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몇 해 살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얼마나 깊은 자국을 남겼는가가 중요한 것이요, 그래서 죽음과 함께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존재한다. 권력과 세도를 휘두르던 사람들의 웅장한 돌무덤은 흐르는 세월과 함께 무너지고 부서져 모래와 흙이 되었지만 길가에 앉은 황진이의 나지막한 봉분은 40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오가는 길손들에게 애절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니 그 누가 그의 짧은 일생을 불우한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황진이는 사랑하는 데 있어서 남김이 없었고, 삶에 있어서 거칠 것이 없었던 여인이었다. 또한 화려함 속의 허망함을 속속들이 알고 간 드물게 볼 수 있는 멋진 여인이었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