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에서 죽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석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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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앤너, 만일 내가 재산을 몽땅 잃어버린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인연을 끊겠구나."
리넷이 조앤너의 말을 끊고 물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솔직히 말해서 그래. 나의 친구는 성공한 사람들뿐이니까. 농담이 아니야. 잘 들어. 모두들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이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로는 빈털터리가 된 친구 성격이 비뚤어질까봐 더 이상 사귀기 어렵겠다는 핑계를 대지. 그리고 잠시 동정해 주는 게 전부야."
"너는 정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구나, 조앤너."
"나는 단지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돈이 좋을 뿐이야."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어."
"물론, 그렇겠지.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잖아. 1년에 네 번이나 저 정중하신 중년 신사 분으로부터 쓰고도 넘칠 만한 돈을 꼬박꼬박 받고 있으니까."-.쪽

"네, 우리는 친구였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그 여자는 당신을 믿고 있었지요."
"네. 물론이죠."
리넷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잠시 망설이고 있었으나, 포아로가 더 이상 말을 계속할 것 같지 않자 먼저 말을 꺼냈다.
"물론 재클린에게는 안된 일이에요. 그렇지만 이런 일은 흔히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런 일은 흔히 있지요. 그런데 부인은 영국 국교파(國敎派)이시지요?"
"네." 리넷은 좀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럼, 교회에서 목사의 성서낭독을 들으신 적이 있으시겠군요. 다윗 왕 시절 이야기인가요? 양과 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부자와 새끼 암양 한 마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가난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한 마리밖에 없는 새끼 양을 빼앗아 버렸지요.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 셈입니다, 부인."-.쪽

"아가씨, 나는 당신 편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죽은 자는 이제 그만 묻어버리십시오."
재클린은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그건 무슨 뜻이지요?"
"지나간 일은 그만 단념하라는 말입니다. 미래로 눈을 돌리는 겁니다. 이미 끝난 일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망한다고 해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리넷이 아주 좋아하겠죠."
"지금 나는 리넷 부인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신은 괴롭겠지요. 그러나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짓은 그 괴로움을 오래 끌게 할 뿐입니다."
재클린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나는 오히려 즐겁게 여겨질 때마저 있는걸요."
"그것이 가장 위험한 일입니다, 아가씨."
재클린의 시선이 재빨리 위로 올라갔다.
"당신은 이해심이 없는 분은 아니세요. 친절하게 대해 주신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고향으로 돌아가십시오. 당신은 젊고 현명하고 앞날 또한 밝습니다."
재클린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모르세요. 알려고 하지도 않죠. 사이먼은 나의 모든 것이었어요."
"사랑이 전부는 아니랍니다, 아가씨.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젊을 때뿐입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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