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순간, 모리스는 온몸을 떨리게 하는 어둠 속에서 크나큰 의무감을 느꼈다. 그는 더이상 전설적인 승리를 거두겠다는 허황한 꿈을꾸지 않았다. 베르됭으로의 행군, 그것은 죽음에 이르는 행군이었다.
그리고 죽어야 하는 이상 그는 그 죽음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P91

당장의 전투를 꿈꾸며 애국적인 열정 속에서 입대한 지 육 주가 지났건만, 그가 한 것이라고는 전투와 무관하게 살았기에 구보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발을 혹사시킨 행군뿐이었다. 따라서 적군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그는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무한히 뻗은 듯한 그랑프레 도로를 초조하게 주시했다.
- P125

 아! 대패가 확실한데도 완조의안녕을 위해 사지로 급파되는 이 설망의 군대여, 이 파멸의 군내여 진격하라, 진격하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빗속으로, 진창 속으로, 전멸을향해!
- P147

랭스에서 야영한 다음날 샹파뉴에서 병사들이 했던 즐거운 행군, 농담과 노래로 떠들썩했던 행군, 프로이센군을 따라잡아 격퇴하리라는 희망 속에서 배낭을 가볍게 들어올렸던 행군과는 전혀 달랐다. 이제 분노와 침묵 속에서 그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소총과배낭을 저주했고, 지휘부를 더이상 믿지 않았으며, 절망에 사로잡힌 채채찍질을 두려워하는 가축떼처럼 전 만근 무거운 발을 그저 앞으로옮길 뿐이었다. 이 가련한 군대는 자기들의 십자가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 P153

많이 배우지 못해 무식한 그가 보기에,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조화롭게 공존하는것보다 더 쉬운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이 배운 모리스는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전쟁이 삶 자제요.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정의와 평화의 개념을 도입한 자는 불쌍하고 유약한 존재가 아닐까? 어차피 냉혹한 자연이란 끝없는 살육의 장일 뿐이니까.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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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는 전쟁에 찬성했고, 그것이 불가피하며 심지어 두 나라의 존속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양과 학식이 있는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진화론적 사상에 몰두한 이래, 그는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 아닐까? 자연의 조건 그 자체가 지속적인전투, 가장 강한 자의 승리, 행동으로 유지되고 쇄신되는 힘, 죽음에서늘 새롭고 신선하게 부활하는 생명이 아닐까? 그는 잘못을 만회하기위해 입대해 전선에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그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뜨거운 조국애가 떠올랐다.  - P19

소총은 허공에서 두 번 돌더니 밭고랑으로 떨어졌고, 마치 시체처럼 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소총들이 날아들어 슈토의 소총과 합류했다. 불타는 태양 아래 밭은 금세 버려진 무기들로, 자포자기의 슬픔으로 가득찼다. 그것은 배를 뒤틀리게 하는 굶주림, 발을 피로물들이는 군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행군, 등뒤에서 들려오는 뜻밖의패배 소식 때문에 생긴 전염성 광기였다. 더이상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없었다. 지휘관들은 꽁무니를 빼고, 병참은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분노, 근심 걱정, 시작도 없이 전쟁을 끝내고 싶은욕망뿐이었다. 그러니 뭘 어쩌라는 거야? 소총은 배낭의 운명을 따랐다. 장난질을 좋아하는 광인들처럼 조롱에 찬 비웃음 속에서, 어리석은분노 속에서, 들판에 산재한 낙오병들의 끝없는 행렬을 따라 소총이 줄지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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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에 갑니다. 여기 해저 터널 통과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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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8 20: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판타지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갑…..

