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운 것 같다. 릴리 프랭키로 불리는 일본인 나카가와 마사야의 삶이 그려져 있다.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 작사 작곡가이며 방송인, 구성 연출가, 포토그래퍼 등등 그의 이력엔 끝이 없다.

어머니와 자주 이사를 하며 살았던 마사야에게 아버지는 간혹 찾아오는 사람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는 어머니가 죽고 나서야 비로서 조금씩 알게 된다. 아들을 위해 한없는 사랑을 퍼주은 어머니의 모습은 눈물겹다. 먹을 것 입을 것 하나만큼은 집안이 아무리 어려워도 풍족하게 해주었던 어머니. 아버지는 자신의 스타일대로만 산다. 그것도 가끔씩 찾아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은 실상 아주 조그만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은 그래서 웃음과 울음이 함께 한다. 어영부영 결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진학한 대학. 전공 또한 우연에 가깝게 선택된다. 미술을 전공하고나서 딱히 할 일도 없어 5년 가까이 백수로 전전. 하지만 점차 일거리를 얻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간다. 이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도쿄에서 살아가는 마사야.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을 꼭 먹여보낸다. 유쾌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어머니. 손님들은 아들보다도 어머니 때문에 집으로 찾아오곤 한다. 이런 어머니가 암에 걸리고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하게된다.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전달하는 이 부분을 읽다보면 더이상 진도가 나가기 힘들다. 어머니가 돌아가고나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된 마사야.

세상은 빙글빙글. 내 삶도 빙글빙글. 사랑도 빙글빙글. 삶과 죽음도 빙글빙글. 원심력에 의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으려는 발악. 끝까지 버텨내다 결국엔 빙글빙글 도는 세상. 그래도 빙글빙글 즐거운 곳. 책을 읽으면 눈물이 핑, 웃음이 활짝 핀다. 내 정신도 빙글빙글이다.

아이들은 유쾌한 범죄자들이다. 모럴보다 즐거움이 항상 앞선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관철해낼 만한 지혜는 없었다. ...개구리 꿈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면 나쁜 짓을 하는 게 점점 무서워진다. (38쪽)

성장한다는 건 그런 걸게다. 즐거움이 두려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가난은 비교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띤다. 부자가 없으니 가난뱅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쿄의 엄청난 부자처럼 유독 두드러진 존재만 없다면, 그 다음은 죄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것이어서 누구든 먹고 살기 힘든 정도가 아닌 한, 필요한 것만 채워지면 그리 가난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47쪽)

상대적 박탈감이야말로 가장 큰 상실감이다. 빈부격차가 커져가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자신은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어 살아가는 것이 더 힘겹다. 그 격차를 줄여보는 삶을 꿈꾸는 것은 몽상에 불과한 것인가?

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1쪽)

또하루 지나가고 있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간다. 어린 아이였던 시절, 농밀한 하루가 가능했던가 돌아본다. 그때처럼 알찬 하루가 주어질까, 아니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미 노쇠해졌을까

이제 겨우 뛰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가 닿을 곳, 그 끝에 과연 행복이 있을것인가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능력이 성공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는 할수 없지 않은가.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이미 끝장이다....결국 파랑새는 내 집 새장속에 있다. 이법칙에서 인간은 도망칠 수 없는 것일까?(86쪽)

파랑새만을 원하는 사람 속에서 불새 한마리 원한다면 세상은 또 행복으로 가지 못하는가? 가끔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무엇이 알 수 없어진다는 작가의 고백은 나의 고백과 맞닿아있다.

꿈을 만들어낸 방법은 대략 저기 저 텔레비전이나 잡지 책에 자신의 너절한 욕망을 대충 갖다 붙인 것뿐. ..도쿄에 올라가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내 미래가 활짝 열릴 거라고, 그러면서 기실은 도망쳐온 것뿐이다.(161쪽)

내가 도대체 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뭘 찾아 이곳에 온 것이지? 모른다. 그냥 도망쳐왔을 뿐인지도 모른다.

