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프랑스인      권위적인/소극적인       배려하는/냉담한      여성적인/남성적인      재미있는/엄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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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심술궂은      열정적이/둔감한          매력적인/심각한

정중한/퉁명스러운   책임감있는/무신경한     사교적인/비사교적인     페미니스트/전통적인

눈에 띄는/은둔하는  메리포핀스/사악한 마녀

            비비안 마이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묘사한 비비안의 모습 - 11쪽


인간이 모순적인 존재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그래도 한 사람에 대한 묘사가 이토록 극단적인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느닷없이 갑자기 발견되어 우리 앞에 훅 다가온 사진예술가 비비안 마이어

2007년 시카고 경매장에서 존 말루프라는 26살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무명 사진작가가 찍은 인화하지 않은 필름과 네가티브 필름이 잔뜩 든 상자들을 낙찰받는다.

이 필름들에서 이것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챈 존 말루프의 필름 주인 찾기가 시작이었다.

열심히 찾았으나 존 말루프가 이 사진작가를 찾아낸 것은 2009년 4월 그녀의 부고기사를 보고서였다.

보모로 평생을 살았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으나 그것을 세상에 내보낸 적은 없었고,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고 산 이 여성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토록 수많은 사진을 남겻으면서 왜 생전에 한번도 전시회를 열거나 세상에 내보이려 하지 않았을까?

존 말루프와 또다른 수집가 제프리 골드스타인의 노력으로 세상에 그녀가 알려지면서, 앤 마크스라는 이 책의 저자가 그녀의 삶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였다.

앤 마크스는 존 말루프와 제프리 골드스타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사진과 자료의 이용권을 받아 비비안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하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었다.

한편으로 비비안은 누구도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할 요량이었는지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노출하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955년에 거리에서 비비안이 찍은 이 어린아이의 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여 마음이 찌릿해진다.

눈물이 글썽한 눈동자, 하지만 세상을 향해 도전적인 응시, 어른 남자용 시계와 자신을 보호하려는듯하지만 어딘가 무너져 내리는 팔, 그리고 학대받은 건지, 지나친 노동의 흔적인지 알 수 없는 상처들.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묘하게 섞인 이 어린 아이의 초상을 보는 순간 비비안의 어릴 때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어졌다.

그녀 역시 폭력적인 아버지, 무책임한 어머니속에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떠난 이후에는 어머니와 함께였으나 거의 방치되다시피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었을 듯하다.

이 불행한 가족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낼 수 있었던데서 말이다.

세상에는 불행한 가족의 고리를 끊지 못해 평생을 같이 수렁으로 끌려가버리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말이다. 

그녀의 나이 열네 살에 그녀는 독립하고, 외할머니의 친구인 에밀리 오마르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그녀의 독립이 시작된다.

책임감있고, 그래도 손자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폈던 외할머니의 영향인지 비비안은 나이 많은 노인들과 편안하게 지낸다.


 

27살이 비비안, 믿을 수 있는 어른 에밀리 오자르와 같이 있는 모습의 그녀는 딱 그녀 나이 또래의 모습과 웃음, 당당함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녀가 첫번째 행복했던 시기가 이 때가 아니었을까?



고향인 프랑스에 갔던 시절 그녀가 찍은 고향사람들에는 그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보인다.

마을의 어른을 부감으로 찍은 사진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위엄이 돋보이고, 아기양 3마리를 안고 있는 남자에게서는 자신의 양에 대한 애정과 뿌듯함이 돋보인다. 양 1마리를 안고있는 청년에게서는 사진이 어색한듯하지만 그래도 비비안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피사체가 되어주는 수줍은 모습이, 그리고 알프스를 배경으로 선 노인에게서는 묘한 당당함이 보인다.

어떤 사진을 봐도 이 때의 그녀가 세상과 사람에 대해 보고싶고, 알고싶고, 찍고싶다는 열망이 보이는 모습들이다.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찍힌 비비안의 모습은 건강하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아름답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 이런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모습이다.



뉴욕으로 돌아온 비비안은 뉴욕거리와 뉴욕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대상으로 부단한 실험을 하고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엽서 사업으로 확장할 방법을 찾는다.

이 일을 진행하는 와중에 보모라는 직업은 살곳을 해결해주고, 시간을 만들어주는 유용한 직업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작품이나 사업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이렇다 할 연줄도 없이, 가진 것도 없었던 여성 사진작가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기는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다.

이 즈음 어딘가에서 비비안은 오랜 시절을 보냈던 뉴욕을 떠나 시카고로 떠난다.

그녀의 시카고행에는 가족으로부터 떨어지고자 하는 욕망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시카고에서 그녀가 만나 행운이 갠스버그 가족과의 만남이었다. 

그 집안에서 3명의 남자아이들을 돌보았던 기간은 비비안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소속감, 그리고 아이들과의 유대와 사랑을 체험했던 기간이었던듯하다.

이 때 아이들을 찍은 그녀의 사진은 따뜻하고 자신의 사진 역시 여러가지 실험속에서 자신을 또렷이 위치시키려는 의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생애에서 유일하게 가족 비슷한 것을 가져본 시기였지만 이것이 진짜 가족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크자 더 이상 보모는 필요없어졋고, 그녀는 떠나야 했다.

비비안이 사람들과 헤어지는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단호하다는 인상을 버릴 수가 없다.

보모로 일하던 다른 가족을 떠날 때도 그녀는 항상 어느날 갑자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떠나는 쪽을 선택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비비안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었다.

어릴 때 방치되었고,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했던 이의 안타까운 두려움.

더더군다나 정말로 사랑했던 갠스버그 가족과의 헤어짐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더욱 두텁게 만들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이후 그녀의 삶에서는 조금씩 이상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이 저장 장애이다.