바람돌이 2021-08-29 00:52   좋아요 3 | URL
저 불빛 너머 뭔가 다른 세계가???? 이거 지나면 한참동안 해저터널입니다. ^^

청아 2021-08-28 2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까 다른 사진도 이뻤는데 밤에는 환상적이네요!🤩

바람돌이 2021-08-29 00:53   좋아요 3 | URL
조명빨이죠. 사실 낮이 더 예뻐요. 저 다리 주변 펼쳐지는 다도해 바다가 참 예쁘거든요. 그런데 차량 안에서 찍어야 하니까 주변 풍경사진은 제대로 안나와서 패스!! ㅎㅎ

페넬로페 2021-08-28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거가대교 개통한지 얼마 안되어 터널로 가덕도에서 거제까지 간적이 있어요.
바다속으로 지나간다는 느낌도 별로 없이 금방 지나간것 같아 좀 아쉬웠어요.
터널 지나며 바닷속을 좀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1-08-29 00:55   좋아요 4 | URL
우와 페넬로페님은 벌써 다녀오셨군요. 님 계신곳에서 멀지 않나요? 저야 가깝고 갈일이 가끔 생기다 보니까 여기 자주 지나가지만요. 진짜 바다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은 전혀 없죠. 그냥 저는 볼 때마다 저 다리가 환상적이더라구요. ^^ 터널이 바다속 지층으로 들어가는거기 때문에 그건 아마 불가능할걸요. ^^

대장정 2021-08-28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목공학과 전기공학의 위대함이죠

바람돌이 2021-08-29 00:56   좋아요 3 | URL
토목공학과 전기공학 맞아요. 저는 포항제철 갔을 때 인간의 기술력에 소름이 쫙 끼치던데 요 거가대교도 그래요. 가덕도에서 거제도까지 거리가 얼마이며 바다는 얼마나 깊은데 그걸 연결하다니요.

그레이스 2021-08-28 21: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거가대교 달릴때 네비는 바다를 달리던 기억^^

바람돌이 2021-08-29 00:57   좋아요 4 | URL
옛날에 네비 업그레이드 안하면 그랬죠? 저는 그거 처음 경험한게 부산에 광안대교 달릴 때.... 네비속 자동차는 신나게 바다위를 질주 중요. ^^

책읽는나무 2021-08-28 2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울집 남편이 이런 곳을 통과해서 출퇴근을 하는 거였군요?
지금은 주말이라 거제도를 벗어났지만 내일밤 저런 풍경을 보며 달리겠군요ㅋㅋ
일 하고 밤중에 집에 오시려면 피곤하시겠어요...그래도 집안에서 좋은 느낌 가득 안고 가시겠군요?^^
도착하시면 편히 쉬셔요~^^

바람돌이 2021-08-29 00:59   좋아요 4 | URL
남편분은 운전을 하실테니 이런 사진 못찍죠. 저는 오늘 남편이 운전해서 조수석에 편하게 앉아 사진 찍고 북플하고요. ㅎㅎ 남편분도 매주 왔다 갔다 하시려면 힘드시겠습니다. 그리고 저 도로 통행료도 너무 비싸요. ㅠ.ㅠ
내일 휴일까지 나무님 가족분들 모두 편안한 휴식되세요.

잠자냥 2021-08-28 21: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가고 싶다

바람돌이 2021-08-29 00:59   좋아요 4 | URL
한번쯤은 달려보고픈 도로입니다. ^^ 혹시 오시거든 입구에 가덕도 들러서 한바퀴 돌고 가세요. 가덕도 예뻐요. ^^

새파랑 2021-08-28 2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디든 가고 싶다😅

바람돌이 2021-08-29 01:00   좋아요 4 | URL
저도 일하러 가는거 말고 놀러 가고싶어요. 어디든.... ^^

초딩 2021-08-28 2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 대박입니다. 사진전이에요!

바람돌이 2021-08-29 01:00   좋아요 3 | URL
핸드폰으로 대충 찍은 것뿐..... 핸드폰 사진 기술의 성과죠.

