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핵심은 마녀사냥을 자본주의의 본원적 축적과정에서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연결짓는 것이다.
맑스주의에서 말하는 본원적 축적이란 토지와 같은 생산수단의 사유화와 노동계급의 형성과정을 핵심으로 한다.(이 책에서 그토록 강조되어 말해지는 인클로저 운동과 이를 통해 토지에서 쫒겨나는 농민들이 바로 그 과정이다.)
이 두 과정 모두에서 기존의 공동체를 해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토지는 공동체의 소유에서 해체되어야 하며, 개인 노동자들 역시 봉건적 신분적 구속과 토지에의 구속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인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 중세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이 바로 여성들의 공동체였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따라서 여성과 그들의 공동체,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고 있던 전통적 가치와 관계들이 핵심 공격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마녀사냥은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녀사냥과정에서의 여성들을 죽이는 방법이 그토록 잔인했던 것은 자본의 공격에 대해 함부로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공포분위기의 조성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저자는 오늘 날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런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 일어나고 있고, 이 지역들에서 과거와 같은 마녀사냥이 다시 일어나고 있음을 얘기한다.
오늘날 아프리카나 다른 제3세계 지역의 자본주의화는 당연히 제1세계의 자본투자에 의한 것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제3세계 지역들에서의 마녀사냥의 재현이 바로 UN을 비롯한 제1세계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유럽과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조차도 아프리카, 아랍, 라틴 아메리카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의 재현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견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1. 근세에 들어 마녀사냥이 본격화하기 이전 중세 공동체 사회의 가치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경제를 담보하는 것이 정말 여성이었나? 저자의 견해를 받아들이면 중세가 자본주의보다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 덜했다 내지는 중세에는 여성들의 파워가 더 컸다는 견해로도 소급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물론 대놓고 이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런 혐의는 보인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면 결론이 여성의 전통적인 공동체를 회복하자 뭐 이런 식으로 갈 수 있다는거다. 중세적 공동체문화의 회복이 정답인가? 아니라는 것 다 알지 않나? 왜냐하면 중세라고 딱히 여성에게 다르지 않지 않은가말이다.
2. 마녀사냥을 자본의 본원적 축적과 연결지어서 설명한 것은 굉장히 독특하고 새로운 해석이다. 또한 자본주의가 농촌의 토지를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여성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마녀사냥을 활용했다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정말 괴물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웠고, 자본주의가 나아가는 길에 방해가 되는것에 공포를 활용하는 것 역시 오래 된 수법이다. 그런데 그것을 마녀사냥의 본질적 원인으로 보는건 좀 생각해봐야 할거 같다.
실제로 마녀사냥과정에서 돈많은 과부나 결혼하지 않은 상속녀들이 마녀로 몰린 경우가 많았다. 그 배후에는 당연히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자하는 친척 남자들과 재산몰수에서 이익을 얻을 교회나 재판관들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고. 또 마녀사냥은 종교가 최고의 권위를 과시하던 중세가 아니라 중세의 해체기- 종교적으로는 종교개혁으로 인해 카톨릭이 위기에 처했던 시기에 가장 끔찍하게 일어났다. 여기서 보다 주도적이었던 것은 기독교 내의 구교와 신교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희생양을 찾았다는 견해도 가능하다. 사실상 마녀사냥처럼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단 하나의 주된 원인으로 환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면 저자는 왜 무리하게 이런 해석을 시도하는 걸까?
3. 내 생각에 마녀사냥에 대한 이런 해석은 오늘날 아프리카와 인도, 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재생되고 있는 마녀사냥에 대한 근원적인 책임을 묻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지금의 마녀사냥 역시 자본주의의 확산과정과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 책임을 자본에 돌린다. 인도의 지참금 살인, 아프리카의 채굴경제를 위한 다국적기업의 토지강탈은 당연히 돈의 문제다. 그러나 그것만인가? 이 지역들에서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살인이 자본이 철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이 지역들 내의 빌어먹을 역사적 전통들은 여성억압과 살해와 관련이 없는가? 아니면 적어도 부차적인 문제라고 치부할 수는 있는가? 문제는 저자의 해석을 따르면 오늘날 아프리카, 아시아등의 지역에서의 여성살해의 원인을 너무 좁게 잡음으로써 그 해결책 역시 편협해지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의 해석은 신선했고, 마녀사냥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을 줬지만 그 해석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현실을 이론에 맞추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 이 책이 팜플렛의 성격이 강하다는걸 감안하면 나의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할 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