사진과 필름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 온갖 잡다한 기록, 영수증등에 대한 강박적인 저장 장애.

새로운 고용주에게 나는 내 인생과 같이 이 집에 들어와요라고 말했을 때, 그 비비안의 인생이 200개의 상자더미일 줄은 고용주가 결코 알 수 없었다. 

이 시기부터 그녀는 거의 사진을 인화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날 것 그대로 소유하는 것이 그녀의 목적인 듯.......



그럼에도 세상에 대한 관심과 희망은 여전히 간직한 모습을 그녀의 약간 코믹한 스파이 비비안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옷을 자화상처럼 찍은 사진에서는 그녀가 앓고 있던 정신 질환과 상관없이 여전히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감각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온전히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고, 딱히 다른 사람과의 정신적인 유대를 깊게 가지는데는 저항이 많았던 이 외로운 사진작가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았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겠다.



그녀의 마지막 자화상은 사진의 초점이 흔들리고, 그녀의 저장장애를 상징하는 상자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2008년에 다른 사람에 의해 찍힌 그녀의 마지막 사진.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고 하루종일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비비안의 기록된 마지막 모습이다.

로저스 파크에서 쓰러져 구급대원에게 실려갔던 비비안은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갠즈버그 형제들이 마련해준 요양원에서 오랫동안의 고단하고 외로웠던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녀의 사후 그녀의 수백개의 상자를 경매에서 낙찰받은 존 말루프와 제프리 골드스타인의 노력 이후 그녀가 알려지고 그녀의 작품이 회자되고, 전시되고, 그리고 작품집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나는 카메라다, 이 말처럼 비비안을 적절하게 묘사하는 말이 있을까?

이 사진집에 실린 그녀의 다양한 사진들을 보면 그녀는 비록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오래 유지하는데는 두려움이 많았지만,

당대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지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당대의 사회문제에 대해 카메라로 관찰하는 위치에 늘 있었음도 알 수 있다. 

아래의 자화상이 보여주듯이 어쩌면 비비안은 항상 관찰자의 위치에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겟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저 멀리 길의 끝 바다의 시작점에 멀리 존재하고 그들을 찍고 있는 비비안 자신은 그림자로 존재한다.

이 비비안의 사진에서 누가 주인공일까?

그림자 비비안의 저 꼿꼿하고 자신감에 찬 자세만으로도 그녀가 그녀 삶과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당당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일까?




개인적으로 이 사진집에서 가장 마음이 갔던 사진



기차를 타고 가다 잠이 든 어느 남녀의 사진.

이 사진을 보면서 바로 "아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비비안의 사진 중에서는 드물게 그저 아름답기만 한 장면이다.

비비안도 이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비비안에 대해서 차갑다 냉정하다 이상하다라고 했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표현하지 못한 따뜻함, 인간애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저 한장의 사진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비안의 삶이 워낙에 알려지지 않았고, 그럼에도 그녀의 사진은 엄청나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관심의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그녀의 삶을 재구성해보고싶은 욕구로 이어지는 듯하다.

프랑스 작가 가엘 조스에 의해 쓰여진 <역광의 여인, 비비안 마이어>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소설인지 아니면 그저 비비안의 뒤를 쫓아 기록한 기록물인지 헷갈리는 지점들이 많다.

하지만 책 앞쪽면에 작가는 분명히 이 책은 소설- 픽션이라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이 책은 소설의 외피를 둘러싼 비비안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상상으로 만들어낸 비비안의 내면?


책 서두에 "이 책은 픽션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이름, 인물, 사업,  장소, 행사, 현장 그리고 사건들은 저자의 상상의 산물이거나 허구적 방식으로 서술된 것이다. 아직 살아 있거나 세상을 떠난 실존 인물들 또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과의 유사성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며 '이스테이트 오브 비비안 마이어', '말루프 컬렉션' 혹은 '하워드 그린거그 갤러리'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라고 쓰여있다. 

아마도 작가가 여러 자료를 이용하긴 했지만 어떤 자료에 대해서도 정식 사용허가를 받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어떤 지점에서는 비비안의 사진을 묘사하는데 그 사진이 없어서 굉장히 갑갑해지는 장면들이 몇 개 있다.

책은 소설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번에 나온 앤 마크스의 위의 책 <비비안 마이어>와 크게 다른 지점은 없다.

비비안의 내면을 보기 위해서는 가엘 조스의 감상적인 한탄보다는 역시 그녀의 사진을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남긴 14만점의 사진

그것이 그녀가 남긴 그녀의 삶이자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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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04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비안의 마지막 흔들린 셀피와 스파이 비비안
마음에 특히 들어옵니다. 한 사람의 생이 그저 경이로워요. 고향사람들을 담을 때 비비안의 눈을 상상해봅니다. 성수동에서 사진 전시회 열리고 있던데 가을에 가보면 올마나 좋을까요. 2015년에도 했는데 못 가봤어요. ㅠ
전 다큐를 봤었고 책은 가지고 있지만 전시회 느낌이 있으니^^ 다음에 서울 가시게 되면 한번…

바람돌이 2022-09-04 13:34   좋아요 2 | URL
스파이 비비안은 저도 비비안의 다른 면모를 보는 것 같아서 참 좋더라구요. 마지막 셀피는 마음이 아프고요.
프레이야님 덕분에 또 전시소식도 알게 되었네요. 다름 서울갈 때 같이 가자고 또 딸과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가을과 함게 전시회도 보고 다음 서울행이 또 기대되네요. ^^

새파랑 2022-09-04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돌이님이 가장 마음에 갔던 사진이 좋아보이네요. 배경과 그림자가 잘어울리는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9-04 21:49   좋아요 2 | URL
그쵸? 뭔가 비비안의 마음이 그림자에 잘 드러난다고 할까? 비비안답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

stella.K 2022-09-04 1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14만점요? 대단하네요.
저장장애라...
왜 비비안 마이어인지 알 것도 같네요.