희선 2021-09-01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낮과 밤 다 멋지네요 낮에는 바다도 보여서 멋지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9-02 10:11   좋아요 0 | URL
여기 섬들이 동동 떠 있는게 예뻐서 사실 낮이 더 예뻐더라구요. ^^
 

집안 일로 거제도 가는 중인데 늘 그렇듯이 가덕도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이용한다.
올때마다 인간이 해낸 일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
오늘은 날이 맑아서인지 다리와 하늘이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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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28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사진 정말 예쁩니다!!!!😍😍😍

바람돌이 2021-08-28 17:59   좋아요 3 | URL
차안에서 대충 찍었는데 풍경이 다하네요. ㅎㅎ

새파랑 2021-08-28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가대교는 해저터널이 대박 아닌가요?~!! 아~ 터널안에서는 밖이 안보이는구나 🙄

바람돌이 2021-08-28 18:09   좋아요 2 | URL
해저터널이 투명해서 물고기 보이면 대박이겠지만 그냥 시커먼 터널입니다. ㅎㅎ
섬과 섬 사이를 이은 다리가 보기에는 더 압권입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8-28 18: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예뽀요~😍😍

바람돌이 2021-08-29 01:03   좋아요 1 | URL
차에서 내려서 진짜 멋지게 찍고 싶은데 이 도로 정차 불가능입니다. ㅠ.ㅠ

유부만두 2021-08-28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밤 사진이랑 이렇게 다르군요. 아 멋지네요.

바람돌이 2021-08-29 01:04   좋아요 1 | URL
저는 낮사진이 더 좋은데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밤에는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조명색깔을 계속 변화시키고 있더라구요. ^^
 



7월 8월에 다 읽었지만 아직 리뷰를 못쓴 책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책이 좋으면 좋을수록 리뷰쓰기가 너무 힘들다.

인문서들은 내용이 분명하니까 그래도 좀 나은데 특히 저 책탑에 있는 소설들

<나는 고백한다> <펠리시아의 여정>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일치감치 내 인생의 책들의 반열에 오르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너무 좋은데 그 좋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고도 안타깝다.


좋은 책일수록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야지 하다보면 이렇게 리뷰 쓸 책들이 밀리고,

그러다보면 읽은 책들이 쌓여서 저 책탑이 막막 부담감으로 속에 콱 얹히게 된다.

이럴 때는 역시 꼼수다.

내 주제에 잘쓰기는 뭐...

능력이 안되면 한꺼번에 모아서 막막 좋다고 휘리릭 페이퍼 하나에 몰아주기!

그러고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면 얹힌게 다 내려가고 마음이 막막 편해지면서 새 책을 향해 돌진하게 되는 나는 꼼수의 대마왕!

저렇게 쌓아놓고 보니까 역시 민음사판은 책등도 구리다.

역시 표지성애자인 내게는 문학동네! 책등조차도 산뜻하구나.... ㅎㅎ

두권은 도서관 책인데 <모두 다 예쁜 말들>은 빌려보는게 아니었어라고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표지가 책등이 구려도 책은 너무 좋은걸 어떡하리오!!!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 자우메 카브레의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100% Falstaff님과 잠자냥님의 강력한 뽐뿌때문이었다고 쓰다가 덕분이라고 고친다.

그리고 Falstaff님을 따라 나도 외친다. 이런 작품을 명작이라고 부른다고......

바이올린 '비알'을 매개로 14세기 종교재판과 나치의 홀로코스트,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시기를 엮어내면서 인간을 옭아매는 빠져나갈 수없는 거대악의 존재를 너무도 절묘하게 묘사한다.

작가가 각각의 악을 교차시키는 순간들은 너무나도 절묘해서 시대와 상황이 달라져도 인간들이 행하는 악의 본질은 결국 같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악을 행하는 그들의 머리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때로는 신의 뜻을 지상에 구현하는 것, 또 때로는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 - 그 거대한 신념이 무엇이든지 이런 이데올로기에 갇힌 인간들은 자신이 무엇을 행하든 그것은 거대 종교, 거대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만이 다는 아니다.

진실로 인간의 악함이 정점에 이르는 것은 이런 신념이 개인의 욕망과 교차하는 지점이다.

유부녀를 강간하고 그것을 신의 뜻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제나, 바이올린 비알을 차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총을 쏴 살인을 저지르는 나치 의사나 그들의 죄악은 신의 대리인, 민족의 전사라는 이름앞에 얼마든지 정당화 시킬 수 있다.

그곳에서 인간의 양심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해져 버린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이렇게 악의 그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닌데,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악인이 되는걸까?

작가가 그려내는 또 다른 악인은 주인공 아드리아의 아버지, 그리고 평생의 친구 베르나트이다.

