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소재뿐만 아니라 무더운 날씨, 혼잡한 거리, 악취, 먼지, 술취한 사람들, 창녀촌, 집세를 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가난한 사람들, 도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좁은 방, 자신의 딸이 몸을 판 돈으로 싸구려 보드카를 마시며 인생을 한탄하는 하급 관리 같은 도시의 어두운 모습을 서술한 대목은 작가의 상상이라기보다 그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면을 조명한 르포에 가깝다. 한마디로 《죄와벌>은 첫 문장의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를 포함해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신문 기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리고 러시아 역사 전문가인 W. 브루스 링컨이 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당대 러시아 문호들이 자신의 문학에 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실제 모습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 P29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광인 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 <외투>, <코>에서 고골은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도시 하층민의 뼈아픈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네프스끼 거리>는 그중에서도 백미다. 19세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심가 네프스끼 거리는이미 런던, 로마, 파리의 중심가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고골은 "오, 이 네프스끼 거리를 믿지 마라! 나는 그 거리를 지날 때외투로 항상 몸을 꼭 감싸고, 도중에서 마주치는 대상들에게 일체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라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함 속에 숨은 이면을 고발했다. - P36

톰 조드 가족은 66번 도로를 타고 더스트볼, 천둥 같은 트랙터 소리.
태풍과 가난을 탈출한다. 66번 도로는 서부 개척 시대에는 금광을 쫓는 사람들의 길이었고, 대공황 시기에는 일자리를 잃고 굶주린 사람들이 포도와 오렌지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66번 도로는 시기마다 이주민이 운전하는 차로 가득했다. 이들은 누구나 성실하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여정을 떠났지만, 불행하게도 66번 도로는 꿈의 허상과 냉혹한 현실로 그들을 인도했다.  - P48

사람들은 본인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롤랑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읽으면 왜 우리가 질투를 부끄러워하는지 알게 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 P120

<마담 보바리>에서 요리는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등장인물의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와 욕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마담보바리>에서 요리는 사랑을 전달하는 매체로 자주 사용된다. 우선 샤를의 어머니는 의학 공부를 하러 타지로 간 아들에게 매주구운 송아지 고기를 보냈고, 엠마의 아버지이자 샤를의 환자였던 루오노인은 다리를 고쳐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매년 칠면조를 그에게 보낸다. 그리고 엠마는 불륜 상대와 맛난 음식을 나눠 먹는다. - P129

이렇듯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은 지식을 얻는 장소가 아니었고 오히려 해로운 지식을 차단하고 감추는 곳이었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수도원 도서관은 도서 목록을 암호화해 사서만이 어떤 책이 있는지 알수 있도록 했다. 일반 수도사들은 도서관에 구체적으로 어떤 책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게다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었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다시 나오는 길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매우 한정된 사람에게만 출입을 허락했다. - P142

 도스토옙스키는 바덴바덴에서 도박에 쓸 요량으로투르게네프에게 50 루블을 빌리고 갚지 않았는데 투르게네프는 이 일을 잊지 않고 연기》라는 소설에 100루블을 빌리고선 갚지 않은 채 유유히 바덴바덴을 떠나는 한 배은망덕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인물의 모델이 자신이라고 확신해 《연기》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질세라 《악령》에서 투르게네프를 비꼬고 비판하며 복수를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투르게네프의 친유럽적인 사고를 풍자한 것으로 모자라 그의 성격까지 꼬집어 비판했다. - P172

다른 문화가 주로 곡식을 지킬 용도로 고양이를 곁에 두었다면 우리나라는 좀 더 숭고한 이유로 고양이를 들여왔다. 한반도에 고양이가 들어온 시기는 고구려가 중국에서 불교를 수입한 서기 372년 전후이다. 신앙심이 도타웠던 우리 조상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불교 경전을갉아 먹는 쥐를 퇴치할 목적으로 고양이를 들여왔다고 한다. - P181

(제임스 조이스가 피네간의 경야를 집필하면서 원고를 마감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공저자를 구하는데)고심 끝에 낙점한 사람이 제임스 스티븐슨이었다. 그가 자신과 친하다거나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아니었다. 제임스 스티븐슨과 공저를 하면 그가 사랑했던 더블린 위스키 ‘존 제임슨 앤 선 John Jameson & Son‘의 첫 글자인 "JJ&S‘를 책 표지에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194

젊은이들이 로큰롤에 맞춰 춤을 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성 세대가 혀를 차던 시대에 가정주부가 버젓이 위스키를 즐긴다는 소설의 묘사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큰 파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숨을 죽이고 살던 여성들은 《페이턴 플레이스>의 애독자가 되었고 여권 신장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작가인 그레이스 메탈리어스는부와 명예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 페미니즘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소설 한 권으로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명제를극명히 증명하기도 했다. 명성과 악평이 동시에 오가는 혼란에 메탈리어스는 담배와 술에 의지했다. 온갖 소송에 휘말렸으며 남편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자식들은 괴롭힘을 당했다. 급기야 그녀의 결혼생활은 종지부를 찍었고, 그녀는 7년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페이턴 플레이스>는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자리를 59주 동안 지켰으며 미국에서 오랜 기간 가장 많이팔린 소설로 남았다. 순위를 이어받은 소설은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발표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 P198

애초에 문학 전문 서점을 대내외에 공표했을 때부터 마리서사의운명은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점 문 오른쪽에는 프랑스어로LIBRAIRIE MARIE‘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Littérature(문학),
Poésie(시), Drame(연극), Artistique(예술)‘, 문 왼쪽에는 한글로 ‘마리서사‘라는 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문학 전문 서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종로 대로에 자리 잡은 마리서사는 일반 독자와 문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 P221