바람돌이 2022-09-04 21:51   좋아요 3 | URL
평생동안 찍은 것들이고 대부분의 필름은 현상하지도 않은채 모아만 둔것이니 얼마나 많은지요. 이 책 말고 다른 곳에서는 또 15만점이라고도 하더라구요. 이렇든 저렇든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죠. 한 사람의 일생이 이룰 수 있는게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햇어요.

그레이스 2022-09-04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년시절의 포즈는 예사롭지가 않네요^^

바람돌이 2022-09-04 21:51   좋아요 2 | URL
아 유년시절의 저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가 아니에요.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거리의 아이 사진인데 제 생각에 비비안의 어린 시절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에 가져와봤어요. ^^

그레이스 2022-09-04 22:03   좋아요 2 | URL
하하하하;;;;;
바로 밑에 글을 놓쳤군요^^;;

잠자냥 2022-09-04 2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소녀 사진 정말 인상 깊습니다! 그 아래 바람돌이 님 설명도!

바람돌이 2022-09-04 22:22   좋아요 3 | URL
아 저 소녀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저자인 앤 마크스의 생각이기도 하구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면서 제 생각을 덧붙여 봣어요. ^^ 저는 저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왠지 지금 저 아이의 팔짱 낀 팔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너를 안아줘도 되겠니? 라고 묻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2-09-05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이 젤~~
아이의 모습에 어찌 세상 다 산 것 같은 모든 것이 담겨 있을까요!
여러 인물들의 사진의 느낌이 다 다르네요~~

책읽는나무 2022-09-05 1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사진에서 벌써 압도 당하는데 왜 전시회를 하지 않았을까? 저도 의아합니다.
비비안 마이어에 왜 바람돌이님이 푹 빠지셨는지 글과 사진을 보니 공감이 가네요^^

2022-09-05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9-06 14:24   좋아요 2 | URL
20대 초기에는 사진으로 엽서사업 같은걸 해볼려는 시도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게 좌절되면서, 또 가족에게서 벗어나는게 중요해지면서 시카고로 이전하고 뭔가 복잡한 것들이 있었을듯해요. 하지만 비비안은 또 자기 얘기를 남들에게 털어놓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다 짐작일분 오늘 우리가 알 수 있는건 정말 얼마 안되네요.
태풍은 밤사이에 빠르게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나무님도 별 탈 없으시죠?

거리의화가 2022-09-05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지막 사진이 참 좋아요 두 분의 모습이 참 편안해보이네요. 저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4만점의 사진들이 그녀의 인생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바람돌이 2022-09-06 14:25   좋아요 1 | URL
저 사진을 보면 다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듯해요. 정말 사진으로만 남은 사람이 비비안 마이어가 아니가 싶네요.

mini74 2022-09-05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에서 드디어!! 작품을 보내요 ~

바람돌이 2022-09-06 14:25   좋아요 1 | URL
^^ 역광의 마이어 보면서는 저도 사진이 없으니까 좀 갑갑하더라구요. ^^

희선 2022-09-06 0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긴 사진 14만점이라니 엄청나네요 보모 일을 하다가 남은 시간에는 거의 사진을 찍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비비안 마이어가 죽은 다음 사진이 알려지고 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도 알려졌지만, 그런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었을지, 그건 모르겠군요 사진뿐 아니라 글도 남겼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사진이 바로 비비안 마이어를 나타내주는 거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9-06 14:28   좋아요 1 | URL
보모일을 하다가 남은 시간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 보모일을 한듯하더라구요. 애들 데리고 맨날 산책 나가고 위험한 시위현장도 데려가고, 그리고는 가는 곳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고..... 그래서 해고당하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 비비안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사진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관 이런걸 글로도 남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은 저도 하게 되네요.
 

 "샹소르에서 찍은 내걸작들을 자주 봐요. 정말 많이 있어요. 그러니까, 사진이 정말 많아요. 내의견을 말해보자면, 그렇게 나쁜 사진들은 아니에요." 사진 촬영 기술은 최고로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기술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사실도 비비안의 직업적 야망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 P131

보모가 조앤의 가족을 떠나간 방식은 지금도 이 가족의 고개를 절레절레 짓게 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들은 비비안과 함께 방을 썼는데, 이른 아침에 들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야 했다. 눈을 뜬 아이들은 여행가방을 질질 끌면서 방을 나가고 있는 보모를 보았다. 보모는 아이들에게조용히 하고 다시 자라고 하더니 아무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 P148

이 같은 초기 연출 방식은 그 뒤로 평생, 경계 없이 실험하고 새로움을시도했던 자화상 사진 촬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을 떠날 무렵이면 비비안은 토스터 기계나 쟁반을 비롯해 거의 모든 곳에 자신의 얼굴을비춰 사진을 찍었다. 비비안은 늘 몸을 가린 채 무표정한 모습이었지만,
해변에서만큼은 긴장을 풀고 수영복 차림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후, 비비안은 자화상 사진을 더 자주 찍으면서도 자신을 덜드러내게 되는데, 그녀의 신체적 페르소나가 점차 극단적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 P169

 무엇보다도 끔찍한 일은 조금이라도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면 가족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비비안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비비안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입을 다물고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진이 비비안의 감정 배출구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하다.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기를 힘들어했던 여인이 그토록 개방적이면서 감성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사진을 촬영했다는 데서 역설을 발견한다. - P205

