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알지 못했다. 전쟁의 세상이 우리가 아는유일한 세상이었고, 전쟁의 사람들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지금도 다른 세상이나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세상, 다른 세상 사람들은 정말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 P14

하지만 왜? 나는 여러 번 자신에게 물었다.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놓고 왜 여자들은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자신들의 언어와 감정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여자들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나의 또다른 세상이 통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나는 바로 이 전쟁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 여자들의 역사를 - P18

이들은 듣는 이와 달리 늘 다른 공간에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은 적어도 세 사람이다. 지금 내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지금 내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때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사람, 그리고 나. - P24

광학에는 ‘집광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피사체를 잡아내는 렌즈의 정확도를 말한다. 전쟁에 대한 여자의 기억은 감정의 긴장도나 고통의 지수로 볼 때 그 집광력이 가장 높다. ‘여자‘의 전쟁이 ‘남자‘의 전쟁보다더 처절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남자들은 역사 상황이니 따위의명분 뒤로 숨고, 전쟁은 이념이므로 이해관계를 내세워 그것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또는 그것에 맞서야 한다고 유혹한다. 반면에 여자들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언젠가 총을 쏘게 될 상황에 미리 대비한다. 여자들은 총 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아니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다른 것을 기억하고, 그래서 기억하는 방식도 다르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들의 전쟁에는 냄새와 색깔과 소소한 일상이 함께한다. - P28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우리 남편한테 물어봐. 그 양반은 전쟁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오죽하면 지휘관들, 장군들 이름은 물론 부대번호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생각도 안 나는데, 나는 내가 겪은 일만기억나 내가 겪은 전쟁만, 주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결국 사람은혼자야. 왜냐하면 사람은 언제나 홀로 죽음을 대면해야 하거든. 나는 그끔찍한 외로움을 알지. - P65

또 무슨 일이 있었나………… 글쎄・・・・・・ 전쟁이 몇 년 동안 있었지? 4년.
그래, 참 길기도 했네………… 그런데 그 4년 동안 꽃이고 새고 전혀 본 기.
억이 없어. 당연히 꽃도 피고 새도 울었을 텐데. 그래. 그래 ・・・・・・ 참 이상한 일이지? 그런데 정말 전쟁영화에 색이 있을 수 있을까? 전쟁은 모든게 검은색이야. 오로지 피만 다를 뿐, 피만 붉은색이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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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대성벽은 합스부르크제국의 심장을 보호하는 갑옷이었다. 정략결혼으로 영토를 획득했고 전쟁에는 지극히 무능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도시 전체를 둘러싼 대성벽을축조하고 바깥에 외성벽을 한 겹 더 쌓았다. - P26

 높고 두꺼웠던 빈의 대성벽은 합스부르크의 권력자들을 지배했던 두려움을 드러낸 건축물이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그런 감정을 이겨냈기에 그 성벽을 길로 바꾸는 결단을 할 수 있었다. - P27

요제프 황제를 오늘의 빈을 창조한 주역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가 통치했던 19세기 후반에 빈은 예술·건축·문학·의학 등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럽 최고 수준의 도시가 되었다. 우리가 지금보는 빈은 어쨌든 그가 성벽을 철거한 덕분에 태어났다. 그는 새로운문화를 북돋운 계몽 군주도 아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한 반동적 전제군주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백 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빈 시민들은 황제를 잊지 않았다.  - P44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증언하는 초대형 기억 공간을조성한 베를린 말고는 부다페스트만큼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을적극 홍보하는 도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부다페스트에서 반드시 그런 것을 챙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연을 알면 부다페스트가 더 정겹게 안겨 오는 느낌이 들 것이다. - P114

오늘의 헝가리 정치도 보수정당이 압도한다. 제1당은 보수당, 두번째는 극우 정당이고 중도 진보 성향의 정당은 그다음 자리다. 그래서 유럽연합 회원국이면서도 시리아 난민 수용을 단호히 거부했다.
자기네가 당했던 부당한 억압의 역사는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이중제국 시절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발칸 민족들의 독립투쟁을 오스트리아와 손잡고 짓밟은 일이나 영토를 회복하려는 욕심에 나치 독일과손잡았던 사실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과거사를일관성 있는 태도로 소화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P123