다이어트가 근대의 산물이라는 점이 다이어트를 규정하는 첫 번째특징이라면, 두 번째는 다이어트가 지극히 ‘미국적인 문화‘라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이어트의 초강대국은 미국이다. 왜 하필이면 미국이 다이어트의 본산이 되었을까? 정답은 19세기 말 미국 식탁의 극적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식탁이 갑자기 풍요로워졌고 기름진 음식은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국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야말로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탄생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은하와이의 예로 증명된다. - P240

살진 남성은 엄청난 힘을 가진 무서운 존재로 여겨졌지만, 살진 여성은 환자로 치부되었다. 이렇게 비만한 남성과 여성의 평가가 완전히달랐고 비만 남성에게는 격려가 쏟아졌지만 비만 여성에겐 치료와 관찰이 뒤따랐다. 여성의 비만은 돌이킬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운명 같은것으로 여겨졌다. 자신의 의지로 신체를 바꿀 특권은 오직 남성에게만 속한다는 사고가 지배하던 시절, 미국의 성직자이자 그레이엄 크래커의 발명가로 잘 알려진 실베스터 그레이엄은 감히 여성에게 다이어트를 권하는 강연을 하다가 대중의 공분을 샀고 강연장에 폭도들이 난입하는 곤욕을 치렀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대로 체형을 가꾸고 새로운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동안 남성이 독점했던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문화가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에게 다이어트를 권한 그레이엄의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불온하게 여겨졌다.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가꾸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즉 다이어트와 여성의 권리는 동반자로함께 성장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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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08-08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에서 건져올리고 싶은 책이 많을 것 같네요.
다이어트 면에서 남녀차별 의식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건강면에서는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긴 하지요.
건강하고 편안한 나날 보내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8-08 22:52   좋아요 1 | URL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 바로 새로운 책을 막 건져올리는거예요. 문학과 인문학이 아주 즐겁게 만나고 있어서 읽으면서 즐거웠습니다.
다이어트부분은 당시에 실제로 사람들의 의식이 저렇게 차별적이었던건데 뭐 지금이라고 아주 달라지지는 않은것 같아서 늘 씁쓸한 부분이죠. 모나리자님도 건강하고 편안한 날 되세요. ^^
 













근대 이전의 시기에 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굉장한 사치품이다.

일단 재료 자체가 모두 고가의 사치품들이어서 사실상 미술은 지배층의 기호에 맞춰 그들을 위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상공업의 발달로 서민층 중에서도 경제적 여유를 가지는 사람이 나타나고 이는 이들 서민층의 문화적 욕구 향상으로 이어지며 이른바 서민문화라는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상공업이 일찍 발달했던 네덜란드에서 정물화가 등장하는 것이나, 일본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우키요에가 양산 되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17-18세기에 이르면 서민층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그림 이른바 민화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예술적 욕구라는 것은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별거 아니다.

지금 내가 나의 인테리어 욕구와 좋아하는 그림을 매일 보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로 이미테이션이라도 그림 한점 벽에 걸어두고 싶은 것 그것일 따름이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자식이 결혼하는데 이왕이면 멋진 병풍그림으로 미래를 축복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테고, 다행히 장수한 부모의 회갑연을 좀 더 멋지게 꾸며주며 계속 건강을 기원하고 싶은 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멋진 8폭 병풍을 마련하고 싶지만 사실상 이것도 쉽지는 않아 대부분의 병품 그림들은 마을이나 집안에서 공동으로 돈을 모아 화가를 고용해 그리게 하고 마을 전체가 필요할 때마다 빌려쓰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이런 유행으로 인해 민화라는 장르가 탄생하고, 화가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예술의 분야가 등장한 것이니 이것만으로도 좋을 일이다.

다만 조선 시대는 화가를 교육하는 기관이 국가기관인 도화서 이외에는 없었고, 실제 도화서에 들어간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으니 민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화가인 경우가 없었다. 

그저 주변에서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사람 정도랄까?

일본이나 서양처럼 사설 도제 시스템이 발달한 것도 아니어서 민화의 예술적 수준은 사실상 조야하다고 할까?

그나마도 이것이 오랜 시간의 축적을 거치면서 좀 더 나아갔다면 뭔가 획기적인 변환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에는 민화의 발달과 축적 기간이 너무 짧기도 했던 듯하다.


그러므로 민화를 만날 때에는 다른 전문 화가의 그림을 보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민화는 실용적인 그림이다.

백성들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두고 그림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지 못했고,

그러니 그림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그런 가운데 기왕이면 그림도 잘 그렷으면 좋은, 그러니까 목적과 실용성이 우선시 되는 그림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화를 만날 때는 그림속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그 다음에 화가가 나름대로 펼친 발상이나 기교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예술성만으로 따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민화가 얼마되지 않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민화들을 소재에 따라 분류하고 그림들에 담겨있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하고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십장생도나 노송도 괴석도에 담긴 불로장생의 염원, 온갖 꽃그림에 담겨있는 출세와 다산, 복된 삶에 대한 기원, 석류나 과일그림에 담겨있는 다산에 대한 기원, 기러기 원앙에 담겨있는 부부간 금슬에 대한 기원같은 것을 읽는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원앙에 대해서 부부애의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원앙이 부부애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맞다. 하지만 원래 중국에서는 원앙은 자식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뜻이 달라진 경우다. 솔직히 원앙은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수컷을 그대로 집을 나가 다른 암컷을 찾아가고 암컷혼자 새끼를 기르는 진짜 빌어먹을 새인데 도대체 왜 이놈이 부부의 금슬의 상징이 되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 책에서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그저 관습적으로 원앙의 부부애를 얘기해서 좀 아쉬웠다. 심지어 원앙이 암컷의 각자 날개 한개씩으로만 쌍을 이뤄 난다는 물리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도 거르지 않고 서술하고 있어 많이 아쉬움......)

그리고 민화의 분류 중 산수화나 기록화의 경우는 민화의 범주로 넣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었다.