저장 장애는 진행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적절한 개입이 없으면 시간이갈수록 악화되어, 그저 수집만 하던 상황에서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단계로 넘어간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고립된 채 제대로 사회생활을하지 못하며, 그 때문에 상처받고 분노해 더욱더 사람들과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스트레스도 저장 장애를 악화시키는데, 1966년에 겐스버그 가족을 떠나면서 비비안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그때부터 비비안은 신문 한 장, 한 장을 모두 찍는 강박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11년을함께한 집과 가족을 떠난다는 것은 비비안의 저장 장애를 한층 악화시키기 충분한 불안정한 사건이었다. - P268

비비안에게 이미지를 보관하는 형식은중요하지 않았다. 사진이건, 네거티브건,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건, 모두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일 뿐이었다. 비비안에게는 원하기만하면 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자원이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다는 욕망보다 갖고 싶다는 욕망이 훨씬 컸다. - P273

분열성 성격장애에 관한 강연에서 마호니 박사는 분열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실행 능력이 탁월하며, 종종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고압적인태도, 강한 자기 주장, 자기 만족, 그리고 완벽주의를 보상적 특질로 발전시킨다고 설명한다. 비비안에게는 이런 특징들이 모두 있었다. 또한 분열성 성격장애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모르거나 지속적으로 사회와 접촉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깊은 양가성이 존재해, 친밀한 관계를갈망하면서도 타인에게 휘돌릴지 모른다는 위협을 끊임없이 느낀다. 확실하고 안전하게 분리되어 있을 수 있는 거리를 찾는다"고 덧붙이고 있다.
분열성 성격장애인 사람이 성적 학대를 받았다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자신을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꾸며 위험한 성적 매력을 숨긴다. 여성은 근원적인 여성성을 감추고 남성적이고 강한 태도를 장착할 수 있다." - P274

비비안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그녀가 사진에 분명히 담은 인간애 사이의 극단적인 차이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비비안에게 사진은 믿음과 감정,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하는 배출구로 기능했고,
그 결과 보편적인 진리와 폭넓은 정서를 반영하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낳을 수 있었다. 그녀의 사진 언어는 무수히 많은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주제의 일부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비비안의 사진에서 여성은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긍정적으로 묘사되지만 남자는 모든 연령에서 좀 더 냉소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P275

자화상 사진은 비비안이 병치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실재하는 시간 속에 자신의 존재를 확립하는 데 위협적이지 않은 매개물이었다. 지금까지 비비안의 아카이브에서 찾은 자화상 사진은 600장이 넘는데, 들여다볼 때마다 새로운 사진이 계속 발견된다. 이토록 많은자화상 사진은 소통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비비안의 욕구를 보여주면서도,
작업 전체를 보았을 때 비비안의 자아상과 마음의 상태가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  - P277

레인 겐스버그는 존 말루프 앞에서 비비안을 회상하며 "스스로 나설 수없는 사람들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비비안은 분명히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어른들 손에서 자란 사람이 폭넓은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놀랍다. 분명 할머니 외제니가 심어준 포용력과 정의감이라는 씨앗이 비비안의 깊은 지성과 정밀한 사고에 의해활성화되어 단호하고 진취적인 그녀 자신의 관점을 형성했을 것이다. - P308

비비안이 자신의 방에 전시한 자화상은 단 하나, ‘스파이 비비안‘뿐이었다. 여섯 장으로 된 자화상 시리즈에서 비비안은 지금까지의 자화상과는다른,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도저히 자화상을 찍을 새로운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옷을 사용해 신체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문을 피사체로 삼을 때처럼 비비안은 거리를 두고, 자기 자신을 살짝 희화화했다. - P340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사진에 관해 비비안은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젊었을 때는 전문 사진작가가 되려고 노력했고,
자신이 찍은 작품을 판매하려 했으며, 지인들에게도 나누어주었다. 그러다 정신 질환이 발현해 신문을 병적으로 모으고, 그게 어떤 형태이든 자신의 사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비비안은 자신의 재능을 확신했고, 유명인을 동경했으며, 예술은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수 있다고 믿었고, 궁극적으로는 숙명론자였다. 창고 사용료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사진도, 네거티브도, 현상하지 않은 필름도,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했던 비비안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일어날 법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사건들이 차례로 일어나게 할 도화선을 마련해놓았다. 비비안이 살았던 인생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면 상황은 훨씬 명확해지겠지만, 그 누구도 비비안의 궁극적인 바람이 무엇이었을지 분명히 알 수 없을 테고, 어쩌면 비비안자신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는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비비안 마이어의 진정한 꿈과 바람이 어떻게 해서든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 P389

청년기의 비비안은 여자가 우월한 존재는 아닐지라도 남성과 동등한존재라는 사실을 굳게 믿었다. 1950년대에는 자신이 페미니스트의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겐스버그 가족에게 분명히 보여주었고, 그 뒤 10년간은페미니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가톨릭 신자로 자랐지만, 산아제한을 찬성했고, 낙태권을 지지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노동자 계층으로 규정하면서, 좌파적인 이상과 조직적인 노동 운동을 옹호했다. 1950년에는 프스 공산당 지도자 모리스 토레즈Maurice Thorez 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고, 1954년에는 미국 공산당을 창건한 이스라엘 암터 Israel Amter 의 추모식 사진을 찍었다. 시카고에서는 사회주의 노동자운동을 지지했고, ‘노동자 인권선언Bill of Rights for Working People‘과 워싱턴 포스트」의 노조 파괴 행위를 비판한 평론 같은 문헌 자료를 보관했다. 시민 평등권 운동이 절정에달하기도 전에 인종차별 폐지와 소수자 권리를 옹호했고, 다른 인종이 서로 섞여 살아가는 것을 지지했다. 시카고의 아프리카 하우스와 제시 잭슨의 <오퍼레이션 푸시>의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회원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에 관해서는, 비비안은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이단아였다.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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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받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 펀딩 도서
그리고 맥주잔