아드리아의 아버지에겐 어떤 거대 종교든 이데올로기든 다 상관없다.

물욕이든 명예욕이든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고, 배신하는 인간들.

죄책감이란것은 너무도 비루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죄책감이 커지면 인간은 자기합리화를 시작하는 법이다.

그 순간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종교재판관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고문할 수도 있고, 나치가 되어 타인을 거리낌없이 살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악이 탄생하는가를 이토록 유려하게 그려낸 책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나의 짧고 비루한 글이 이 훌륭한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소녀는 OO이 되었다.

책을 읽을 때, 특히 이런 식으로 주인공이 무슨 목적에서든 여행을 떠날 때 독자들이 기대하는 기본 문법이 있다.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이, 책 속의 여정을 통해 어떻게든 주인공이 내적 성장을 이루리라는 기대 말이다.

책 소개를 보면 이 책은 성장소설이 아니라고 그렇게 광고를 하는데도 사실 책을 읽다보면 "그래 그래 펠리시아! 네가 조니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너는 살아갈 수 있어. 이런 어려움을 겪어내고 있잖아"라고 하면서 펠리시아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게 된다.

이 책의 압권은 그런 독자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배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다가오는 그 먹먹함을 되씹어보면 맞아 이게 현실이지. 이것도 삶의 한 방법일뿐이야. 

펠리시아 네가 만난 사람들을 생각해봐.

그들도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고 읊조리게 되는 것이다.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영국의 복지정책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몰아치던  대처수상 재임시절이 배경이 아닐까 싶다.

아일랜드의 소녀 펠리시아는 공장이 문을 닫으며 직장을 잃었다.

펠리시아만이 아니라 주변에는 실업자들이 넘쳐난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겐 더 이상 이념도 민족도 중요하지 않다.

펠리시아가 찾아 헤매는 아이의 아버지 조니가 아일랜드의 적인 영국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취직을 위해서일뿐....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 오랜 세월 묵은 이념은 힘을 잃는다.

아일랜드만이 아니라 영국이라고 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 책을 "선"에 대한 책이라고 했는데, 현실의 선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펠리시아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녀를 대하는 것은 아니다.

힐디치씨조차도 나름의 선의를 가지고 그녀를 돕는다.

이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펠리시아는 타인의 이런 선의에 의해서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펠리시아에게 필요한 선의는 그들의 선의와 다르다는 것이, 그래서 선함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돕는 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대처리즘에 의해 황폐해가는 영국의 풍경과 함께 곱씹어보게 되는 소설.

읽을 때보다 읽고 난 이후의 여운이 훨씬 오래 가는 그런 소설이다.



















코맥 매카시를 일컬어 서부의 세익스피어라고 하는데 나는 세익스피어를 제대로 읽지 못해 이 평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할 수가 없다.

다만 이 책 한권만으로도 코맥 매카시는 누구에 빗대지 않아도 그 자신으로 충분히 이름값을 날릴만하다고 단언한다.

압축한다면 한 서부 소년의 성장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읽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인공 소년 존 그래디는 이미 충분히 내면과 외면이 모두 성장한 너무 훌륭한 인물이므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겨준 농장에서 소를 키우고 말을 타는게 소원인 소년.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자 알아서 이혼하고, 농장을 물려받은 어머니는 이제 퇴락해서 수입도 얻을 수 없는 농장을 경영하고 싶은 생각이 일도 없는 상황.

열여섯 살 카우보이 소년은 자신이 하고싶은 무언가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

친구 롤린스와 그의 말 레드보와 함께.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외형을 취하지만, 사실상 길을 떠나는 순간 바로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이라 자신의 이름 존 그래디로 명명되는데 이는 그가 독립적인 하나의 인간으로 이미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텍사스에서 국경을 넘어 멕시코까지, 그리고 멕시코의 한 농장에 취직해 말을 다루는 그의 능력으로 농장주인에게 신임을 받고, 농장주의 딸과 연애를 하고, 하지만 그 연애 때문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위기에 빠지고,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떠나는 순간까지.....

아! 이 얼마나 뻔한 스토리인가?