특히 기록화의 경우는 도화서나 국가기관들의 명으로 인해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소수의 몇몇 작품을 가지고 민화의 범주로 넣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형태의 정리도 사실 쉽지 않은게 민화라는 장르 자체가 메이저 장르가 아니고 연구자도 그렇게 많지 않으며 이것을 제대로 모아서 전시한 곳도 몇몇 지방 개인 박물관에 불과해 얼마나 어려웠을지가 짐작이 된다. 책을 보다 보면 설명은 있는데 도판이 없는 경우가 몇 군데 있어 아마 촬영허가나 수록허가를 받지 못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도판들이 눈에 익은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몇몇 도판들은 또 처음보는데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 찍어봣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많고 여러가지 설도 많은데 이 그림은 특이하게 목잘린 공작과 호랑이 그리고 토끼다. 

토끼는 흔희 호랑이의 심부름꾼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 그림의 호랑이는 위협적이기는 커녕 길 물어보는 지나가는 불쌍한 호랑이처럼 생겼다. 뛰어가다 뒤를 돌아보는 토끼의 표정도 심드렁해서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모습을 연출했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뭐든지 당대의 정치 사회상과 연결하기 좋아하는 나의 병으로 파악한다면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백성들이 보던 관리의 모습이 저 호랑이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해본다.




앞의 그림과 다른 권위적이고 젠체하는 호랑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증거를 발견했다. 심지어 호랑이 담배 시중은 토끼가..... 

그런데 호랑이가 백수의 왕이라기 보다는 꼭 늙은 탐관오리 같아 보이는건 내 눈에만 그런건가?



호랑이 가죽을 그린 <호피도>이다.

7폭의 병풍을 호피무늬로 채운 구성의 대담함과 과감하게 세부무늬를 생략한 감각이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쪽은 순전히 내 취향.

그림도 현대미술을 더 좋아하고 도자기도 백자나 청자보다는 분청사기를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분청사기의 대담한 무늬들의 감각이 굉장히 현대적이기 때문.



민화에서는 사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 그림속 사슴은 구애하는 숫사슴, 너는 내 취향 아니야 하는 암사슴정도 될까?

사슴의 표정이 좋아서 사진으로 담아왔다.



 이 서재의 모습을 그림 책가도는 민화 중에서도 명품이고 유명한 그림이다.

어쨌든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그림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서재의 그림을 그리는 심리는 결국 자랑질이다.

내가 이사하고 새로 꾸민 서재를 알라딘 서재에 올려놓고 자랑질 하는 마음과 똑같은....

인간의 이 과시욕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랄까?



그런가 하면 서재를 장식한 호피도 자랑하고 싶고 서재도 자랑하고 싶은 욕심많은 누군가는 이렇게 호피도를 그리면서 호피를 장막처럼 펼쳐 그 안의 서재를 보여주며 자신의 지적인 면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속물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인간이 뭐 별거 있겠는가?

우리 모두 이렇게 조금씩은 다 속물적으로 살아가고 있을테니 말이다.



초충도는 실물에 가깝게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다.

민화 중에서 이렇게 섬세하게 아름답게 그린 초충도는 처음이었다.

고만고만한 민화들 속에서 이런 명품을 발견하면 눈이 확 뜨인다.

조선 후기의 경제적 성장이 좀 더 지속되고 세도정치의 폐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면 화가들의 연결망이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민화 역시 기술적 예술적 발전을 한층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지는 대목이 이런 그림을 발견할 때이다. 



이건 재밌어서 촬영한 그림

목숨 수자와 복복자를 여러가지 형태로 만든 문자도

조선시대의 이모티콘이라고 할까? 


이 책은 민화에 대해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

쉽게 민화의 의미와 종류, 그리고 다양한 도판들을 볼 수 있고, 설명이 쉬워 입문자용으로 좋은 책이다.

좀 더 민화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면 다음 책을 추천한다.

아래 책 중 뒤쪽의 2권 강우방 선생님의 <민화>와 <한권으로 보는 한국의 민화 101장면>은 나도 못본 책인데 공부안하는 사이 또 이렇게 연구서들이 나와 있었다.

한동안 우키요에의 세계에서 헤맸으니 민화의 세계로 들어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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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8-05 1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미술에서 항상 기본점수, 기본으로 주는 점수만 받았던 사람으로서, 전 정말 평생 가도 이런 책을 한 번도 안 읽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바람돌이님 페이퍼는 그림 보면서 설명 읽으면서 차근차근 읽어가니 민화에 대해 1이라도 배운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전 첫번째 공작이랑 호랑이, 토끼 그림 좋아요. 호랑이 이렇게 웃기게 생길 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화를 만날 때는 그림속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그 다음에 화가가 나름대로 펼친 발상이나 기교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바람돌이님의 민화 보는 법> 제가 오늘 픽한 문장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서울은 31도에요. 헤헤헤.

바람돌이 2022-08-05 21:14   좋아요 4 | URL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미술실기에서 기본 점수만 받았던 사람에 저도 포함입니다. 이른바 똥손!!! ㅋㅋㅋ
부산은 오늘 32도에 낮에 온 소나기로 습도작렬입니다. ^^ 이 더운 여름 역시 책과 함께 우리 잘 버텨보아요.

새파랑 2022-08-05 2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토끼 다리가 너무 길어보입니다 ㅋ 바람돌이님 요새 그림에 푹 빠지신거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2-08-05 21:16   좋아요 5 | URL
그림은 원래 다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보는편이었는데 요즘 한동안 뜸했네요. 이렇게 다시 또 챙겨보기 시작하니 좋네요.
그리고 방금 새파랑님 말씀으로 알았습니다. 저 토끼가 거만한건 다리가 길어 호랑이정도는 쉽게 따돌릴수 있어서라는걸요. ^^;;

청아 2022-08-05 2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조류 다큐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원앙을 부부간 금슬좋은 의미로 설정한데에는 다분히 고의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알면서도 수컷의 자유를 허가해주는 사회적 묵인?뭐 그렇게 들었습니다.
마지막 그림. 어쩐지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ㅎㅎ

바람돌이 2022-08-05 21:19   좋아요 4 | URL
아 진짜 빌어먹을 남자들의 세계.... 알면서 지들의 자유를 위해 저런식으로 설정하다니 더더욱 짜증입니다.
마지막 그림은 저도 귀여워서 선택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6 08:59   좋아요 4 | URL
우영우도 바로잡아 줬어요.
원앙은 결코 금슬 좋은 부부 새가 아니라구요ㅋㅋㅋ
저도 드라마 보면서 그래? 생각했더랬습니다.