취직 결혼 법률 도덕. 귀찮고 번거로운 약속들. 금을 그어 갈라놓은 룰. 자유는 그런 범속한 곳에서 찾아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자유의 냄새를 풍풍 풍기는 곳에는 기실 자유 따위는 없다. 자유 비슷한 환상이 있을 뿐이다. (191쪽)

그래서 탈출하기보다는 이 자리에서, 묶여있다고 생각하는 이곳에서 자유를 갈구하고 찾아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탈출의 장소 또한 사슬은 있다. 현실은 살아있다는 것은 결코 완전한 자유를 주지 않는다.

인생, 항상 한 탕을 노리며 살아온 사람이 이제야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에 승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들, 그걸 과연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먼 곳을 꿈꾸었기 때문에 비로소 그 희생에 존재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317쪽)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인가.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 덕분에 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인가.

좋은 집이라는 건 으리으리한 저택 같은 게 아니라항상 사람들이 찾아주는 집이라고...(377쪽)

수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이것은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고요와 적막 속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무리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깨쳐가는게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혜는 시장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행복한 집이란 사람들로 시끌벅적 하는 곳이 맞을성 싶다.

사람의 마음이란 매 초마다 변화한다. 언뜻 말을 흘린 참에 뒤바뀌기도 한다. 굳게 결심했던 일도 때로는 흔들리고 번복하고 원래로 돌아가기도 하고, 늘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405쪽)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행복은 흔들흔들 거린다. 그래도 바람이 잠잠해지면 마음도 잠잠해진다. 이때 행복은 저 깊숙히 감추었던 모습을 드러낸다. 간혹 그 행복을 보는 순간 입가엔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항상 웃음을 띄우려 했다. 어머니의 미소가 그립다면 당신은 그래도 행복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여우 2007-02-0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 요즘 주로 머리를 쓰지 않는 책을 읽으시는군요.
뇌의 주름을 쫘악 펴주고 싶으신건가 싶기도^^
제가 전혀 읽지도 않은 순수문학류는 여전히 낯설어요.
언제나 저도 순수문학에 문을 열수 있을지..가끔 50쪽 미만의 그림책은 즐기면서.
샛노란 밑줄로 보건대 아주 괜찮게 읽으신 듯하여 보관함에 담습니다^^

하루살이 2007-02-0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들켜버렸네요. 실은 책 읽을 시간이 짜투리 시간밖에 없어서 진중한 책을 진중하게 읽을 처지가 못됩니다. 주로 출장중 이동시간, 차 안에서 보는게 요즘 책읽기의 전부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튼 이책 정말 읽어볼만 합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래도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슈퍼마켓 스타
가쓰라 노조미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10년차 공무원 노무라 사토시. 새로운 정책으로 1년간 민간기업에서 특별연수를 받게된다. 하지만 부임처는 시 외곽의 할인마트점. 종업원 72명이 근근히 버티고 있는 곳이다.
소설은 주인공 노무라와 종업원들간의 충돌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소설은 웃음 뒤에 숨은 교훈을 하나 남겨준다.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일상, 그냥 묻혀 지내면 쳇바퀴를 굴릴 뿐이지만 자신이 변한다면 쳇바퀴도 변하다고 이야기한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복지부동의 표산 공무원 노무라. 다 쓰러져가는 할인마트의 꿈도 없이 그럭저럭 하루를 버텨나가는 종업원들. 노무라는 진급을 하고 싶고, 종업원들은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고싶지 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살아간다면 결과야 뻔한 일. 노무라는 민간기업을 대하던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정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된다. 종업원들은 하루하루 포기하던 삶에서 꿈을 하나 둘 찾아간다. 포기하고 있었던 삶 속에서도 실은 나름대로 가치를 찾으려 했던 사람들은 노무라의 패기와 뭉쳐 일을 저지른다. 매출의 가파른 성장세. 인간의 의지가 구조마저 바꾼다는 소설의 내용은 현실 속에서 가능한 일인지 더듬어 볼 일일테지만, 희망을 품게 만든다.
엄마는 친구 있어? 친구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건 미숙한 어린애들이나 가지는 환상이다. 평생의 친구가 되자고 굳게 맹세한들 생활환경이 바뀌면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음에서 지우ㅝ져버린다. 대체 친구가 있어 뭘 하겠다는 거야.(40쪽) 마트의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마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니노미야. 생각도 말도 모두 쌀쌀맞지만 정작 마음은 따뜻하다. 그리고 노무라에 의해서 그 마음이 활짝 빛을 발하게 된다.
모순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 애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135쪽) 니노미야의 지독한 비관적 자세. 하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자세야 말로 바로 희망으로 가는 첫 발일 수도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첫 발은 살아가는 그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지난번과 똑같은 일만 계속하겠지. 책임지면 되잖아.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자기 생각대로 해서 그냥 책임을 지면 폼 나잖아.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의문을 가져봐.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243쪽)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변화는 바로 이 말부터다. 관례대로 전례대로 살아가는 삶은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로부터 나온다. 내가 책임지면 어때?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잖아. 만약 당신이 지금 이 현실이 못마땅하다면 말이야...
죽음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거야. 우린 지금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어. 잘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을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겠어?(280쪽)
책임지는게 괴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내 일을 만들어 그것을 즐겨보자. <슈퍼스타>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괜찮아, 잘 될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난이 만두이야기 - 꿈을 이루어주는 31가지 특별한 이야기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가이드포스트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교과서적인 권선징악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겨워진다. 또야!!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동화책도 뒤틀어보고, 우화도 패러디하는 것이 유행이다. 착하게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착하게 산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 그것을 알만큼의 나이를 먹지 않은 아이들도 착하게 사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풍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선는 조금의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다.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이 새 책을 냈다. 못난이 만두 이야기. 생김새가 못난 탓에 버려져야만 하는 만두가 실은 배고픈 아이에게 일용할 양식으로 쓰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지고 있는 만두집 사장님 등 실제 우리 삶 속에 있었던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또 뻔하게' 착하게 살자라고 외치기 보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착하게 살고 싶어지죠 라고 말하는듯하다. 착하게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 정작 행복하게 살만한 일이라고...

