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아버지가 시간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피츠제럴드에게 바치는 광적인 존경의 표시였다거나.

만약 그렇다면죽음은 내 탓이 아니게 된다.
아니, 애당초 아버지 죽음은나와 아무 상관도 없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남은, 저 보잘것없는 끈을 놓고 싶지 않다. - P92

하지만 악순환이었다. 각자가 자기 천재성에 만족할수록 점점 더 자기만의 방에 고립됐으니까.

우리 집은 예술가들이모여 사는 공동 주택 같았다.
식사만 같이 했을 뿐 다른 때는모두 저마다의 일에 몰두했다.

이렇게 고립된 세계 안에서우리의 창작 활동은강박적인 양상까지 띠었다. - P140

한데 우리 가족이 사실상 예술가 공동체에 가깝다면,
경증의 자폐인 집단이라고 해도 꽤 적절한 설명 아닐까?

우리들에겐 자기 자신뿐이었다. - P145

아니면 내 사적인 불행에 지나지 않는 일을 어떻게든역사속 사건과 연결해 의미 부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오랜 날이 지났음에도.

부정의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역사.

실상은 아버지의 이야기도 이러한비극적 서사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버지가 동성애 혐오로 희생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다보면 다른 문제들에 부닥친다.

우선 내가 아버지를비난하는 게 어려워진다. - P202

한평생 자신의 성적 진실을숨기며 살다 보면 체념과 포기가켜켜이 쌓이는지도 모르겠다.
성적 수치심이란 본질적으로 죽음과맞닿아 있다. - P234

하지만 입장이 묘하게 뒤바뀌고 더러는 얽히고설킨 우리의 이야기 안에서아버지는 내가 뛰어들 때 날 잡아 주려고 거기에 있었다. - P238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2-07-19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알라딘 이웃분들이 보셨다는
말을 듣고서 만난 기억이 납니다.

특이했던 책으로.

바람돌이 2022-07-19 17:04   좋아요 1 | URL
특이해요. 진짜...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책인듯도 하고, 그러면서도 참 이해하기 힘든 면도 많고...
지금 어머니 편인 <당신, 엄마 맞아?>를 읽고 있는데 이것도 만만찮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22-07-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아니면 이런 책 정보를 어떻게 접할까 싶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7-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고, <당신, 엄마 맞아?>도 읽었는데 참 강렬했던 기억이 나네요. 바람돌이님 페이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