청아 2022-08-06 09:3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도 그 부분 봤습니다ㅋㅋㅋ그래서 작가도 그 다큐를 본것인가? 생각했더랬죠^^

페넬로페 2022-08-05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민화를 보면 왠지 친근감이 들고 별도의 해석없이도 볼 수 있으니 좋아요.
책가도는 지인이 보내 준 우표에 있어 더 반가워요~~

바람돌이 2022-08-06 15:33   좋아요 3 | URL
서양화를 볼때는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느낌인데 우리나라 문화를 볼때는 공부하자 않아도 그냥 이해되는 지점들이 많아요.. 이런게 문화적 환경이구나 싶어요.
책가도 우표를 보내주는 지인이라니 부럽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7 0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들을 보니 해학적인 면에서 독특하고, 기발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모티콘 그림들도 그렇고, 호랑이랑 토끼의 모습도 그렇고....ㅋㅋㅋ
만약 그 시기에도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 쏟아져 나왔겠죠?^^

저도 그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예쁜 그림 자꾸 보고 싶고, 보다 보면 갖고 싶고 막 그렇더라구요. 근데 그림들이 넘 비싸니 엽서랑 냉장고 자석만 사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는데 바람돌이님의 이미테이션 그림 한 점 벽에 걸어두어 매일 보고 싶으시다는 말씀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어제의 마티스 작품이 눈에 아른아른 거립니다^^
저는 작년에 홈쇼핑에서 모네의 수련을 사서 걸쳐 놨어요ㅋㅋㅋ
이미테이션이라도 늘 예쁜 그림 보고 있음 기분이 좋아집니다.
민화쪽은 책가도만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자꾸 보니까 까치랑 호랑이가 은근 참 정겹게 보이네요~~ 기회 되면 바람돌이님 가르침대로 민화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8-06 15:41   좋아요 3 | URL
저 시절에 그림 재료들의 가격도 좀 내리고 일반 서민화가들의 조합이나 공방같은 것들도 좀 많이 만들어지고 했다면 민화의 수준도 훨씬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큽니다. 그리고 책의 도판 상태가 좀 좋지 않아요. 이것도 원래의 종이나 물감 질, 그리고 그림의 보존상태 등 원본의 훼손이 심해서인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움을 더하네요.

저도 사실 마티스의 그림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그림들은 엽서나 포스터 마그네틱으로 사서 여기 저기 눈에 보이는대로 두는 편입니다. 얼마전에는 아끼던 김홍도의 사랑스러운 노란 고양이 그림을 직장 공사땜에 책상 치우면서 잃어버려서 애통해하는 중입니다. 이거 다시 구하기도 힘든건데....ㅠㅠ
민화의 까치호랑이 그림은 저도 좋아하는 소재라서ㅠ나무님 표구는 어떤 그림인지도 보고싶네요.

페크pek0501 2022-08-06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화에 대해 알고 싶으면 소개해 주신 책을 읽어야 할 같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실용적인 그림이어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네요.
서재를 뽐내고 싶다기보다 보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어요.(사실 저도 속물근성의 1인자)ㅋ

서울은 지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중...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시원함이죠. 이 시원함을 바람돌이 님께 선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06 15:46   좋아요 2 | URL
뭐든지 단 한가지만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없으니 사실 과시욕과 주변에 좋은 자극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섞여 있다고 봐야겠죠. ㅎㅎ 뭐 그래도 이런 속물근성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속물근성 많이 가진 저를 위해서요. ㅎㅎ

어젯밤 운동 중에 불던 시원한 바람이 페크님이 보내주신거였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요. 오늘 부산 35도 지금 현재 찍고 있습니다. 체감온도 37도. ㅠㅠ

mini74 2022-08-06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키요에 다음 민화 ! 바람돌이님의 여름엔 왠지 연꽃들이 나풀거리고 나비가 날다가 호랑이가 한대 필래? 하며 곰방대를 내밀것 같은 ㅎㅎ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8-07 13:55   좋아요 2 | URL
미니님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신선이 된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아침 운동길에 연꽃도 피었고, 나비도 날아다니고 이제 호랑이만 나타나서 곰방대 내밀면 되어요. ㅎㅎ 미니님 리뷰도 기다립니다. ^^

희선 2022-08-07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충도 하니 신사임당이 생각납니다 잘 그린 그림만이 좋은 건 아니겠지요 그림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첫번째 그림 토끼가 염소 같기도 합니다 담배 피우는 호랑이 시중드는 토끼도 재미있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07 13:5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신사임당이 초충도를 잘 그렸죠. 민화들의 초충도는 퀄리티는 사실 많이 떨어지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보는 재미가 있달까요? 희선님 얘기듣고 그림 다시 보니 토끼가 진짜 아기염소같네요. ^^

희선 2022-09-08 0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는데, 바람돌이 님이 보신 이 책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책 빌려서 그때는 못 빌렸네요 언젠가 볼지...