당신과 나는 항상 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만 받겠다고 생각하지도 말고요. 꿈이 너무 많은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 불 하나를 켜면 별 하나가 멀어지니까요.(169쪽)

위로가 되는 말이다. 항상 최고가 되라고 외치는 세상 속에서 당신은 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라니.

당신이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면 상처받는다는 것을...(186쪽)

맞다. 정말 그렇다. 꿈도 사람도 기대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저 주는 것만으로 내가 행복하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

당신이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배웠습니다. 방향만 바로 잡았다면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느리게 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202쪽)

당신과 내가 많은 감동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감동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211쪽)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솟도록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착한 사람이 되도록 해준다. 비록 그것이 몇일을 갈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위로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만 잘 잡아보자. 그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자. 책은 나침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사가 되고 싶은 청년이 뛰어난 무술을 지닌 스님이 있다는 절을 찾아갔다.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청년의 정중한 요구에 스님은 수수씨앗을 땅에 하나 파묻더니

"이 씨앗을 하루에 1000번씩 뛰어넘거라" 는 말만 하고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갔다.

청년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스님을 믿고 1000번씩 열심히 뛰어넘었다.

봄부터 시작한 청년의 뜀박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

스님은 청년을 보더니 "이제 그만 하산하거라" 말하며 총총히 사라졌다. 

청년은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그를 지켜본 다른 사람들은 그의 무술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수수는 가을에 3m까지 웃자라 있었던 것이다.

청년은 어느새 아무런 도움없이 3m를 훌쩍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높이뛰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라고 괜히 비꼬고 싶은 심정이다. 정작 이 이야기의 뜻은 높이 뛰었다가 아니라 날마다 1000번을 뛰었다에 있겠지만 말이다.

목표를 정하고 끝까지 정진하는 자세를 잃은지 오래다. 당장 눈앞에 어떤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당장 포기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차츰차츰의 의미보다는 훌쩍훌쩍을 선호하는 세상이다.

10억 모으기 열풍이 한순간 휩쓸고 갔다가 잠잠해지는 것은 그 또한 차츰차츰을 근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일련지도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가 복권 당첨의 비결을 알려준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다. 세상은 그런 걸 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세상. 어떤 것도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 그 속에서 속도는 더욱 광폭해진다.

