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순간, 모리스는 온몸을 떨리게 하는 어둠 속에서 크나큰 의무감을 느꼈다. 그는 더이상 전설적인 승리를 거두겠다는 허황한 꿈을꾸지 않았다. 베르됭으로의 행군, 그것은 죽음에 이르는 행군이었다.
그리고 죽어야 하는 이상 그는 그 죽음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P91

당장의 전투를 꿈꾸며 애국적인 열정 속에서 입대한 지 육 주가 지났건만, 그가 한 것이라고는 전투와 무관하게 살았기에 구보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발을 혹사시킨 행군뿐이었다. 따라서 적군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그는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무한히 뻗은 듯한 그랑프레 도로를 초조하게 주시했다.
- P125

 아! 대패가 확실한데도 완조의안녕을 위해 사지로 급파되는 이 설망의 군대여, 이 파멸의 군내여 진격하라, 진격하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빗속으로, 진창 속으로, 전멸을향해!
- P147

랭스에서 야영한 다음날 샹파뉴에서 병사들이 했던 즐거운 행군, 농담과 노래로 떠들썩했던 행군, 프로이센군을 따라잡아 격퇴하리라는 희망 속에서 배낭을 가볍게 들어올렸던 행군과는 전혀 달랐다. 이제 분노와 침묵 속에서 그들은 어깨를 짓누르는 소총과배낭을 저주했고, 지휘부를 더이상 믿지 않았으며, 절망에 사로잡힌 채채찍질을 두려워하는 가축떼처럼 전 만근 무거운 발을 그저 앞으로옮길 뿐이었다. 이 가련한 군대는 자기들의 십자가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 P153

많이 배우지 못해 무식한 그가 보기에,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조화롭게 공존하는것보다 더 쉬운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이 배운 모리스는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전쟁이 삶 자제요.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정의와 평화의 개념을 도입한 자는 불쌍하고 유약한 존재가 아닐까? 어차피 냉혹한 자연이란 끝없는 살육의 장일 뿐이니까.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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