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가 되고 싶은 청년이 뛰어난 무술을 지닌 스님이 있다는 절을 찾아갔다.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청년의 정중한 요구에 스님은 수수씨앗을 땅에 하나 파묻더니

"이 씨앗을 하루에 1000번씩 뛰어넘거라" 는 말만 하고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갔다.

청년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스님을 믿고 1000번씩 열심히 뛰어넘었다.

봄부터 시작한 청년의 뜀박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

스님은 청년을 보더니 "이제 그만 하산하거라" 말하며 총총히 사라졌다. 

청년은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그를 지켜본 다른 사람들은 그의 무술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수수는 가을에 3m까지 웃자라 있었던 것이다.

청년은 어느새 아무런 도움없이 3m를 훌쩍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높이뛰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라고 괜히 비꼬고 싶은 심정이다. 정작 이 이야기의 뜻은 높이 뛰었다가 아니라 날마다 1000번을 뛰었다에 있겠지만 말이다.

목표를 정하고 끝까지 정진하는 자세를 잃은지 오래다. 당장 눈앞에 어떤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당장 포기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차츰차츰의 의미보다는 훌쩍훌쩍을 선호하는 세상이다.

10억 모으기 열풍이 한순간 휩쓸고 갔다가 잠잠해지는 것은 그 또한 차츰차츰을 근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일련지도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가 복권 당첨의 비결을 알려준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다. 세상은 그런 걸 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세상. 어떤 것도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 그 속에서 속도는 더욱 광폭해진다.

차츰차츰 이뤄보는 마음을 되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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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3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츰차츰, 조금씩, 보이지 않게, 꾸준히,,,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너무 빨리, 단번에 많은 걸 바라는 데서 문제가 일어나겠지요.^^

하루살이 2007-01-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벅터벅 걸아갈 길, 축지법을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축지법을 익히려는 수십년의 세월동안 차라리 걸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풍경도 천천히 구경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