차츰차츰 이뤄보는 마음을 되찾아보아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7-01-3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츰차츰, 조금씩, 보이지 않게, 꾸준히,,,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너무 빨리, 단번에 많은 걸 바라는 데서 문제가 일어나겠지요.^^

하루살이 2007-01-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벅터벅 걸아갈 길, 축지법을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축지법을 익히려는 수십년의 세월동안 차라리 걸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풍경도 천천히 구경하면서
 
아수라 걸
마이조 오타로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살인마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소설은 살인마마저도 이해하는 친절한(?) 아이코가 주인공이다. 물론 처음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오면서 낙관론자로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삶이란 안개속을 걸어가는 길. 그저 죽지않고 살아가기 보다는 길을 걷는 즐거움을 얻는 게 좋을 것이다. 

걸어가야 할 길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그 거리는 불화실하고 덧없는 거니까. 말하자면 길은 멀지만 거리는 무상하다는 거네. 바로 그거야. 자꾸 세상과의 거리감 따위를 생각하면 노구치 씨나 하스미 씨처럼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21쪽)

아이코는 아마도 중학생인 것 같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아니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사랑을 얻지 못하고, 화가 나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문날까봐 근심걱정이다. 다음날 학교에서 아이들이 그 다른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를 화장실로 끌고 가고, 아이코는 먼저 선수를 쳐 마키의 얼굴을 박살낸다. 그런데 잠을 잔 그 남자아이는 실종됐다. 잘린 발가락만이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최근 세간에 빙글빙글 마야라는 살인마로 인해 시끄럽다. 세쌍둥이를 토막내고 유기한 살인범. 또 하늘소리 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폭동이 야기된다. 소설에선 살인마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대목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이 온통 괴물이라면 괴물을 바라보는 삶을 살 것인지, 차라리 괴물이 될 것인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혼자 부들부들 떨기보다는 차라리 괴물의 일부가 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262쪽)

가엾어와 귀찮아가 늘 서로 싸우고 있어. 요지의 소중한 가엾어가 꼴사납고 시시껄렁한 귀찮아한테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95쪽)

아이코는 자신이 사는 마을에 폭동이 일어나는 어수선할 때 자신을 찾아온 마키에게 망치로 일격을 당해 병원에 실려간다. 그러면서 마키가 죽음의 강을 건너는 장면이 환상으로 나타난다. 그 환상은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 환상의 공간에 아이코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과 그녀를 죽음쪽으로 데려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유혹 작전이 펼쳐진다. 이 공간은 순전히 자신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상상력 속에서 갑자기 아이코는 빙글빙글 마야라는 살인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의 영혼이 살인마에게 빙의가 된 것이다. 모든 사람은 어떤 끈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이 부분 또한 상당히 재미있는 상상이다.

겨우 현실로 돌아와 숨을 쉬게 된 아이코. 그는 살인마의 머릿속을 경험한 덕분인지 살인마의 심성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살인마의 행위 그 자체도 결국 자신을 찾고자 하는 행복하고자 하는 즐겁고자 하는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로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지 어떤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즐겁다고 느끼는 마음이 진실이라면,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 만사 오케이. 나는 내 존재를 의심하는 것조차 즐기고 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건 즐거움이다....그러니까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본인들이 택한 가장 즐거운 일이다. .. 즐겁다. 여전히 멍청한 짓만 하고 있지만.(312쪽)

인간은 뭔가 즐거움을 찾아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314쪽)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다면 아이코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저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일들이니까 말이다. 그것이 모두 용납될 수 있을까? 귀찮아에서 벗어나 가엾어로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소설은 그 시선을 희생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돌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세상이 그토록 고리따분하게 돌아가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상이 아수라장이 되더라도 이해하라고...

 

사족:실은 가해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보다는 인터넷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나게 만든 소설이기도 하다. 가상의 현실이 현실을 어떻게 유린해 가는지 소설은 조용히, 그리고 살며시, 그리고 돌려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그냥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워낙 다른 이야기들이 강렬하다보니 잘 드러나지 않은 것 뿐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