그러나 조심하시라!

문학작품의 스토리는 진짜 핵심의 1%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니 말이다.

존 그래디가 여행하는 황량한 서부의 풍경은 그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풍경과 주인공의 마음이 하나로 녹아드는 서술들은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확실하게 느껴지게 해준다.

또한 존 그래디의 연애는 뻔했지만 헤어짐은 특별하여, 그는 나의 최애 캐릭터로 등극한다.

또한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그가 저지르는 위험천만한 모험에서는 이 소년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인하게 자신의 꿈을 지키고 싶어하는지 절절하게 느끼며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그래 존! 네 이름은 너무 너무 평범하지만 넌 절대 평범하지 않아!

서부 영화의 모든 뻔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어떤 장면도 뻔하지 않다.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 롤랜드는 이제 지쳤고, 그냥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여긴 썩 괜찮은 나라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존 그래디는

그래.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나의 나라는 아니야.


맞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삶을 찾고있다.

존 그래디라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름다운 인간 존 그래디를 만나라고 누구든 붙들고 얘기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내 여행계획서에는 온갖 역사적인 건물과 미술관 박물관으로 꽉 차 있다.

가끔 괜찮은 그곳만의 공연이 있으면 공연을 예매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는 너무도 재미없는 공연을 오로지 극장 내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유로 예매하기도 했었다. 덕분에 공연 내도록 졸았다. ㅠ.ㅠ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여행기이다.

책의 시작은 알타미라, 라스코, 그리고 프랑스의 쇼베에서 시작한다. 

이곳의 동굴벽화들은 구석기인들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를 산산조각낸다.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절박한 시기에도 인간은 예술적 행위를 했다.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그 예술을 이해함으로써 어떤 도시, 어떤 역사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의 여행은 바로 그 예술을 통해 도시를 이해하고, 인간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들간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찾고자 한다.

멋모르고 떠났던 첫 여행과 두번째 다시 가게 되는 도시들의 모습이 다르게 다가옴을 보여주면서 생각하는 여행이, 예술과 함께 하는 여행이 더 풍부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가 나는 어디를 다시 가고싶지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는데,

이미 캄보디아의 씨엠립은 너무도 다시 가고 싶어서 유일하게 두번 갔다온 도시였다.

그러면 그 다음은? 아마도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와 블루모스크, 보스포로스 해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 호텔 옥상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다.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을 쫓아내 주세요. 그들은 위험하므로 먼저 죽이세요."

"나는 내 운명을, 아니 팔레스타인의 운명을 알아요. 난 한 명이라도 이스라엘 사람을 죽이라고 태어났어요."

"저는 커서 아빠처럼 해적이 되어 외국 배를 많이 납치할거예요"(소말리아)

대학교에 가고 싶어서 미군에 입대하는 17살의 미국 청년들, 

형의 죽음을 앞에 두고 반군에 가담하는 아이들


세계는 끊임없이 싸우면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증오와 복수로 몰아넣고,

또 그들을 처참하게 희생시키는가?

국제전쟁 전문 pd가 자기 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들, 

마지막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한 아웅산 수치여사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권의식이란 공부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음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전혀 상관없는 먼곳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얼마 안된 미래의 내 문제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국제문제에 관심을 호소하는 글이기도 하다.

아프간사람들이 입국한 이 즈음에 어른도 아이들도 같이 보면서 평화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관심가지고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위 모든 책들은 별 5개가 아니라 10개도 주고싶은 책들!

그런데 이렇게 리뷰를 대충 몰아쓰는 이유는?

역시 책을 읽고 싶어서....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여전히 좋다.

더군다나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책은 

















에밀 졸라에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과 파리코뮌이 배경이라지 않는가?

예약주문 감질나서 왠만하면 안하는데 이 책은 바로 예약주문해서 따끈한 상태로 받았다.

자국이 패한 전쟁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되고, 다락방님이 말한 저 병사의 코브라자세는 도대체 무엇때문인지도 궁금하고...

