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노는 말이 없다

감독 신 유쿤
출연 강무, 송양, 원문강
개봉 2019. 11. 28.

 

 

 

 

1.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강렬한 결말이었다. 개인적으론 영화 [기생충] 보다 더 충격적이다. [기생충]은 중간에 사건이 전환(지하 밀실의 등장)되면서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었다면, [분노는 말이 없다]는 '휴~ 다행이다'라며 지켜보던 관객을 다시금 슬픔에 빠지게 만드는 반전이 매력적이다. [기생충]이 빈부격차를 드러냈다면, [분노는 말이 없다]는 힘에 의해 가려진 진실을 말하고 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강추.

 

 

 

2. 양을 치던 아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광부 '장보민'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장보민은 고집도 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만큼 드세다. 어릴 적 사고로 혀를 잃어 말을 못하기에(이 사고도 아마 거칠게 반항하며 생길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들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아이의 행적을 찾다 우연히 납치되어 가는 아이를 본다.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구출해내지만, 그 아이는 다른 아이였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몇 개의 광산을 가지고, 불법적인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 창 사장의 변호사였다. 이제 이야기는 장보민과 창 사장, 변호사가 서로 얽히면서 장보민의 아들과 변호사의 딸을 어떻게 구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3. [분노는 말이 없다]에서는 싸우는 장면이 꽤 나온다. 흔히 말하는 액션신이다. 하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하다. 장보민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 폭력으로 맞선다. 날 것 그대로다.

 

 

4. 아들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할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인가 실마리가 있을듯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장보민은 분노가 치솟는다. 하지만 분노는 말이 없다. 그가 혀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터뜨려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분노의 대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노는 말이 없다]라는 영화가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이 치밀하다.

 

 

 

5. 창 사장의 활은 [분노는 말이 없다]라는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메타포다. 그가 들고 있는 활은 힘이다. 그 힘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활시위는 누구를 향해 당겨지고 있는가. 그리고 활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창 사장의 활이다.

 

 

6. 활과 함께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동굴이다. 동굴은 피신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안 깊숙한 곳은 비밀을 감추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동굴의 이 이중적 성격은 영화의 결말을 극적으로 만든다. 감추어진 비밀은 드러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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