카렐 4세가 실제적 국가 창설자라면 성 바츨라프 정신적 국가 창설자이다. 생일이 확실치 않아서 사망한 날을 정신적인 국경일로 삼았다. 통치자로서 거론할 만한 업적도 없고 재위 기간도 짧았지만 도덕적 정치적 비난을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보헤미아의 자존을 지키려고 외세에 대항하다가 사악한 동생의 손에 목숨을 빼앗겼다. 긴세월 외세와 종교권력의 억압과 핍박을받으며 자존과 독립을 갈구했던 보헤미아 민중이 역사에서 그를 불러냈다. 영웅은 탄생하는 게 아니다. 민중이 찾아내고 만든다. - P209

드레스덴은 ‘가해자의 몸에 남은 상흔‘이었다. 독일 사람들은 그 상흔을 남몰래 만질 뿐 드러내 보이지않으려 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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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부정과 긍정

어머니에 대한 부정과 긍정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부정과 긍정

이 마지막 긍정에까지 이르기 위해 넘어서야할 가족이라는 큰 암벽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하는 그래픽 노블 시리즈이다.

혹시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위의 순서대로 읽어주는게 좋을듯.... (실제 발간된 순서이기도 하다)


어떤 집이든 비밀스런 또는 남에게 말하기 창피한 가족사 하나쯤 가지고 있겠지만 그걸 세상에 다 까발리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창피하기 때문이고 - 특히 우리나라같은 곳에서는 가족의 치부가 나의 치부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므로 더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슨 벡델의 <펀 홈>은 대단하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이런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작가의 아버지를 뭐라고 해야 할까?

1980년에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는 숨겨진 동성애자였다.

이 사실만으로만 생각하면 참으로 애잔하다.

아무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1960년대 70년대 친척들이 드글거리는 시골마을에서 가업인 장의사업과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백인 남자가 커밍아웃을 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억압된 욕구는 가끔 10대 후반의 남자아이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번은 이 사건 때문에 재판까지 가기도 한다.

사실 나는 이 대목에서 기겁했는데 10대 후반의 남자아이라니..... 범죄잖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억압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동정심이 몽땅 다 날아가버리는 대목이다.

아버지로서도 그는 최악이다.

지적인 욕구가 강하고 자기애가 강한 아버지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아버지의 역할은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된다. 

엘리슨이 처음 시를 썼을 때 아버지는 그것보다는 이런 표현이 더 좋잖아라면서 딸의 시를 난도질 해버리고 자신의 시로 만들어버린다. 아버지로서는 솔직히 최악이다.

이런 아버지에 대한 정말 솔직한 표현은 오히려 <펀홈>이 아니라 <당신, 엄마 맞아?>에 나온다. 비록 꿈속에서지만......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죽음은 엘리슨이 부모에게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하고 난 4개월 후였다.

엘리슨으로서는 인과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명시되지 않는 죄책감에 짓눌린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평생에 걸쳐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살면서 그것을 숨기고 살았던 삶 앞에, 그 사실을 몰랐던 딸은 당당하게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는 어떤 맘이었을까? 딸로서는 당연히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 지점이겟지......

이 평범하지 않은 부녀관계는 아버지의 죽음마저 딸의 삶을 짓누르는 억압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딸의 커밍아웃에 대해 침묵했던 엄마와 달리 아버지는 그녀의 결정을 인정한다.

각자 따로 자기 세계에 파묻힌 자폐가족같은 이 집안에서 작가가 아버지와의 화해 지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눈물겹다.'




두번째 이야기는 <당신, 엄마 맞아?>

엘리슨 벡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3권의 책 중 가장 난해했지만 가장 좋은 책이었다.

예상하기로는 아버지와 결혼하면서 시인이든 배우든 뭐든 될 수 있던 빛나는 미래를 모두 포기했는데, 남편은 게이이고,

그녀의 삶은 시골마을에서 붙들려있고, 아이들 양육과 살림이고 뭐고 다 맡겨져버린 어머니의 삶에 대한 비가 정도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천만의 말씀.

이 어머니 역시 만만치 않은 자존심과 확고한 자기 삶의 태도를 가진 독립적인 여성이다.(다만 아쉬운건 게이 남편과 이혼할 결심을 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거지만 그건 정말 그 시대의 여성의 위치, 여성의 삶을 생각하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사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엘리슨 벡델 자신의 이야기이다.