빨리 보고싶은데 자꾸 외출할 일이 생기네.... ㅠ.ㅠ


어쨋든 한 권 읽고 나면 한 권 리뷰쓰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번에 실패했으니 오늘부터 1일차 다시 시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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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28 15:1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패주 읽기 화이팅이요!! 💪

바람돌이 2021-08-28 15:45   좋아요 5 | URL
넵 화이팅 해야 되는데 지금은 또 집안일로 거제도 가는 중입니다. ㅠㅠ

2021-08-28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8-28 15:48   좋아요 5 | URL
항상 좋은 책은 넋을 놓고 본다는거요. 책읽을 때 노트흫 옆에 두는거 좋을듯요. 이번에 알라딘 굿즈로 받은 노트를 어디에 쓸까 고민했는데 미미님이 말한 방법으로 실천해보겠습니다. ㅎㅎ 오늘로 역시 1일차!!! 아자 아자 기합!! ^^

mini74 2021-08-28 15: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백한다 간증시간 ㅎㅎ 그만큼 좋았던거 같아요. 폴스타프님 출판사에서 소고기라도 사주셔야 됨! 매카시 책 막 읽고싶어지네요. 황량한 서부의 풍경이라니 *^^*

바람돌이 2021-08-28 18:10   좋아요 5 | URL
간증시간 맞네요. 이 책 진짜 노무 좋아요. 민음사에서 폴스타프님에게 한우로 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매카시 책 모두 다 예쁜 말들 정말 너무 좋아요. 책의 후반부에 가면 왜 제목이 모두 다 예쁜 말들인지 나온다죠. 저는 감동 먹었어요 더 이상은 스포니 패스. ㅎㅎ

얄라알라 2021-08-28 23:39   좋아요 0 | URL
동감합니다. 저도 하루 5번 이상 머릿 속에 ˝패주, 패주, 패주˝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 시발점은 폴스타프님이시니!

scott 2021-08-28 15: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 페이퍼에 올려 주신 모든 책들 저도 읽고 감동 받은 책들! 한권 읽고 리뷰 한편쓰기 응원 합니다!

바람돌이 2021-08-28 15:53   좋아요 5 | URL
역시 스콧님은 다 읽으셨을줄 알았어요. 안본 책을 말하는게 더 빠를듯... 진짜 좋은 책은 역시 대부분이 좋은가봅니다.

새파랑 2021-08-28 17: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전 멋진 페이퍼네요~!! 작품별로 따로따로 쓰셨어도 완벽한 리뷰였을텐데~!!

그런데 작품이 너무 좋으면 리뷰쓰기가 더 어렵긴 하더라구요. 얼마나 좋았는지 표현하고 싶어서 잘 쓰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들긴 하더라구 🤣

바람돌이 2021-08-29 00:47   좋아요 1 | URL
그럴리가요. 그런데 잘 쓰야 한다는 마음을 딱 비우고 그냥 좋다고 좋다고 쓰야지 하면 맘이 완전 가벼워지면서 어땠든 써지더라구요. ㅎㅎ 작품이 너무 좋으면 지나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만 그런거 아니라서 완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붕붕툐툐 2021-08-28 18: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몰아쓰는 재미가 들려서 그동안 왜 몰아쓰지 않고 고지식하게 한권씩 쓰려고 했나 싶은데~ㅎㅎ
와~ 바람돌이님도 엄청 빨리 읽으시는군요! 소리 소문 없이 저 책들을 다 읽으시다닛!!
그리고 혹시 거제도 가시는 일 때문에 바쁘셔서 잊으셨을까봐 알려드리는데, 주말 지나면 곧 9월 1일 와요~😁

바람돌이 2021-08-29 00:49   좋아요 2 | URL
우와 툐툐님 능력자! 몰아쓰는 것이 더 좋다니 그 부담감을 없앤건 역시 명상의 힘인가요? ^^
방학이라서 좀 많이 읽어졌어요. 하지만 역시 목표는 목표였답니다. ㅎㅎ
마의 9월 1일을 잊을리가요. 요즘 매일 분초를 세면서 울고 있습니다. ^^

stella.K 2021-08-28 18:4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좋으면 좋을수록 리뷰쓰기가 너무 힘들다. 완전 동감요!
민음사 세계문학 구린 것도 동감입니다.
그래서 웬만해서 잘 안 사는데 <나는 고백한다>는 다른 출판사에선 안 나오니
안 살 수가 없겠더군요. 아직 사진 않았지만.ㅋ
잘 쓰셨네요.^^

