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연사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각연길 451 각연사

 

 

초겨울 낙엽이 다 지고 매마른 가지가 드러날 때쯤엔 세상이 허허하다.

이때쯤 하얀 눈을 이마에서부터 지고 있는 겨울산에 자주 오르곤했다. 산 정상에서 찬 바람을 맞으면 허허한 기운도 사라졌다. 산을 오르며 흘린 땀방울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종아리 근육도 찢어지고, 몸 상태도 좋지않아 산에 오르는 것은 어렵다.

대신 겨울 산사를 찾았다. 산에 오를 때면 거의 대부분 어김없이 들리는 곳 중 하나도 산사였다.

 

 

잠깐 짬을 내 들른 곳은 충북 괴산 칠성면에 위치한 각연사다. 신라 법흥왕 시절 지어졌다고 하니 1,500년은 거뜬한 천년고찰인 셈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보물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모셔져 있다.

 

실제 부처의 가르침은 기복에 있지 않을터인데, 연약한 인간은 항상 소망을 품는다. 욕망과 탐욕을 경계해야 할 곳에서, 그 타오르는 마음이 돌 하나에 동전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렇게 돌을 쌓고 동전을 놓아 오히려 그 마음을 두고 갈 수 있다면 다행일 일이다.

 

 

스님들의 일상이 묻어 있는 공간이 정갈하다. 장독대와 빨랫줄, 저장고가 사람의 흔적을 느끼게 만든다. 이 모두 수행의 공간일 터이다.

 

 

대웅전과 비로전 앞이 고즈넉하다. 겨울 오후 햇살이 산 정상에 걸려 겨우 넘어온다. 해는 스스로 뜨고 진다. 아무런 욕심도 없이.

 

 

각연사의 연은 연못을 말한다. 까마귀가 원래 절을 지으려했던 터에서 공사중 나온 톱밥을 물어다 연못에 떨어뜨렸는데, 그 속에 불상이 있어, 그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절을 지은 곳이 각연사라는 전설이 있다. 이 불상에 절을 하며 소원을 빌면 잘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상 불교와는 상관없는 기복의 힘이 민초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전설때문일까.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 앞 쪽엔 연못을 새로 만들어 풍취를 더했다. 각연사 비로자나불은 보물 제433호인데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있는 점이 높게 평가되는듯하다. 비로자나불은 석가모니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이후 현현한 모습이라고 한다. 사진처럼 엄지를 주먹 안에 넣고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왼손검지와 오른손 엄지가 맞닿은 형태를 하고 있는 불상은 모두 비로자나불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가 바로 부처이자 그 모습이 비로자나불이니, 비로자나불은 세상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니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비로전은 실제론 지금 여기 서 있는 나의 모습이 바로 비로자나불의 모습이 되도록 수행에 정진할 것임을 맹세하는 장소였지 않을까 싶다. 복을 비는 자리가 아니라....

 

어쨌든 불상은 꽤나 호화롭다. 특히 광배는 화려하기가 이를데 없다. 광배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불상을 조각한 조각가의 조심스러움과 정성이 느껴진다.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채는 길 속에 비로자나불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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