희선

바람돌이 2022-09-08 2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언젠가 천천히 보면 되죠. 뭐 그러다 잊히면 아 인연이 아니구나 하면 되고요. ㅎㅎ
저도 도서관 갔을 때 지인님들이 추천해주신 책 보면 괜히 반갑더라구요. ^^

mini74 2022-09-08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관왕?!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9-08 22:20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2관왕! 적립금도 저보다 만원 더 많은..... ㅎㅎ 저도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9-08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9-08 22:2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2관왕 축하드려요. 당선되신 글들이 모두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이었어요. ^^

그레이스 2022-09-10 08:53   좋아요 1 | URL
지금 다시 읽었습니다.
이 리뷰 올리셨을때 제가 무척 정신이 없었나봅니다.
이렇게 좋은 책과 리뷰를 그냥 훑듯이 지나갔네요.
책가도! 독서를 좋아했던 정조가 만들어낸 장르였다고 다른 책에서 봤어요.
그래서 책걸이 그림이나 책가도가 나오면 유심히 보게 돼요.
명절 잘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9-12 16:06   좋아요 1 | URL
책가도가 정조가 만들어낸 장르였다고요? 처음 알았어요.
경연때마다 신하들 가르치기 좋아해서, 경연의 역할을 뒤바꿔버렸던 정조니 뭐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레이스님도 즐거운 명절 되셨기를요. 음.... 저는 명절 싫어합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9-08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관왕 축하드려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9-08 22:22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축하드려요. 좋은 글은 항상 화가님이 써주시는걸요. 저야말로 항상 감사드려요. ^^

얄라알라 2022-09-08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고렇게나 추천해주셧는데 서문만 읽고 반납했는데 다시 자극받습니다

축하드립니다요 바람돌이님^^
호피도만큼이나 인상적인 페이퍼!!

바람돌이 2022-09-08 22:23   좋아요 3 | URL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항상 시간에 쫒기는 문제가.... 저도 여러번 대출하는 책 많은걸요.
축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9-10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봤네요? 역시~👍👍 축하드립니다. 이런 책이 선택되니 더 좋네요.
건강하고 해피한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9-12 16:04   좋아요 1 | URL
추석 즐겁게 잘 보내셧나요? 저도 오늘에야 서재 들어왔어요
서재에는 안들어와도 책은 대충 읽었는데 리뷰도 막 밀리고, 너무 먹어대서 얼굴은 똥그래졌고, 그래서 막 슬퍼졌어요. ㅎㅎ
 

오랫만에 가족 전체가 마티스 전시회를 보러 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이것도 참 오랫만인듯....

어릴 때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워낙에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다행히도 딸 둘이 모두 전시회나 박물관은 좋아한다.

물론 바쁘신 대학생들 시간 맞추기는 정말 어렵지만..... 원래 방학맞은 백수 대학생이 제일 바쁜 법..... ㅠ.ㅠ


내게 가장 좋아하는 화가를 꼽으라면 부끄럽지만 피카소, 마티스, 그리고 김홍도.

왜 부끄럽냐면 도대체가 저 이름들이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원래 나 음악 좀 알아요 할려면 자고로 조용필 이미자 이런 사람 이름 대면 안된다.

남들 잘 모르는 인디밴드 이름 하나쯤 말해야 아 저 사람 음악에 진심이구나 하는 법.

그런데 피카소, 마티스, 김홍도는 그림에 1도 관심없는 사람도 다 아는 이름이니 폼이 안난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역시 피카소, 마티스, 김홍도다.

진심으로 이들의 그림이 맘에 안드는 작품을 본 적이 없고, 마티스는 일관된 패턴이 있어 몰라보기가 힘들지만, 피카소나 김홍도는 그들의 작품인지 모르고 볼때도 임팩트가 장난 아니다.

이들의 작품을 단 한점씩 나에게 누군가가 하사하신다면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를 갖고싶고, 피카소는 <해변에서>, 그리고 마티스는 <폴리네시아의 하늘>과 <폴리네시아의 바다>연작

음..... 로또가 당첨돼도 안되겠구나..... ㅎㅎ


어쨋든 오늘은 마티스 전시회다. 얼리버드 티켓을 미리 끊어두어서 반값으로 전시회 관람.



입구에 커다랗게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배치해서 포토존을 만들어 놨으니 당연히 여기서 인증샷!

큰 딸이 여기서 찍어준 인증샷이 맘에 들어서 아주 흡족하지만, 나는 부끄럼쟁이이므로 인증샷은 나만 간직하고 즐기기로....


전시회장 안에서 또 다른 이카루스 작품 발견.

바로 추락하는 이카루스

이 작품은 처음 보는데 이카루스 두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걸 보니 갑자기 이카루스의 추락이 막 실감나는....




전시회장에 들어가자 마자 피아노 음악소리가 경쾌하다.

설명을 보니 전시음악을 작곡가 정재형이 담당해서 전시회장을 음악으로 가득 채운 것.

첫번째 주제가 마티스의 재즈, 두번째 서커스인데 음악과 함께 하는 전시회 관람이 더 흥겨워지며 컨셉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쪽은 촬영금지.

왜 그럴까 보니 마티스의 원본 색종이 작업물들과 이 작품들의 판화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판화 작품 역시 마티스 당시에 인쇄댔던 오리지널 작품들이라 아무래도 카메라 빛에 훼손이 우려되는 듯....

어쨋든 나는 말 잘 듣는 사람이니까 열심히 눈으로만 보고 아쉬움은 <재즈>시리즈 엽서 세트를 사는 것으로 만족.

하지만 이곳의 작품들은 원색의 강렬한 색감과 율동적인 포즈들, 대담한 구성들이 정재형작곡가의 음악과 어우러져 흥겨운 관람이 될 수 있었다.


이후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은 아트북영역부터.

마티스는 아트북 제작에도 열정적이어서 그가 만든 아트북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마티스가 디자인한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집 아트북

네 <미라보 다리>의 그 아폴리네르입니다.

아폴리네르의 이름을 감각적으로 타이포그래피로 만든 표지

그리고 그 내부의 그림들은 



벽면에 이렇게 전시되어 있다. 저 얼굴들은 아폴리네르



이렇게 선 몇 개로 한 인물의 특징과 표정을 잡아내어 표현해버리는 이 화가는 진정 천재가 분명하다.