우울증과 강박,  누군가가 자신에게 집착한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찾는 자신의 사랑 방식, 어머니 대신이 될 정신과 의사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어릴 적부터 엄마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사랑받기 위해서 조용히 해야 하고, 요구하지 말아야 하고, 집착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너무도 잘아는 그녀는 정신과 상담과 심리 상담을 끝도 없이 하는 와중에 스스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며 그 이야기를 책 속에 풀어놓는다. 



그런 엄마와 화해하는 지점 - 물론 엄마와의 화해가 아니라 작가의 마음속 엄마와의 화해이다.

온갖 결핍을 제공했던 엄마이지만 그녀가 딸에게 준건 어릴 적 "절름발이 아이 놀이"에 진진하게 대응해주면서 상상의 힘을 가르쳐 주었던 것. 즉 엘리슨 벡델이 지금 그림과 글을 통해 가족으로부터 드디어 독립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을 준것이다.

그것을 작가는 출구라고 표현한다. 

솔직히 이 정도 되면 정말 눈물겹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결핍이 지금의 나의 삶을 규정짓고 억압한다면, 제대로 살기 위해서 이토록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노력이 이 작가의 삶을 어떻게 규정지었는지가 3번째 최근작인 <초인적 힘의 비밀>로 이어진다.


사실 <초인적 힘의 비밀>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 처음 읽으면서 이 작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자신을 끝까지 몰아부치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맘이 들었다.

하지만 앞선 <펀홈>과 <당신 엄마 맞아?>를 읽고 난 이후면 이 작가의 삶의 태도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제대로 수용되고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삶은 무언가 집중하고 몰입할 것이 필요했을 것이고 육체적 활동은 사실상 가장 몰입하기 쉬운 대상이기도 하다.

스키, 요가, 가라데, 크로스컨트리, 권투, 러닝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고강도 운동들에 작가가 아니라 내가 질릴 정도.

불교에 대한 열정도 역시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몰입하고 있고, 

육체와 정신을 모두 초월하고자 하는 삶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질릴정도다.

그럼에도 지금의 작가가 초월할 것은 초월할 것이 있다는 생각뿐이라는 것들 드디어 깨달았다는데 다행의 한숨을 같이 내쉬게 된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처럼 이 세상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3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너무나도 내밀한 일생을 엿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 삶의 건강함을 찾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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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7-21 0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이 보낸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간 애증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족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간 사랑해야 하기에, 당연하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덮이고 쌓이면서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07-21 11:34   좋아요 4 | URL
당신 엄마 맞아는 본인 얘기보다 책 얘기가 더 많은듯요. 그래서 어려웠습니다. 특히 정신분석학은 아 뭔 말이야? 이러면서 읽었어요. 저는 펀홈보다는 당신 엄마 맞아가 더 좋았습니다

난티나무 2022-07-21 0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펀홈>을 읽었으니 차례로 다음 책을 보면 되겠어요. <펀홈>에도 책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다른 책들도 그렇겠죠?
바람돌이님 글을 읽으니 <당신, 엄마 맞아?>는 왠지 <펀홈>과 비교하며 읽게 될 것같은 느낌이 드네요.^^

바람돌이 2022-07-21 12:27   좋아요 3 | URL
저도 펀홈과 비교하게 되지싶었는데 의외로 아니었어요. 아버징하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온전히 엄마와 자신의 관계에 집중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 어머니는 워낙에 쿨하셔서 작가 혼자 열일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ㅎㅎ 저라면 그냥 상처가 있르면 있는대로 대충 살지 싶은데 예민한 예술가인 작가는 그게 안되더라구요. 정신분석학과 문학을 통해 끊임없이 엄마와의 관계 정립을 시도하네요.

얄라알라 2022-07-30 00:30   좋아요 0 | URL
^^ 저는 <당신 엄마 맞아>부터 읽었는지 <펀 홈>부터 읽었는지 갑자기 헷갈리고 있어요.
<초인적 힘의...>도 단순히 운동 이야기가 아닌 정신분석 내용으로도 생각할 수 있나보네요...

난티나무님, <당신, 엄마 맞아?> 독서 응원합니다.
바람돌이님께서는 책 구매하신 걸까요? 도서관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흑흑

미미 2022-07-21 0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바람돌이님!^^ 저도 빨리 이 책들 보고 싶네요. 이런 내용일줄은 전혀 예상못했어요.
특히 아버지...우리나라였다면 절대 공개하지 못했을 그런 사연이네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가족사를 글이나 만화로 그려낸다면 문학사는 훨씬 버라이어티 할텐데요.