또 갑자기 저 맥주잔에 맥주먹고싶어 미치겠다는....
지금은 그래 우유나 먹자....ㅠㅠ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은 존재감작렬이다.
뒷 페이지에 펀딩 명단에 미친녀들의 행진을 보면서 푸아 뿜고 말았다.
아 정말 사랑스러운 미친녀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미친❤️바람돌이
아 진짜 간지나는데.....
센스없는자는 홀로 남겨져 우노라. ㅠㅠㅠ

책은 너무 예쁘게 잘 나놨는데 문제는 읽는 것.
저 무게는 항상 책상에 앉아 정자세로 읽어야 하는 경건함을 요구하는구나.....

보너스사진
오늘은 태풍의 영향인지 계속 비가 부슬거리고,
우산들고 나간 아침 운동길에는 너무 일찍 가을을 맞아버린 벚나무 잎들이 비에 젖어 뒹군다.

보너스 2
수하님의 바램에 대답합니다.
미친 공쟝쟝부터 미친 잠자냥까지 보이시나요?
그 몇칸 뒤에 있는 썰렁한 바람돌이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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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05 08:43   좋아요 2 | URL
바람이는 누구고 돌이는 누구인가? 멘붕상태 계속됩니다. ㅠㅠ

잠자냥 2022-09-05 0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시 인쇄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진상바람
돌이
이렇게 인쇄되었다는 후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05 09:03   좋아요 4 | URL
웃겨 진짜 ㅋㅋㅋㅋ 잠자냥, 댓글로 놀리기 수업 그런거 하자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05 09:03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의 마지막 강력펀치에 전의 상실!!! 희망이 없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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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차타고 서울행

역시 기차에는 책과 커피와 맥주라고 생각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맥주는 패스!!!


오늘의 선택은?



사실 지금 한참 읽고 있는 비비안 마이어를 가져가고 싶었으나(왜냐하면 한꺼번에 다른 책 읽는거 난 잘 못하니까....)

이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운 관계로 변경.

하지만 역시 정희진선생님의 책은 강력한 몰입을 가져와 오고가는 기차여행시간이 왜 더 길지 않은지를 원망하게 한다. 

아 이럴거면 무궁화호를 탈걸 그랬나? ㅎㅎ


열심히 읽기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그어야 하는 밑줄의 연속, 그리고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어 각 장마다 간단한 요약이나 내 생각도 적어가면서 이렇게 몰입하면서 읽은 책이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


지난번까지는 남편과 같이 갔지만 이제 남편은 출근해야 하니까 안되고, 이번에는 큰 딸과 동행했다.

사실 나 혼자 가도 되는데 가족들은 약간 불안한 느낌인가보다.

오늘 대학 개학인데 목요일 수업은 없다고 큰 딸이 같이 따라 나선 것.

뭐 혼자 가면 심심한데 좋긴 하다.


오늘은 병원진료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져서 딸이 예전에 갔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대학로에서 연남동까지 이동

그 맛있다는 카페에 갔는데..... 카페 이름이 네시사분이란다. 무슨 의미일까? 

일하는 분들이 너무 바빠 보여서 못물어봤다. 

나 이런거 궁금하면 못참는데...... ㅠ.ㅠ



지금 이 카페의 메인재료는 복숭아

디저트가 너무 예뻐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우리 둘뿐인데도 2개나 주문

왼쪽은 복숭아 판나코타(일종의 푸딩이에요), 오른쪽은 복숭아 우유카스테라

음료는 나는 아아, 딸은 피치에이드

너무 맛있어서 둘이서 저걸 딸딸딸딸 다 긁어 먹었다. ㅠ.ㅠ


먹기만 하고 가기가 좀 그래서 둘이서 같이 간 경의선 책거리 산책










옛 철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기차 모양의 건물들을 만들어 책방이나 공방,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곳.

아이디어도 좋고 풍광도 좋아 나름 산책할만 했으나 오늘 서울은 너무 더웠다.

그리고 코로나의 영향인지 몇몇 건물들은 빈채로 남아있어 조금 썰렁한 느낌도.....

각각 특색있는 서점들이 좀더 다양하게 들어온다면 이 곳도 꽤 멋진 곳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정희진선생님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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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9-01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선 맥주인데!! 저도 눈물이 나네요. ㅠㅠ
지붕위에서 기타치는 건 우리 엔군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암튼 책과 기차와 풍경과 맛있는 것이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제 로망입니다! 부러워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2-09-04 12:36   좋아요 0 | URL
혹시 엔군이 저 조각의 모델이었던건 아닐까요? ㅎㅎ
기차뿐만이 아니라 저 디저트 가게 가는 길에도 들어가고 싶은 맥주집이 얼마나 많던지요. 그저 눈물만..... ^^

scott 2022-09-02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크펜으로 필사
맛나는 디저트도 핑크 복슝☺
바람돌이님 무사히 진료 끝내시고

맘 편히 운동 열쉼히🤗

바람돌이 2022-09-04 12:38   좋아요 1 | URL
넵 저는 핑크매니아입니다. 옷도 핑크 핑크 좋아하구요. 색연필은 그러니 당연 핑크..... ㅎㅎ
진료는 이제 2주에 한번에서 한달에 한번으로 다행히 좀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뭐.... 어쨌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다락방 2022-09-02 0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책과 기차 그리고 밑줄과 메모 거기에 디저트까지!! 완벽해요!!