나디아라는 한 인물인데 왼쪽 부터

<나디아, 웃는 얼굴>, <뾰족한 턱을 한 나디아>, <오른쪽을 바라보는 나디아>, <쾌활하게 웃는 나디아>인데

내 맘대로 연작 전체의 제목을 지어봤다.

<나디아가 싫어합니다.> 

아니 모델 얼굴을 끝에 갈수록 저렇게 다 생략해버리면 어느 모델이 좋아하겠냐 말이다. ㅎㅎ



좋아하는 마티스의 드로잉들과 색종이 작업물들도 많아 기분좋게 전시회 관람하다가 저 방들에서 미대 다니는 딸과 잠시 대화를 했다. 

"야 마티스는 진짜 선 몇개, 색종이 가위질 몇번으로 이렇게 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냐? 진짜 대단하다 그치"

"엄마 진짜 대단한건 이렇게 기괴한 포즈를 진짜 대충 그린것처럼 쓱쓱 그렸는데 인체 비례가 틀린게 하나도 없어"

아 여기서 미술을 책으로만 공부한 나와 입시미술 인체 데생을 수백번 그려댄 딸과의 차이를 느끼다.

여기서 딸이 그려왔던 수많은 인체 데생의 어색한 부분들이 떠오르며 아 이런 인체 묘사가 그냥 아무렇게나 슬슬 되는 것이 아니구나 느끼고,

그림을 직접 그리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적인 부분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걸 느끼며 오늘은 딸에게서 마티스를 배운 날이 됐다. 



마티스의 그림이 즐거운만큼 관람 역시 즐거웠고,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가는 것처럼 또 마그넷 2개와 재즈 시리즈 엽서 세트를 사는 것으로 관람의 아쉬움을 보충. 

오랫만에 삼겹살로 배채우고, 마무리는 집앞에 내가 애정하는 돼지빙수집의 팥빙수로.




앗 마지막으로 쬐끔 부끄럽지만 자랑질.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올 때 마티스의 그림 <폴리네시아의 바다>에 팍 꽂혀 있을 때라 벽 인테리어로 나름 거금을 들여 마티스 <폴리네시아의 바다>를 아트포스터로 주문.

물론 원래 이 그림은 엄청나게 큰 그림으로 우리집 액자는 겨우 4분의 1정도 크기.

그래서 원작의 감동은 못느끼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흐뭇해지는 액자다.

원작을 걸려면 집을 두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니까 요것도 패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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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8-04 1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색깔이 너무 시원해서 보기 좋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08-04 21:22   좋아요 4 | URL
마티스는 색채! 마티스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봄날의 가벼운 기쁨이기를 바랬죠. 서곡님에게도 저 색채들이 무더운 여름의 잠시의 시원함이었다니 다행입니다. ^^

scott 2022-08-04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티스 그림 여름에! 딱 어울리죠
시원, 시원!

마티스 미술관(니스)에 살고 싶었을 정도로 멋졌던!

부산 팥빙수 서울 보다 팥을 정말 많이 주네요^ㅎ^

바람돌이 2022-08-04 23:16   좋아요 3 | URL
저도 니스 가고싶어요. 사는건 전 지금 사는 이 도시를 너무 사랑합니다. ㅎㅎ
심지어 저 팥빙수 반쯤 먹고 나면 팥 원래 양만큼 리필해줍니다. 가격도 서울 가격의 반이던데요. 얼마전 서울갔다가 팥빙수 먹으면서 눈물났어요. 우리동네 6500원짜리 저 팥빙수 양만큼 주면서 13000원. 심지어 팥 리필도 안해줘.... ㅠㅠ

책읽는나무 2022-08-04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티스 좋아해요^^
부산에서 전시하고 있나 보군요?
꿀팁입니다^^
팥빙수!!! 팥이 흘러 넘칩니다ㅋㅋ
예전에 어디였었나? 이기대였었나? 거기 근처에 오래된 팥빙수 집에서 팥빙수를 먹었었는데 가격이 굉장히 착했는데, 근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바람돌이님 부산 팥빙수 사진 보니까 그때 먹었던 조그만 팥빙수 생각이 납니다^^
액자는 제목이 <폴리네시아의 바다> 군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바다 속 들여다 보는 듯 합니다. 집안에 걸어두었음 이쁠 것 같아요.
특히나 지금 이 계절엔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마티스 최고에요^^

바람돌이 2022-08-05 15:37   좋아요 2 | URL
팥빙수가 사진 찍는거 깜박해서 두입 먹고 찍은거라.... ㅋㅋ
이집은 돼지팥빙수라고 체인점이 몇개 있어요.지역채인점이랄까? 하여튼 중요한건 너무 맛나다는... 나무님 혹시 가신곳은 이기대면 용호동 할매팥빙수 아니었을까요? 여기 찐 맛집으로 유명한곳. 하지만 저도 멀어서 팥빙수 하나 먹자고 여기까지 가기는 좀.... ㅎㅎ
지금 마티스 전시회가 10월까지 하는데 대연동 문화회관이어요. 나들이삼아 전시보시고 공원칼국수 먹고 용호동 가서 할매팥빙수먹으면 딱 좋겠네요. ㅎㅎ

희선 2022-08-05 0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즐겁게 보시고 오셨군요 마티스 좋아하시면 어때요 이름이 잘 알려졌다 해도 그림도 다 알지는 못하기도 합니다 바람돌이 님도 따로 좋아하시는 그림을 액자로 만드시기도 하다니, 멋지네요 진짜 그림은 아닐지라도 저렇게라도 그림을 즐기시는군요 그림뿐 아니라 음악도 그림에 잘 맞았나 봅니다 전시회장은 조용할 것 같은데 음악이 나오는 전시회장도 좋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05 15:40   좋아요 2 | URL
그쵸 희선님. 좋은곤 어쩔 수 없어요. 마티스 보고 나면 너무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집이 넓다면 걸어놓고싶은 그림은 많지만 걸어놓을 벽이 없네요
ㅎㅎ 재즈풍의 음악이 굉장히 경쾌해서 전시회장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저는 좋았습니다.

coolcat329 2022-08-05 0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예쁜 블루입니다. 마티스 전시회 삼겹 팥빙수~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집에 있는 아트포스터 정말 예쁩니다.

