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는 전쟁에 찬성했고, 그것이 불가피하며 심지어 두 나라의 존속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양과 학식이 있는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진화론적 사상에 몰두한 이래, 그는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 아닐까? 자연의 조건 그 자체가 지속적인전투, 가장 강한 자의 승리, 행동으로 유지되고 쇄신되는 힘, 죽음에서늘 새롭고 신선하게 부활하는 생명이 아닐까? 그는 잘못을 만회하기위해 입대해 전선에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그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뜨거운 조국애가 떠올랐다.  - P19

소총은 허공에서 두 번 돌더니 밭고랑으로 떨어졌고, 마치 시체처럼 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소총들이 날아들어 슈토의 소총과 합류했다. 불타는 태양 아래 밭은 금세 버려진 무기들로, 자포자기의 슬픔으로 가득찼다. 그것은 배를 뒤틀리게 하는 굶주림, 발을 피로물들이는 군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행군, 등뒤에서 들려오는 뜻밖의패배 소식 때문에 생긴 전염성 광기였다. 더이상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없었다. 지휘관들은 꽁무니를 빼고, 병참은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분노, 근심 걱정, 시작도 없이 전쟁을 끝내고 싶은욕망뿐이었다. 그러니 뭘 어쩌라는 거야? 소총은 배낭의 운명을 따랐다. 장난질을 좋아하는 광인들처럼 조롱에 찬 비웃음 속에서, 어리석은분노 속에서, 들판에 산재한 낙오병들의 끝없는 행렬을 따라 소총이 줄지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