바람돌이 2022-09-04 12:39   좋아요 0 | URL
그래서 KTX타고 서울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오늘은 어떤 책을 다 읽을까 하며 좀 설레기도 한다는.... ㅎㅎ 다음 달에는 또 딸과 어디를 갈가 고민중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02 0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정희진의 책과 카페, 거리의 인상적인 풍경들까지. 저도 대리만족합니다-^^ 디저트 넘 맛나보여요ㅎㅎㅎㅎ

바람돌이 2022-09-04 12:40   좋아요 0 | URL
특히 저 판나코타가 맛있었습니다. 솔직히 맛이 없어도 눈이 너무 호강이라 그것만으로도 만족이고요.
병원가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은데 저런 이벤트들을 만들어보니 그 또한 즐거운 길이 되기도 하네요. ^^

단발머리 2022-09-02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벽하게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정희진선생님 책에 커피, 기차, 그리고 복숭아 판나코다. 동행하는 사람이 큰딸이라니요.
더 이상 바랄게 없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거운 서울행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9-04 12: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나쁜 일도 저렇게 또 다른 이벤트를 만들면 즐거워지기도 하네요. 이놈의 딸래미는 이번 여행에서 또 저를 꼬드겨 옷도 한벌 사입었다는.... 저 카페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옷가게에서 완전 이쁜 옷 발견요. ㅎㅎ 그래서 우리집 딸래미들이 아빠랑 나들이하는 것보다 저랑 나들이 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득템하기 좋거든요. ㅎㅎ

페넬로페 2022-09-02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대학로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오시는군요. 얼마전에도 오셨는데 매번 번거로우시겠어요.
그래도 따님과 함께 좋은 추억 만드시니 좋아요.
기차여행의 낭만도 있고요~~
연남동 쪽으로도 한 번 다녀와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9-04 12:4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번에 가니까 이제 한달 뒤에 오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만 해도 감사합니다였습니다. ^^
제가 또 워낙에 한 긍정 하는 성격이고, 또 안되는건 포기가 빠른 편이라 딱히 뭐 힘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지겟지 뭐 그런.... ^^
페넬로페님의 연남동 나들이 사진도 기다릴게요. ^^

프레이야 2022-09-02 1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남동 네시사분 기억해둬야지 ㅎㅎ
피치피치하네요. 기차여행 넘 좋아요
큰딸이랑 나들이 잘하셨어요
갈 때마다 즐기는 걸로.
고속철 이전의 기차여행 추억이 떠오릅니다.
통일호도 있었지요 ㅎㅎ 느리게느리게

바람돌이 2022-09-04 12:50   좋아요 0 | URL
여기 네시사분이요. 일년에 네번 주 테마 과일을 바꾼답니다.
이번주까지 복숭아였고요. 다음주부터는 무화과랍니다. 전 다행이었어요. 왜냐하면 무화과는 제가 절대 안먹는 과일이거든요. 무화과의 그 텁텁한 단맛을 너무 싫어해서.... ㅎㅎ
또 공연 매니아인 둘째딸이랑 가면 대학로 공을 한편 보고 올수도 있을텐데, 둘째딸은 올 2학기 시간표가 전혀 비는 날이 없네요. ㅠ.ㅠ
아 통일호~~~ 그거 타고 서울갔다 오면 허리가 부서질 것 같은.... 진짜 느리고 느린.... 통일호만 타다라 어느 날 새마을호를 타게 되었을 때 무슨 특급호텔인줄 알았던 추억이.... ^^

프레이야 2022-09-04 13:33   좋아요 1 | URL
옴마야 네시사분 그렇군요.
전 무화과 엄청 좋아라해요. 박스째 사다놓고 먹기도 하고요. 무화과 빵도 넘 좋아요.
귀여운 해아 양은 역시 활달하군요. ^^
새마을호만 해도 빠르다 생각했던 옛날옛적 ㅎㅎ 근데 새마을호가 다리부분도 넓고 좌석은 더 편한듯요 ktx 일반석보다.
저 이십대 때 통일호 타고 강릉 간 적 있어요
시댁가족이랑 마주앉아. 강릉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속초행. 남표니 군대 면회를 갔었지요
아아 옛날이여 ㅎㅎ 이젠 그렇게는 체력이 안 될 듯요.

바람돌이 2022-09-04 13:38   좋아요 0 | URL
아 무화과를 좋아하신다면 이번 시즌에 한번 가시는게.... ^^
둘째는 어릴 때 이미지랑은 좀 달라요. 세상 걱정없이 생각이란게 없어보이던 녀석이 지금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염세적이랄까? 애들은 크면서 골백번도 더 바뀐다는 말이 맞는듯해요. ㅎㅎ
새마을이 더 편하지만 시간의 압박은 역시 KTX를 선택하게 하네요.
통일호 타고 강릉이라니.... 아 진짜 그것도 시댁가족이랑요? 프레이야님 진짜 대단하심요. 지금이라면 절대 못하죠. 거기까지 가기 전에 허리가 먼저 분질러질거라는..... ㅎㅎ

그레이스 2022-09-02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로에 있는 병원 가면 딸하고 밥먹고 차마시고 놀다 옵니다 ㅋ
병원가는 날이 좀더 즐거운 날로 기다려지죠^^

바람돌이 2022-09-04 12:52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도 대학로에 있는 병원을 다니시나요? 우리 모두 참 건강 잘 지켜야 하는데 말입니다. 우리 같이 힘내자구요. 이렇게 병원가는 날도 즐겁게 해주는 딸도 있고, 그래서 즐거운 시간도 있고 말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2-09-02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장난이 아니네요~~
디저트 너무 이쁘고 맛있을 거 같아요!! 멋진 여행입니다!!