바람돌이 2022-08-05 15:41   좋아요 1 | URL
마티스는 블루!!! 물론 다른 색채도 자유자재로 쓰는 마티스지만 저는 유난히 저 블루가 좋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8-05 1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티스 전시회 너무 근사합니다. 바람돌이님 덕분에 찬찬히 구경한 느낌이 나네요. 저는 <나디아 시리즈>가 좋아요. 선 몇 개로 저렇게 표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고요. 아님, 이런 상징을 이해하는 우리가 대단한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리네시아의 바다>가 걸려있는 집이라니 넘나 아름다운 것입니다. 볼 때마다 뿌듯하실 거 같아요. 아주 한 쪽면은 시원~~ 할 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8-05 15:44   좋아요 3 | URL
네 전시회가 오랫만이기도 하고 더구나 마티스여서 더 좋았어요. 전시회장에는 나디아시리즈 외에도 다른 인물 시리즈도 많아 정말 감탄하면서 봤다죠.
집에 그림은 현관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벽에 걸어놨어요. 집에 들어올때마다 기분 좋으려구요. ㅎㅎ

새파랑 2022-08-05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이 마티스의 이카루스군요 ㅋ 전 헤밍웨이의 책 표지로 알았는데 😅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였던거 같은데 ㅋ 미술관도 가시고 완전 부럽습니다 ^^

바람돌이 2022-08-05 21:28   좋아요 2 | URL
민음사판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표지가 이 그림이네요. 이 책은 안 읽은 책이라 표지와 어울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티스 그림이 표지라는 이유만으로도 급 땡깁니다. ㅎㅎ 미술관은 가면 시원합니다. 이 전시도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 먼저 했더라고요.

mini74 2022-08-06 1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넘 부럽습니다 ㅎㅎ 그림도 팥빙수도 시원시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2-08-07 13:57   좋아요 1 | URL
전시회? 집에 걸어놓은 그림? 아님 팥빙수 어느쪽이 부러울까요? ㅎㅎ 저 팥빙수는 사실 악마의 유혹입니다. 매일 먹고 싶은데 딱 산책나가는 길에 저 가게가 있어요. 허벅지 살 꼬집으면서 지나가면서 안돼 안돼 일주일에 1번만 먹어 이러고 지나다닙니다. ㅎㅎ

stella.K 2022-08-0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그림이지만 저 팥빙수에 꽂혔습니다.
저도 올여름이 다 가기 전에 팥빙수 한 사발 먹어야할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ㅠ

바람돌이 2022-08-07 20:28   좋아요 1 | URL
에고 많이 바쁘신가요? 팥빙수 한그릇 먹을 시간이....
빨리 시간이 나서 근처 팥빙수집이라도 다녀오실 수 있기를요. 이렇게 더울 때 먹는 팥빙수는 사랑이니까요. ^^

모나리자 2022-08-08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랑색은 기분전환에 좋다고 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맛있는 팥빙수가 더 눈에 띄네요.ㅎ

바람돌이 2022-08-08 22:50   좋아요 1 | URL
아 파랑색이 그렇군요. 실제로 쨍한 파란색을 보면 늘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 모나리자님도 맛난 팥빙수와 함께 더위를 이겨보세요. ^^
 

민화는 회화적인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앞서는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다. 민화에 이처럼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민화의 올바른 감상법은 그려진대상이 상징하는 것과 내용이나 발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화의(意)를 파악해서 음미하며 읽어내는 것이다. - P83

민화에 나타나는 새는 반드시 암수 한 쌍으로 의좋게 노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모습은 부부가 화합하고 금슬이 좋은 모습에 비유된다.  - P97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 보아 잘여문 연밥과 백로는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백로는 한반도에서 여름을 나고 찬바람이 불면 남쪽나라로 이동하는 철새이며, 연밥은 더위가 가시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야 무르익는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로만따지자면 백로와 연밥은 서로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의 안락함을 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의 이치로만 해석할 수 있겠는가. 민화의 특징은 이처럼 사실을 있는 그대도 잘 묘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염원과 바람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 P109

부부의 금슬을 말할 때는 원앙(鴛)을떠올리게 된다. 원앙은 등에 은행잎 모양의 깃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앙은 암수의 금슬이 어찌나 좋은지 항상 쌍으로만 놀고, 날 때도 암수가 서로 몸을 붙인 채 수컷과 암컷이 각각 한쪽 날개만을 쓴다고 한다. 원앙은 한쪽을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 하여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새다. 다복한 복록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 P113

이렇게 해서 까치 호랑이 그림은 까치와 호랑이가 각각 서낭신과 산신령의 심부름꾼으로 신탁을 전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타락하고 무능한위정자들을 꾸짖고 조롱하는 평민들의 외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 설화속의 호랑이 재판에서 까치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 단순히 새해의 기쁨을 알리는 길상적 의미의 세화 등 각각 그 뜻을 달리하는 네 방향으로 가늠해볼 수 있겠다. - P131

책가도는 문방사우(文房四友圖), 책탁문방도(文房圖), 기명화(器), 기용도(圖), 문방도(文房) 등으로도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순우리말표현인 ‘책거리‘라고 쓴다. ‘거리‘란 길거리와 같은 도로, 일거리와 같은 작업,
반찬거리와 같은 사물, 굿거리 같은 춤이나 연극의 장면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인데, 책거리에서의 거리는 구경거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시 말해 책거리는 책을 중심으로 사물들을 늘어놓은 모습, 혹은 책장 속에 배치해놓은 문방사우나 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구경한다는 뜻이다. - P183

