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동자 - 청담 큰스님 이야기
공광규 지음, 현담 그림 / 화남출판사 / 2003년 5월
절판


농업학교에는 기숙사생들과 통학생들 간에 매일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도둑질도 날마다 일어났습니다. 도둑질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눈을 감고 있으면 코도 베어가고 귀도 떼어간다는 유행어가 학생들 사이에 퍼졌습니다.
학우들 호주머니에 있던 돈이 계속 없어진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훔친 사람은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자장면이 하도 맛이 있어서 학우들의 호주머니를 뒤져 날마다 자장면을 사먹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농업학교의 분위기는 안 좋았습니다.
당시의 우리나라 농촌 사정은 비참하였습니다. 찬호는 학우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파렴치한 행위보다 그러한 환경이 되어버린 민족의 가난함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난으로 민족의 도덕이 타락하고 질서가 엉망이 되는 것을 크게 한탄하였습니다-.쪽

절에 찾아오던 한 신도가 물었습니다.
"스님, 불교나 기독교인들은 만날 때마다 진리 진리하면서 마치 종교 속에 대단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자기주장만 강해서 좀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입니다. 자기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해서 기분도 나쁩니다. 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자기 종교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믿으라고 기분 나쁘게 윽박지르는 것입니까? 진리가 무엇이기에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듣고 있던 스님이 대답하였습니다.
"진리는 우리가 생활하는 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회사에서 일하거나 집에서 밥을 지으면서 얻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하나하나 하는 행동거지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되니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면 어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머릿속에서만 얻으려고 하니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종교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불교의 진리는 아우구스티누스나 단테나 미켈란젤로에 의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독교에 의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 사례로 이야기할 때 진리의 전체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꼭 자기 종교의 진리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쪽

"스님, 그러면 생활 속에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가장 쉬운 비유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밝게 달이 뜨면 아이에게 달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이를 업고 나가 '아가 저거 봐'하고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러나 아이는 손가락만 보지 달은 안 봅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하도 답답해서 '저거 보라니까, 손가락을 보지 말고 저기 둥근 달을 보란 말이야.'하면서 답답해합니다. 그래도 아이는 어머니 손가락만 보지 달을 못 봅니다. 바로 이와 같습니다. 한참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가 달을 보고 웃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끝까지 달을 못 보고 손가락만 봅니다. 진리는 이와 같습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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