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류현진이 어떤 팀과 계약을 맺을지 야구팬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과연 몸값은 얼마나 뛸까. 19일엔 김광현이 세이트루이스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렇게 시즌이 끝나고 선수와 팀 간에 계약을 맺고 옮기는 기간을 스토브리그라고 한다.

 

 

팀은 자신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선수들을 찾는 것이고, 선수는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몸값을 찾아, 그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필요로 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수치다. 그런데 어떤 수치로 평가하는 것일까. 영화 [머니볼] 에서 다루었던 오클랜드 단장의 파격적 선수 선발법 이전과 이후로 그 수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엔 홈런 몇 개, 타율, 도루, 적시타, 승수, 방어율 등을 기본으로 해서 나이, 부상, 사생활을 함께 살펴보았다면 머니볼 이후엔 승리 기여도를 비롯해 다양한 통계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 통계를 통해 선수의 전성기를 가늠하고, 성장여부를 예측할 수도 있다. 소위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빅데이터인 셈이다. 물론 당시 머니볼 통계에선 수비 기여도를 측정하는 데이터가 없었다. 지금은 수비를 평가하는 각종 수치가 존재한다. 이제는 넘쳐나는 수치 속에서 데이터의 범위와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실력을 가늠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머니볼'적 감각을 지닌 새로운 단장(남궁민)이 만년 꼴찌팀을 어떻게 바꾸어나갈지를 보여준다. 겉으론 거만하고 오만해 보이는 단장이지만 팀을 재건하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그 근거를 바로 수치를 통해 밝힌다.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도록. 여기에 더해 수치로만 판단할 수 없는 팀워크의 중요함도 빼놓지 않는다. 야구는 개인 경기가 아니라 팀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팀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발생한다. 새롭게 바뀐다는 것은 기존의 조직 구성원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프런트 직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과도 갈등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 갈등과 해결과정이 드라마의 재미를 좌우할 터이다. 1,2회는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과 프랜차이즈 선수 임동규(조한선 분)의 갈등이 주를 이루었다. 드라마적 요소가 많지만 재미는 있다. 앞으로 드림즈라는 꼴찌팀이 어떻게 환골탈태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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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19-12-20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토브리그>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잘 읽고 갑니다.

하루살이 2019-12-20 13:04   좋아요 1 | URL
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스토브리그‘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드라마입니다.
 

각연사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각연길 451 각연사

 

 

초겨울 낙엽이 다 지고 매마른 가지가 드러날 때쯤엔 세상이 허허하다.

이때쯤 하얀 눈을 이마에서부터 지고 있는 겨울산에 자주 오르곤했다. 산 정상에서 찬 바람을 맞으면 허허한 기운도 사라졌다. 산을 오르며 흘린 땀방울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종아리 근육도 찢어지고, 몸 상태도 좋지않아 산에 오르는 것은 어렵다.

대신 겨울 산사를 찾았다. 산에 오를 때면 거의 대부분 어김없이 들리는 곳 중 하나도 산사였다.

 

 

잠깐 짬을 내 들른 곳은 충북 괴산 칠성면에 위치한 각연사다. 신라 법흥왕 시절 지어졌다고 하니 1,500년은 거뜬한 천년고찰인 셈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보물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실제 부처의 가르침은 기복에 있지 않을터인데, 연약한 인간은 항상 소망을 품는다. 욕망과 탐욕을 경계해야 할 곳에서, 그 타오르는 마음이 돌 하나에 동전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렇게 돌을 쌓고 동전을 놓아 오히려 그 마음을 두고 갈 수 있다면 다행일 일이다.

 

 

스님들의 일상이 묻어 있는 공간이 정갈하다. 장독대와 빨랫줄, 저장고가 사람의 흔적을 느끼게 만든다. 이 모두 수행의 공간일 터이다.

 

 

대웅전과 비로전 앞이 고즈넉하다. 겨울 오후 햇살이 산 정상에 걸려 겨우 넘어온다. 해는 스스로 뜨고 진다. 아무런 욕심도 없이.

 

 

각연사의 연은 연못을 말한다. 까마귀가 원래 절을 지으려했던 터에서 공사중 나온 톱밥을 물어다 연못에 떨어뜨렸는데, 그 속에 불상이 있어, 그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절을 지은 곳이 각연사라는 전설이 있다. 이 불상에 절을 하며 소원을 빌면 잘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상 불교와는 상관없는 기복의 힘이 민초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전설때문일까.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 앞 쪽엔 연못을 새로 만들어 풍취를 더했다. 각연사 비로자나불은 보물 제433호인데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있는 점이 높게 평가되는듯하다. 비로자나불은 석가모니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이후 현현한 모습이라고 한다. 사진처럼 엄지를 주먹 안에 넣고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왼손검지와 오른손 엄지가 맞닿은 형태를 하고 있는 불상은 모두 비로자나불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가 바로 부처이자 그 모습이 비로자나불이니, 비로자나불은 세상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니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비로전은 실제론 지금 여기 서 있는 나의 모습이 바로 비로자나불의 모습이 되도록 수행에 정진할 것임을 맹세하는 장소였지 않을까 싶다. 복을 비는 자리가 아니라....