바람돌이 2022-07-21 12:31   좋아요 3 | URL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낸거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판단이 안서요. 아버지가 평생 숨겨왔던 것인데 죽었다고 이런 식으로 까발려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심지어 펀홈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더 좀 막막하더라구요. 작가의 아버지 진짜 싫었지만 아버지나 남편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 보면 좀 짠하더하구요.

mini74 2022-07-21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샘해밍턴이 떠오르네요. 그 분 아버지도 게이였다고 ~ 전 저 욕하는 컷이 확 눈에 들어와요. 금기된 대상에게 욕을 내뱉는 건 치유와 안정을 준다던데요 ㅋㅋ 잘 읽어요 바람돌이님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

바람돌이 2022-07-21 15:20   좋아요 2 | URL
작가의ㅜ아버지는 게이인게 문제가 아니라 그 상대가 10대 후반의 소년들이었던것이 진짜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는 자기 학교의 제자들이 많았던듯요. 거기다 평생 그걸 숨기면서 아내를 바보 만들었죤. 심지어 자식들에게는 거ㅣㅇ장히 고압적인 아버지이기도 했고... 저라면 저보다 더 쌍욕을 했을듯도.... ㅠㅠ
욕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욕해야 할 때 욕해야 하는거죠. 암요. ^^

레삭매냐 2022-07-21 1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간 컷이 넘나 적나라해서 그만...

건강한 삶을 향한 여정은 쉽지 않
네요.

바람돌이 2022-07-30 15:28   좋아요 0 | URL
중간 컷? 아빠가 잡아주는 컷인가요? 방치 내지는 귀찮음으로 일색하는 아버지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있거나 주도하는 어떤 장면에서는 저렇게 딸을 잡아주고 기다려주기도 하더군요. 100% 나쁜 아빠는 아니고 한 70%/쯤 나쁜 아빠? 가족이란 참 너무 어려운거 같아요. 대부분 우리나라 같은 데서는 70%가 아니라 한 20%만 돼도 그런대로 좋을데도 있었던 아빠란 명목으로 다른 가족들에게 맹목적인 희생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 작가 역시 그 가족이란 제도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던듯 보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지 않고는 못배겨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단발머리 2022-07-21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 권 다 읽었는데, 너무 밀도가 높아서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부모가 억압으로, 그것도 강력한 억압으로 작동할 때 그 부모를 벗어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뤄야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그런 생각도 했었구요.
바람돌이님 리뷰 읽으면서는 게이였지만 커밍아웃할 수 없었던, 게이인 남편과 이혼할 수 없었던 백델의 부모님의 상황을 좀 더 이해하게 되네요. 지금의 기준이나 생각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될 거 같기도 하구요.

바람돌이 2022-07-30 15: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픽 노블이라고 만만하게 보고 시작했다가 헉헉거리며 읽었습니다. 어떤 부분, 특히 당신 엄마 맞아에 주로 나오는 정신분석학과의 연결 부분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많아 그냥 넘겨야 했고요. 아 저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한 나오면 너무 싫어요. ㅠ.ㅠ
아무래도 이들이 살았던 시절이 1960년대 70년대이니까요? 그것도 우리로 치면 씨족마을에 사는거잖아요.
여러가지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희선 2022-07-22 0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마나 아빠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기는 어렵겠습니다 이 작가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게 작가한테 도움이 됐겠지요 많은 사람이 그냥 묻어두고 살겠습니다 부모라고 해서 많은 걸 바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만나는 사람이 부모니 부모한테 사랑받고 싶겠지만... 부모도 사람이니...


희선

바람돌이 2022-07-30 15:32   좋아요 0 | URL
대부분 우리들은 묻어두고 그냥 받아들이고 살지요.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겠고요. 어쩌면 이 작가에게는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고 난 겨우 3개월 후에 아버지가 자살한 것이 깊은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그걸 계속 자책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려 한 노력이 이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든 사랑이라는건 가족이어서 더 힘들기도 하구나 싶었습니다.
 
동유럽 기행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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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아저씨가 말한것처럼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하고 싶은 건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아니라 어떤 국가적 사회적 환경이 인간이 인간답다고 느끼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진다고 느끼느냐이니까.......