바람돌이 2021-08-29 00:52   좋아요 5 | URL
stella.K님 같은 분도 책이 좋을수록 리뷰 쓰기가 힘들다니 완전 안심이 됩니다. ^^
민음사 세계문학은 표지도 맘에 안들지만 저는 그 세로로 긴 판형과 가독성 떨어지는 활자체까지 다 맘에 안들어요. 번역은 제가 논할 주제가 안되니 논외인데 가끔 번역 문제도 많이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나는 고백한다는 번역 좋아요. 민음사판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슬퍼하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1-08-29 07: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백한다와 펠리시아의 여정...너무나도 좋은 평들이 많아 저도 9월 구입목록에 미리 찜해 놓았어요..너무 좋게 읽으면 리뷰 쓰기 막막함!! 바람돌이님 비롯해 다들 그런 부분들이 있으시군요?^^ 저는 어찌 써야할지 몰라 아예 기록하지 않기도 하고,기록해도 더 유치하게 좋네요~좋아!!! 이런 수준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ㅋㅋ 왜 있잖아요? 이거 좋은데 뭐라 말로 할 수가 없네?진짜 좋은데?...뭐 그런 늬앙스의 광고가 갑자기 떠오르네요ㅋㅋ
어쨌거나 바람돌이님의 리뷰는 멋집니다.또한 책을 읽고 감동 받으신 그 기분 고스란히 전해져 올리신 책들 다 사고 싶은 뽐뿌 글이에요ㅋㅋ
코브라 자세 책이랑 두 번째 도시~모두 다 예쁜 말들책도 장바구니 담아야 하나?고민중입니다ㅜㅜ

바람돌이 2021-09-02 10:08   좋아요 1 | URL
이거 좋은데 뭐라 말을 할수가 없네 딱 맞아요. ㅎㅎ 이번에 본 책들은 다 너무 좋아서 역시 알라디너님들의 추천은 후회가 없구나 감탄하며 읽었었습니다. 코브라 책과 모두 다 예쁜 말들 중 저는 솔직히 모두 다 예쁜 말들이 더 좋았습니다. 나는 고백한다와 모두 다 예쁜 말들이 1등을 다툽니다. ^^

희선 2021-09-01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책만 읽으셔서 기분 좋으셨겠습니다 그래도 읽을 책은 여전히 많을 듯하네요 책은 끊임없이 나오는군요 여기 쓰신 책 다 즐겁게 보신 듯하네요 소설에서는 누구나 조금은 자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벌써 자란 아이도 나오다니... 사람은 언제까지나 자라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바람돌이 님 구월 즐겁게 맞이하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1-09-02 10:11   좋아요 2 | URL
요즘은 10%쯤 읽었는데 아 이건 아니다 싶은 책이 있으면 바로 던져버려요. 전에는 일단 손에 든 책은 다 읽었는데 굳이 재미없는 책을 꾸역꾸역 읽어야 할 이유가 없더라구요. 세상에 재미있는 책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저 책들은 모두 마음에 드는 책들입니다. ㅎㅎ
희선님도 9월 즐겁게 맞으세요. ^^

scott 2021-09-10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책탑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개학 하고 바쁘신데
건강 잘 챙기세요 ^ㅅ^

Falstaff 2021-09-10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왜 안 읽었을까.... 따져보니까, 토요일에 올리셨네요!
ㅋㅋㅋ 나는 고백한다에 제 이름도 올라가서 더욱 기분좋군요!!!

새파랑 2021-09-10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책탑한번 더 쌓으시겠네요.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09-10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mini74 2021-09-10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coolcat329 2021-09-10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탑 페이퍼 참 뜨거웠죠~~축하드립니다

희선 2021-09-11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여기 쓰신 건 다 즐겁게 읽은 책이었네요


희선

초딩 2021-09-11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

모나리자 2021-09-11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바람돌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