 저주에서 헤어날수 없게 되었습니다.

목, 팔, 다리가 잘린채 몸통만 가져가 버린 범인. 상상만으로도 무척 끔찍한 상황이 연출되더군요. 게다가 밀실이라는 공간은 사람의 사고를 마비시키지만 곧 그것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한 심리적인 밀실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종종 우리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채 눈 앞에 놓여있는 진실을 왜곡되게 해석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어느정도 읽으면서 범인을 추론할수 있었습니다.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는 때론 그것이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게 하는것 같습니다.

자신의 형제를 죽여야했던 남녀의 크나큰 욕망.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래서 무섭고도 아름다운 추리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가슴이 무척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단점으로 범죄의 큰 동기를 어머니의 유전적인 요소로 보려는것인데, 그당시 범죄학을 생각한다면 가볍게 눈감아 줄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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