조만간 세계적인 거장이 될 그러나 아직은 본국인 콜롬비아의 정치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탈리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이의 좌충우돌 여행기로 읽을까?

그러기에는 그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들이 심상치 않다.(아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노벨 문학상의 마르케스라는 이름에 지레 짓눌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도 아직은 그저 르포물을 쓰는 아직 미숙한 글쟁이일뿐이다. 책은 술술 잘 넘어간다.)


마르케스가 동유럽을 여행한 시기는 1950년대 말이다. 대충 짚어보니 1957년쯤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책 소개여러 글에서 마르케스가 20대였다고 막 우기고 있기 때문이다. 

1957년이면 만나이로 29살이니까 20대 맞고, 우리 나리로는 31살인데, 아무래도 뭔가 모험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는 20대라고 하는게 좀 낫긴 하겠다. 

어쨌든 20대인지 30대인지 이 위대한 작가는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의 카페에 앉아 있다가 새로 산 자동차를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철의 장막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보러가자" 며 여행이 시작된다. (아 쉽구나.... 우리는 지금도 그래 자동차가 있으니 북한이나 한번 갔다올까? 안되잖아...... )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그 장막 안에 석 달 동안 머무르고서, 나는 철의 장막이 정말로 철의 장막이기를 바라는 건 일반 상식이 모자란 결과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십이 년 동안 집요하게 선전을 해 대면, 그로 인해 생겨난 신념이 모든 철학 체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24시간 매일 저널리즘 문학에 매달리면 상식적인 생각이 극단적으로 무너지고, 그래서 우리는 은유나 암시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 9쪽


이념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머리로는 알지만 사실 이것을 진짜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사회주의 이념을 접했을 때 느낀 것은 그야말로 환희의 신세상이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모두가 인간적인 존엄을 유지하고,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모든 자원을 누구나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 - 천국이 그려지는건 순식간이다. 

아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하겠구나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만 해결되어도 나머지 문제는 부차적이니까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해결해가면 되니까.....

따라서 1917년 러시아 혁명 후의 소련,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의 동유럽에 대해서는 수많은 유럽의 지식인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사실상 이쪽의 여러 억압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많은 유럽의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거야라며 눈을 돌리는 참담한 상황도 많았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쩌면 당대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일단면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일 수도 있겠다. 


이들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동독안에 섬처럼 위치했던 베를린이다. 

500여km를 달려 베를린으로 들어가면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의 거리는 브란덴브라크 문 하나일뿐이다.

동유럽 프롤레타리아와의 첫번째 접촉은 동독 국영식당에서였다. 

이곳의 기억을 마르케스는 잊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일상생활의 가장 단순한 행위, 즉 아침 식사에 그토록 온 정신을 쏟는 애절한 장면은 처음 보았다. 슬픈 얼굴을 하고 누더기를 걸친 100여명의 남자와 여자가 수증기로 가득한 홀에서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두런 거리면서 감자와 고기와 달걀 프라이를 먹고 있었다. -21쪽


그러니까 이런 문장이다.

사회주의 국가에 살고 있던 노동자들은 아침을 국영식당에서 먹는다. 심지어 메뉴에는 고기와 달걀이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을까?

심지어 그들은 담배를 요청하는 여행자들에게 너도 나도 뜯지도 않은 담뱃갑을 내밀수 있는 집단적 아량을 가진 존재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도 여전하다.

혁명의 완전한 중심에서 모든 것이 낡고 추레하며 노쇠한 듯 보이는 현상.

그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안 줘도 괜찮아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때의 동독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침 식사에 달걀프라이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독일이 두 개로 나뉘어 있고, 기관총을 든 소련 병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서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 역시 미군 병사들을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은 그래서 불행하다. 

사람이 밥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시기의 동독이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다음으로 도착하는 체코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과거의 전통과 새로운 체제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유지되고, 사람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사람들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극연출가들과 의사들의 서구로의 이주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는 그들에게 막대한 급여를 제공하고 바츨라프 거리에서는 언제든지 공연이 진행중이다. 국가의 출판물 통제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위협적이지는 않다.

사회주의 경제의 흔적은 클럽 여가수의 낡은 나일론 스타킹에서 보일 뿐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동독과 체코는 다르고, 다시 옆나라인 폴란드와도 다르다.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특별한 도시이다.