바람돌이 2022-09-04 12: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디저트 맛있었어요. 점심 때 먹은 밥이 좀 별로였어서 디저트라도 맛난거 먹자는 의지가 반영되었달까요? ㅎㅎ

mini74 2022-09-02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저트도 사진들도 좋지만, 분홍펜으로 쓰신 글씨들 참 좋아요. 저는 매번 급하게 올라갔다가 지하식당이나 역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대강 먹고 내려옵니다.. 진료받으러 가신건데 부러우면 안되는데....건강하세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9-04 12:59   좋아요 0 | URL
분홍펜은 저의 최애 아이템입니다. 더불어 분홍 옷도 굉장히 좋아하구요. ㅎㅎ 그래서 애들이 저보고 분홍돼지라고....ㅠ.ㅠ 저는 핑크공주라는데 말입니다. ㅠ.ㅠ 미니님 다음에는 급하게 올라가지 마시고 혹시 혼자라도 맛난거 드시길요. ^^

감은빛 2022-09-02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로 병원 다녀가셨군요. 어디가 아프신건지 아니면 검진 같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부디 별 일이 아니길 바랍니다.

덕분에 따님과 행복한 데이트 즐기셨겠어요. 경의선 길을 저도 몇 번 걸어봤는데, 매번 어디 가던 길에 지난 거라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지는 못했었네요. 다음에는 저도 좀 여유있게 둘러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2-09-04 13:01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서 아픈거 워낙 떠들어서 다시 말하기도 뻘쭘합니다. ㅎㅎ
그냥 오래 관리해야 되는 병인지라 이제는 적응하고 열심히 치료하고, 약 잘먹고 운동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뭐 병원은 정기적으로 계속 다녀야 하고요. ㅎㅎ
원래 사는 곳은 다 그렇죠. 저도 부산에서는 그냥 바삐 지나가는 길이 더 많은데요. 사는 곳과 나들이 가는 곳의 느낌과 태도가 이렇게 다르네요. ^^

책읽는나무 2022-09-02 2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원행만 아녔더라면 더없이 좋았을 딸과의 완벽한 데이트입니다^^
연남동 네시사분!!! 저도 메모해두겠습니다✍️✍️
복숭아로 저렇게 황홀하게 디저트가 나올 수 있다니...^^;; 실은 울집 막내도 10 월 연휴에 서울 구경 가고 싶다고 같이 다녀오면 안되겠느냐고 해서 고민 중입니다. 워낙 길치라.... 딸만 믿고 움직이기엔 서울은 너무 큰 도시네요ㅜㅜ
그래도 기차 안에서의 책도 이쁘고 창밖 풍경도 이뻐 보입니다.
간만에 좋은 풍경 보고 이쁜 찻집에서 이쁜 음식 먹었다 생각하셨음 좋겠네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요^^

바람돌이 2022-09-04 13:06   좋아요 1 | URL
또 다르게 생각하면 병원갈일이 아니면 이 시기 굳이 서울을 뭐하러 갔을까 싶기도 하구요. ㅎㅎ
나중에 가을 단풍 들때는 꼭 덕수궁 돌담길 다시 걸어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혹시 겨울 눈내리는 날이 맞춰지면 종묘를 가야지 이런 생각도 하구요. 뭐 병원 생각은 아니고 놀러갈 생각만.... ㅎㅎ
아유 서울은 지하철만 잘 타면 되구요. 지하철은 카카오지도 보면 너무 상세하게 잘 나와서 길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저는 도저히 자신 없을 때는 지하철 한코스 정도 앞에 내려서 택시 탑니다.
서울로 병원 바꾸고 나서 조금씩 힘이 돌아오고 있어서 요즘은 또 기분 업이네요. 약때문에 오전은 좀 몽롱한 상태인데 그걸 의사샘한테 얘기했더니 ˝막 헛게 보이고 그러지는 않나요? ˝ 그래서 그정도는 아니라니까 그러면 그냥 견디라고.... 아 진자 이 약 먹으면 헛게 보이는 사람도 있나봐요. ㅎㅎ 그말 듣고 그냥 아 다행이다. 헛게 보이진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04 13:29   좋아요 1 | URL
헛게 보일 수도 있다니?
평소 잘 챙겨드셔야겠네요.
약이 독한가 봅니다ㅜㅜ
그래도 차도가 좀 있으시다니 다행이구요^^
꾸준히 걸으시고, 예쁜 음식 잘 드시니 분명히 좋은 결과 있으실 거에요^^
서울 올라가실 때마다 한 군데씩 도장깨기처럼 들렀다 오시면 나름 기분전환도 되시고 병원 다녀오시는 길이 싫진 않으시겠어요.
따님도 효녀군요.
늘 엄마곁에서 든든하게~^^

바람돌이 2022-09-04 13:39   좋아요 1 | URL
제가 먹는 약의 단점이 또 밥맛이 너무 좋다는겁니다. 그래서 막 빵빵해진다는.... 아 미치겠어요. 별거아닌 반찬에 밥도 너무 맛있어서....ㅠ.ㅠ
딸이 효녀라기 보다는 제가 좋은 엄마, 예쁜거 잘 사주는 엄마 아니겠습니까? ㅎㅎ

2022-09-04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로운 지식, ‘나‘와 지구를 살리는 지식을 생산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 융합 글쓰기는 그중 하나다.
융합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가치관,
연결 능력이다. 평화학, 여성학, 환경학은 하나의 학문 분과가아니라 가치관이다.  - P11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이미 배제된(foreclosure)‘ 영역이 있다. 해방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질문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축복이다. - P12