 

어쨌든 불상은 꽤나 호화롭다. 특히 광배는 화려하기가 이를데 없다. 광배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불상을 조각한 조각가의 조심스러움과 정성이 느껴진다.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채는 길 속에 비로자나불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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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영하권, 머지않아 한낮에도 영하인 맹추위가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이 추위 속에서 땅에 바싹 엎드려 초록색을 뽐내는 식물들이 있다. 원형으로 빙 둘러싼 잎들이 땅에 닿을듯 위태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잎사귀를 둥글게 펼쳐서 있는 모습이 장미를 닮았다고 해서 로제트 Rosette 라고 부르는 것이다. 보통 두해살이 풀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방법이다. 시금치나 냉이를 생각하면 될 성싶다.

이렇게 로제트 형태로 잎을 펼치면 찬 바람을 덜 맞고 햇빛은 최대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태여 이렇게해서까지 식물들에게 가혹한 겨울을 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로제트 형태를 취해 겨울을 나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봄에 기지개를 피는 다른 식물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키를 키워 생존경쟁에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않다고들 한다. 너무나 많은 규제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도전자들은 로제트 방식을 도입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규제와 비난은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납작 엎드리고, 도전정신과 새로운 시도가 가져올 혜택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열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모아야지만 생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덤벼볼테면 덤벼보라며 맞서는 것만이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디에서든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트업들은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는 로제트 방식을 생각해보았으면 어떨까, 동지를 향해 가는 추운 겨울날 공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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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월화드라마가 동시에 시작됐다. JTBC의 [검사내전]과 tvN의 [블랙독]이다. 같은 시간대라 무엇을 볼 것인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검사 이야기냐, 선생 이야기냐, 검찰이냐 학교냐. 보통 배우나 감독을 선택의 잣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드라마의 배경과 소재를 가늠자로 썼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검사내전]. 권력형 검사이거나 영웅형 검사가 아닌 '직장인' 검사를 다룬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 이들도 월급쟁이인 것이다. 월급쟁이가 겪는 희노애락이 검사라는 직업군에서는 어떤 식으로 펼쳐질까. 궁금하다.

 

 

첫회를 보니 다소 명랑하고, 재기발랄해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검사의 일 중 절반은 소환'이라며, 소환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정겹다. 2편부터는 이선웅의 생활밀착형 검사와 대조적인 차명주의 등장으로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반면 [블랙독]은 일종의 성장드라마로 보여진다. 낙하산 기간제교사로 부임한 고하늘(서현진 분)이 '월급형' 교사가 아닌 진짜 스승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첫회 뒷부분만을 보았지만, [검사내전]과 다르게 다소 진중하다. "학생을 저버리면 이미 교사 자격이 없는 것"이라는 박성순(라미란 분)의 외침이 이 드라마의 큰 줄기를 형성할 듯하다.

 

 

[검사내전] [블랙독]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드라마일 듯하다. 일단 초반 몇회는 두 드라마 모두 지켜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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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노는 말이 없다

감독 신 유쿤
출연 강무, 송양, 원문강
개봉 2019. 11. 28.

 

 

 

 

1.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강렬한 결말이었다. 개인적으론 영화 [기생충] 보다 더 충격적이다. [기생충]은 중간에 사건이 전환(지하 밀실의 등장)되면서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었다면, [분노는 말이 없다]는 '휴~ 다행이다'라며 지켜보던 관객을 다시금 슬픔에 빠지게 만드는 반전이 매력적이다. [기생충]이 빈부격차를 드러냈다면, [분노는 말이 없다]는 힘에 의해 가려진 진실을 말하고 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강추.

 

 

 

2. 양을 치던 아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광부 '장보민'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장보민은 고집도 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만큼 드세다. 어릴 적 사고로 혀를 잃어 말을 못하기에(이 사고도 아마 거칠게 반항하며 생길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들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아이의 행적을 찾다 우연히 납치되어 가는 아이를 본다.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구출해내지만, 그 아이는 다른 아이였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몇 개의 광산을 가지고, 불법적인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 창 사장의 변호사였다. 이제 이야기는 장보민과 창 사장, 변호사가 서로 얽히면서 장보민의 아들과 변호사의 딸을 어떻게 구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3. [분노는 말이 없다]에서는 싸우는 장면이 꽤 나온다. 흔히 말하는 액션신이다. 하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하다. 장보민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 폭력으로 맞선다. 날 것 그대로다.

 

 

4. 아들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할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인가 실마리가 있을듯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장보민은 분노가 치솟는다. 하지만 분노는 말이 없다. 그가 혀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터뜨려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분노의 대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노는 말이 없다]라는 영화가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이 치밀하다.

 

 

 

5. 창 사장의 활은 [분노는 말이 없다]라는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메타포다. 그가 들고 있는 활은 힘이다. 그 힘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활시위는 누구를 향해 당겨지고 있는가. 그리고 활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창 사장의 활이다.

 

 

6. 활과 함께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동굴이다. 동굴은 피신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안 깊숙한 곳은 비밀을 감추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동굴의 이 이중적 성격은 영화의 결말을 극적으로 만든다. 감추어진 비밀은 드러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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