전쟁 중 히틀러는 이 곳의 폴란드인과 유대인들을 모두 절멸시키고 게르만족의 새로운 이주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다. 

도시의 파괴는 전면적이었고 치명적이었다.

심지어 전쟁 막바지에 독일군이 후퇴할 때 쫒아오던 소련은 독일군이 도시를 파괴할 시간을 더 내어준다.

전쟁 이후 폴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폴란드 유격대가 부담스러웠던 소련은 독일이 그 폴란드 유격대를 전멸시킬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잿더미가 된 바르샤바 - 위키피디아>


바르샤바 사람들은 이 폐허를 다시 살린다.

전쟁 후의 그 가난 속에서도 빵과 신발을 희생하여 옛 바르샤바를 재건한다.

18세기 폴란드의 궁정화가였던 베르나르도 벨로토의 바르샤바 그림과 전세계 사람들에게 모은 사진과 엽서를 바탕으로 바르샤바 재건에 나서는 것이다. 



<바르샤바 재건 - 위키피디아>


그런데 이 작업에 재앙이 발생했으니 바로 소련이 선물한 건물 - 문화과학궁전이다.



지금의 모습이야 저렇게 번듯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헐벗고 굶주려가면서도 바르샤바의 옛 모습을 재현하겠다고 발벗고 나설때 소련이 선물이랍시고 건축해서 덩그렇게 놓인 저 위압적인 건물은 바르샤바 사람들에게는 어떤 느낌을 줬을까?

대부분의 폴란드 사람들이 뼈대만 남아있는 건물에서 비바람을 맞아가며 살고 있던 시기에.....

저 건물을 부수고 싶어했던 폴란드인들의 마음과 그럼에도 부숴버릴 수 없어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음사이의 간극이 강대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소련에 대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들만의 사회주의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평일과 토요일까지 사회주의 얘기하다가 일요일이 되면 카톨릭 미사를 보기 위해 교회에 가는 폴란드인들을 어떻게 이해할까?

아니 꼭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까? 

그저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의 방법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말이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는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처럼 보인다.

사회주의란 이런것이야를 보여주고, 그것의 승리를 보여주는 거대한 깃발이랄까?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동원되고, 자신의 체제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고 외국인을 환대함으로써 체제우위를 보여줄 전시장말이다.

1917년 이후 1950년대까지 철저한 언론 통제와 세뇌는 이곳의 사람들 뇌를 마비시킨 듯하다.

우주산업을 벌이고 핵을 개발하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형편없는 신발을 신고 사십년을 견디면서도 의문을 품지 않는것, 모스크바에서 만난 어떤 사람도 마릴린 먼로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에피소드, 

마르케스가 전하는 모스크바의 모습은 조지오웰이 전하는 도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르케스가 전하는 동유럽의 모습은 지금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과거의 유산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결국 한 사회의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오래된 고민을 다시 들추기 때문이다.

경제력과 삶의 질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 오늘 대한민국 땅에서도 우리들은 내내 헬조선을 얘기한다.

우리들의 자존을 공격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전히 우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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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7-20 15: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그래요~~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가장 행복할까요!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를 읽으면 소련연방해체후 심한 경제난을 겪는 연방국가들이 꼭 사회주의가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하거든요.
마르케스의 나라도 그렇고 그가 본 동유럽도 그렇고, 지금의 우리 현실도 그렇고~~
사는게 참 어려워요^^

바람돌이 2022-07-21 11:22   좋아요 4 | URL
실제로 독일 통일 이후 동독사람들이 사회주의 시절의 느긋한 여유를 그리워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인간이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지는건 개개인으로도 힘들지만 국가정책으로 들어가면 진짜 더 힘들어지는거 같아요. 그래도 인간 삶의 가장 기본 의식주와 의료 교육은 무조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미미 2022-07-20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폴란드와 소련의 관계는 참 복잡하고도 비극으로 얽혀있는듯 합니다. 폴란드 대통령등 전용기로 카틴 숲 사망자들 애도하러 갔다가 전원 추락사한 일도 그렇고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진실에 눈 가려지고 할 말 못하는건 감옥이나 다름없죠. 자본주의도
어쩜 다른 방식의 감옥을 만들긴 하지만요. 늘 깨어 있어야 한단 생각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2-07-21 11:2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늘 깨어 있는게 중요하죠. 중앙아시아나 동유럽에서 소련이 저지른 만행이 너무 많아서 이 동네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감정은 많이 복잡할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2-07-20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20대의 마르케스라니 기대가 됩니다.
빈부 격차에 약자에 대한 혐오가 강건해질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정말 의식주. 이런 부분에서만이라도 좀 평등하게 하면 어떨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부분을 채워준다면 사회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국영식당에서 아침 식사하는 모습 문장 읽는데 참 서늘하네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요. 자유로운 사회가 좋긴 좋은데 너무 강자에게만 유리한 것 같고.... 당장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갈등도 그렇구요.