글 읽기를 즐기고 학문의 길을 추구하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고스란히 유추해볼 수 있는 그림이다. 예컨대 책거리에서 서가에 쌓인 많은 책들은 선비들이 가장 이상으로 여겼던 학식을 쌓고자 했던 마음과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는 남에게자랑삼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 P185

책거리는 산수화나 화조도와는 달리 입체적인 느낌이 나도록 사물을표현하고 있다. 책거리의 책은 가까운 것은 크게 그리고 멀리 떨어질수록 점점 작아지게 그린 것이 아니라,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원근법으로 그렸다. 시점 또한 특정한 시점이 없거나 여러 개의 시점으로 그리는 다시점(多視點)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책거리만의 특징인 이 독창적인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 P190

우리나라의 지도화는 단순한 지도라기보다는 지도와 그림이 어우러진 특이한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민화의 한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지도화는 지관(地)들이 지니고 다니던 풍수도와 함께 서민들의 자연과 풍수에 대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지도하는 섬세한 표현기법으로 산세와 가옥, 그리고 나무와 물 등 자연묘사에서 독특한 시점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들은 중앙을 기준으로위와 아래, 좌측과 우측에 있는 산을 각각 다른 시점으로 그렸다. 이것은 화면의 중앙에서 시점을 옮겨가면서 그린 것이 아니라 풍수의 기본 원리, 즉 산을뒤로 하고 물을 앞으로 한 배산임수(背山臨)의 풍수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그렸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이다. 이러한 표현은 자연을 인간이바라보는 대상으로 설정하였던 것이 아니라, 자연 가운데 인간이 차지한 영역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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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널빤지, 대나무, 도자기, 가구, 문방구, 돗자리에 이르기까지 민화는 우리네 일상 생활공간 곳곳에 활용되었다. 한국인이 살아가는 곳에는 민화가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민화는 바로 한국인의 마음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 P19

‘민화의 특성으로 실용성·상징성·예술성을 꼽을 수 있다. 순수미술은예술성을 앞세운다. 이와 달리 민화에서는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민화에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마다 그림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상징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상징성은 그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의 민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것이그려진 시대의 시대상을 읽어내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 P20

이렇듯 민화는 곧 일반 서민들의 마음이라 할 수있으며, 공감과 공동 소유에서 올 수 있는 쾌감을 바탕으로 그리고 감상하고 즐겼던 그림이다. 그들은 그것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법도 없이 그리고 표현하고 사용해왔다. 여기서도 우리는 민화가 서민들의생활과 함께 숨을 쉬면서 형성된 실용성과 대중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P28

민화는 그 주제와 표현의 원류에 있어서 문인화나 도화서 화공들의 그림을 철저히 모방하고 있으면서도 담아내는 내용이나 표현기법은 다르다.
이는 민화가 속칭 ‘그림‘이라고 하여 일정한 본을 따라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가운데 점차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특징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즉 본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가운데 조선 시대 상류층과 왕권중심으로형성된 유교적인 세계관이 토속적이고 종교적인 민중의 세계관으로 전이되었으며, 민화가 양산되고 보급되면서 점차 서민들이 지배층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했던 것이다. - P29

민화는 주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사실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어떤 관념을 담고 있다. 자연과 눈에 보이는 사물의 묘사, 사물과 사물의 관계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현실에 없는 것이라도 상상을 동원해서 표현한다. 이는 민화의 장점이 되는데, 그 관념의 실체가 곧 민중이 생각하고 상상하며 꿈꾸고 살아왔던 삶의 바탕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5

민화가 사물의 조형적인 어우러짐보다는 그 사물이 가진 기능이나 존재 자체에 주목하는 관념적 회화임을 이러한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민화에서는 서민들이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관념이 그대로 표현되고 묘사되기 때문에 사실과 동떨어진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 P37

따라서 민화에는 어둡고 칙칙한 색이 거의 없고, 모든 사물이 밝고 명쾌하다. 사물 모두의 존재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붉은색 옆에 파란색을 똑같은 채도로 칠하여, 어느 한 색이 다른 색으로 인해 약하게 보이지않도록 했다. 이런 연유로 민화의 채색은 때로는 치졸할 정도로 강렬하고 원색적이며 알록달록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아름다움을 발한다. 이렇게 민화가 가지고 있는 원근법, 색채, 구도 등의 불합리성이 바로 시공과 현실을 초월한 민화의 멋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하고싶다. - P38

 이상화된 세계를 구사하고 있는 정통 산수화와 달리 현실적인삶의 모습을 토대로 하여 그들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염원을 자유분방하게담고 있다. 이런 것이 곧 민화 산수화의 특징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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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민화가
현재 핫한 K 컬쳐 웹툰 보다
더더욱 신선하고 익살 스러운 그림!

일본 민화는 호러물인데
한국 민화는
벽에 걸어 두면
온갖 행운이 쏟아져 들어 올것 같은 ^^

바람돌이 2022-08-04 15:31   좋아요 0 | URL
한국 민화는 목적 자체가 온갖 복을 가져오라는 기복의 의미가 강해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민화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고, 쉽게 쓰여진 책이라 좋았습니다. 민화는 한 곳에서 보기 힘든데 도판들도 많고요. 일본 민화는 시기적으로 보면 우키요에쪽이 많을거 같은데 이쪽도 워낙에 다양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드네요. ^^

얄라알라 2022-08-03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데려온 책인데 아직 넘겨보지도못하고 꽂아두다가, 바람돌이님 53까지 옮겨주신 걸 보면 순항 중이시네요^^ 저도 조인해야할터인데 ㅎ

바람돌이 2022-08-04 15:32   좋아요 1 | URL
요 며칠동안 제가 좀 바빠서 내내 밖으로 나돌다 보니 3일이나 걸렸지 사실 맘먹고 읽으면 워낙 도판이 많아서 하루면 충분히 읽습니다. 내용도 쉽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