융합은 우리가 아는 지식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공부의 즐거움과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실천(practice)이자 내 생각을 분명히 알고 더 필요한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경계 넘기(rooting and shifting)다. - P16

융합은 계급, 젠더, 인종, 성정체성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상호 교차성 (inter-sectionality)과도 다르다. 계급, 인종, 연령, 지역, 종교를 통한 여성들 간의 억압은 교차하고 겹치는 더 커다란 구조의 매트릭스(母型)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융합의 의미다. 즉 융합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이고 재구조화perfo이자 자유주의 사상의 질적 전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융합의가장 정확한 번역은 ‘횡단의 정치‘이다. - P21

약자는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애초부터백인 남성 외의 이들은 선제, foreclosure)되었다. 지동설부터 여성주의까지 새로운 사유는 어느 시대나 파문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나를 억압하려고 만든 말에 답하려 하면 백전백패다. 융합적 사고는 언어의 전제를 알고 자기 관점에서 기존지식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이다. ‘답정너‘는 폭력이다. 질문을 되돌려주거나 말을 궤도 밖으로 끌어내 ‘그들을 낙후시키자. - P40

지식은 내가 처한 현실에서 - 미시에서 거시로, 아래에서 위E로-만들어지는 새로운 몸이다. 융합은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는 변태(變態, metamorphosis)의 과정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연속선에서 몸(생각)이 변하고 다른 지식이 생산된다. 변태는 알아 가는 몸, 그 변화를총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 P53

융합은 우리가 그때그때 ‘선택한 위치에서 기존의 지식을 재조직화하는 공부법이다.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 P57

프로이트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예비 내담자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된다. 좋은 사람은 타인을 분석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장점과 자원을 알아내는데 주력하고 삶의 대처 능력을 함께 모색한다. - P81

파이 통렬하게 지적한 대로 하얀 가면을 쓴 흑인은 백인과 같은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그의 흑인 개념은 헤겔식 노예보다 훨씬 종속적이다. 상대방에 대한 동일시와 욕망 상태에서는 변증이 발생할 수 없다. 당연히 상호 해방의 가능성도없다. 욕망의 특징은 절대성, 일방성, 그리고 주체적 종속이기때문이다.  - P89

문해력은 자신의 가치관과 무지에 대한 자기 인식의 문제다.
그러므로 문해력 향상의 첫걸음은 에포케 (epoche, 판단 정지)이다. ‘나는 모른다‘는 자세가 공부의 시작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해력부터 의심해야 한다. 물론 우리 몸에는 이미많은 의미들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지하다고 가정하는 데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가 중노동인 이유다.
잠깐의 판단 중지. 그 잠깐의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얇은 자기 진화의 과정이지 시비를 판단하는 행위가 아니다. 지식을 하나의 고정된 정보로 여기는 이들은 타인을 ‘가르치려 들지만‘, 알아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들은 우리를 가르친다‘. - P98

융합은 합하는 작업이 아니라 융합하는 개별적 몸들이 접속하는 상태다. 융합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각자의 가치관이 충돌하여 새로운 사유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인과 충돌할 자기만의 몸이있어야 한다. 이처럼 도반은 믿을 만한, 편한 길동무라기보다는자극과 긴장 관계에 가깝다. - P104

융합이 가성비 높은 공부인 이유는, 융합을 공부하려면 기존의 지식은 물론이고 그 지식과 융합할 수 있는 자기 가치관을 확립하는 공부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을확립하고 응용하려면 연습(practice)과 현실 개입적 실천(praxis)이 모두 필요하다. - P115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쓰기와 실험외에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은 많지 않다. 생각과 읽기가 공부의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 P138

주류 언어가 나의 삶을 삼켜버릴 때, 현실이 교착 상태에 빠져 공동체가 고통받을 때 새로운 말을 찾는 과정이 융합이다.
융합은 창의적 사고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 P146

성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진보 진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가장 실천과 거리가 먼 단어는 ‘연대‘와 ‘성찰‘이 아닐까? 연대는 융합에 대한 최악의 이해다. 통용되는 연대 개념은
"우리가 99퍼센트(?)이니, ‘나쁜‘ 1퍼센트(?)를 제거하자"는 논리다. 문제는 99퍼센트 안에 광범위한 갈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정치는 갈등의 교차 영역에서 발생한다. 오로지 한 가지 억압이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노학 연대, 청년 빈민 연대, 성소수자 연대, 사회적 약자와의연대・・・・・・ 그런데 연대 과정에서 각 집단은 등가 사슬(chain ofequivalences), 즉 하나의 ‘마디 (article)‘가 되지 못하고 약자는연대에 동원된다. 인구수가 많은데도 여성이나 장애인 이슈는대동단결 일치단결의 ‘대의‘에 종속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대의를 약자와 대립시킨다. 예를 들면 "민족 문제냐, 여성 문제냐"가 있다(이 말 자체가 여성을 민족에서 배제한다). 장애인 문제는 시혜적이고, 성소수자 문제는 ‘나중에‘다. 이것은 융합도 절합도 아니고 폭력이다. - P148

인간이 만든 차이를 두고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언설이다. 이 언설은 사회적 구성물인 차이를 본질적인 속성으로 전제한다. 이때 차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공정함이 아니라 배려와 관용이다. 차이는 해소하거나 인정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융합은 차이의 발생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사유, 즉 권력과 지식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자연스러운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 P151

중산층 가족의 계급 재생산, 남성 세력간의 갈등으로 변질된 여성에 대한 폭력, 여전한 일본관 세 사건은 한국 사회를 파악하는 새로운 지식 생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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