바람돌이 2022-07-21 11:29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의 문제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인거 같아요. 빈부격차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점점 줄어들고 다양한 통로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토록 헬조선이라뉴말이 회자되지 않겠지요. 국영식당의 모습은 저도 참 서늘했습니다.

새파랑 2022-07-20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와 연결되는 리뷰군요~! 마르케스가 이런 여행기도 썼다니 신기합니다. 그래도 당시에 동유럽을 여행하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마르케스도 나름 금수저? 😅 마르케스가 썼으니 재미는 보장되는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7-21 11:31   좋아요 3 | URL
금수저는 아닌거같구요. 신문사 기자로 취직해서 이탈리아 특파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콜로비아 비판하는 칼럼썼다가 못돌아가고 망명중인..... 동유럽여행도 진짜 그냥 가볼까 이러고 간다는요. 돈도 없지만 워낙에 물가가 싸고 신기한 서유럽쪽 사람에게 막 친절한 동유럽 사람들이 있구요. 저는 좀 신기하고 재밌다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흔하지 않은 여행기니까요

희선 2022-07-22 0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가 이런 책도 썼군요 이름만 알고 다른 책 못 봤지만... 사회주의에 좋은 것도 있지만, 그게 다 좋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은 자유로워야죠 감시 당하고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면 괴롭겠습니다 사람마다 바라는 게 같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나라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조금이라도 나은 나라가 되면 좋을 텐데...


희선
 

한동안은 아버지가 시간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피츠제럴드에게 바치는 광적인 존경의 표시였다거나.

만약 그렇다면죽음은 내 탓이 아니게 된다.
아니, 애당초 아버지 죽음은나와 아무 상관도 없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남은, 저 보잘것없는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P92

하지만 악순환이었다. 각자가 자기 천재성에 만족할수록 점점 더 자기만의 방에 고립됐으니까.

우리 집은 예술가들이모여 사는 공동 주택 같았다.
식사만 같이 했을 뿐 다른 때는모두 저마다의 일에 몰두했다.

이렇게 고립된 세계 안에서우리의 창작 활동은강박적인 양상까지 띠었다. - P140

한데 우리 가족이 사실상 예술가 공동체에 가깝다면,
경증의 자폐인 집단이라고 해도 꽤 적절한 설명 아닐까?

우리들에겐 자기 자신뿐이었다. - P145

아니면 내 사적인 불행에 지나지 않는 일을 어떻게든역사속 사건과 연결해 의미 부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오랜 날이 지났음에도.

부정의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역사.

실상은 아버지의 이야기도 이러한비극적 서사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버지가 동성애 혐오로 희생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다보면 다른 문제들에 부닥친다.

우선 내가 아버지를비난하는 게 어려워진다. - P202

한평생 자신의 성적 진실을숨기며 살다 보면 체념과 포기가켜켜이 쌓이는지도 모르겠다.
성적 수치심이란 본질적으로 죽음과맞닿아 있다. - P234

하지만 입장이 묘하게 뒤바뀌고 더러는 얽히고설킨 우리의 이야기 안에서아버지는 내가 뛰어들 때 날 잡아 주려고 거기에 있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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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7-19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알라딘 이웃분들이 보셨다는
말을 듣고서 만난 기억이 납니다.

특이했던 책으로.

바람돌이 2022-07-19 17:04   좋아요 1 | URL
특이해요. 진짜...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책인듯도 하고, 그러면서도 참 이해하기 힘든 면도 많고...
지금 어머니 편인 <당신, 엄마 맞아?>를 읽고 있는데 이것도 만만찮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22-07-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아니면 이런 책 정보를 어떻게 접할까 싶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7-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고, <당신, 엄마 맞아?>도 읽었는데 참 강렬했던 기억이 나네요. 바람돌이님 페이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