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1~19도

 

아직도 아침 공기는 제법 차갑다. 하지만 한낮의 따스한 햇살에 웬만한 나무들은 새잎을 내놓았다. 물론 늦잠꾸러기 포도와 대추는 낌새조차 없지만.

 

 

구기자에도 새잎이 났다. 어김없다. 

 

 

하지만 삽목한 구기자는 아직 기별이 없다.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듯 보인다.

지난 주말에 새로 심었던 체리나무와 배나무, 사과나무도 자리를 잘 잡았는지 궁금하다. 얼른 잎을 내밀어주면 좋으련만....

나무를 심고나서 죽는 일을 몇번 당하다보니,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쉽지않다. 올해는 맨땅 그대로 심지않고 체리에는 퇴비와 미생물을 2주전에 뿌려두었고, 배나무에는 퇴비와 상토를 적당히 섞어서 심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시도다. 땅의 성질을 일단 파악했으니, 그 땅에 맞춘 나름의 처방책인 것이다.

나무를 심고나서 물을 듬뿍 준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비도 내리지 않았다. 뿌리가 물을 찾아 깊에 뿌리를 내려주었길 바란다. 이번 주말엔 물도 축축히 줄 계획이다.

너무 풍요로운 환경도, 그렇다고 너무 척박한 환경도 나무가 생존하는데는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적절한 환경, 즉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시련을 견뎌내어 강하게 자라도록 해주는 것. 농부의 지혜는 여기에서 생길 것이다. 사람들의 성장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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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1~17도

 

집 뒤에는 개복숭아나무 두 그루가 있다. 작년에는 여기에서 개복숭아가 제법 열려 청을 담갔다. 한바구니 가득 딴 개복숭아를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설탕과 1대 0.8 정도로 담궈두었다 석달 후 쯤 개복숭아를 건져냈다. 그 상태로 지금 계속 발효가 진행중이다. 올 여름에는 개복숭아청을 물에 희석해 먹으면 시원하게 날 수 있을듯하다.

 

 

 

작년에는 몰랐는데 개복숭아꽃이 복숭아꽃보다 훨씬 일찍 피는가보다. 집 주위가 온통 북숭아밭인데, 한창 꽃눈솎기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집 뒤의 개복숭아는 벌써 꽃을 피웠다. 그런데 두 그루 중 한 그루만 꽃이 한창이다. 다른 한 그루는 이제 꽃눈을 단듯 한데 말이다. 이 두 그루는 불과 1미터 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나마 꽃을 피운 쪽이 햇빛을 더 잘받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궁금함을 뒤로 하고, 올해도 개복숭아를 적당히 딸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얻는 열매라 미안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다. 2년 전에는 벌레들이 다 먹어치워서 하나도 건질 것이 없었다. 물론 작년에는 개복숭아가 완전히 다 익기 전에 따 둔 덕분에 벌레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딴 것들이다. 

 

매실 비슷하게 생긴 개복숭아이기 때문에 그런걸까. 아직 열매가 덜익은 초록색일 때 청을 담그는 사람들이 많다. 매실도 개복숭아도 모름지기 열매란 잘 익어야 맛도 좋고 영양분도 충분한 법. 아, 물론 풋열매와 익은 열매는 영양성분이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무엇이 절대적으로 좋다라고 말한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잘 익은 것은 당분이 충분해 설탕을 많이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아무튼 올해도 개복숭아가 튼튼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주위 복숭아보다 먼저 찾아온 개복숭아꽃이 너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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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나쁜녀석들]이 나온지 벌써 25년. 윌 스미스도 마틴 로렌스도 이젠 늙었다. [나쁜녀석들 포에버]에서는 은퇴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진짜 은퇴하겠나? 영화가 흥행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는한 은퇴는 죽은 이후에나 가능할 일. 이들의 입담과 액션은 여전히 펄펄 살아 날뛰고 있으니. 영화 쿠키영상에서는 다음편을 예고하고 있지 않은가.

 

2. [나쁜녀석들 포에버]에서는 초반 윌 스미스가 총에 맞고 사경을 헤매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도대체 누가 총알 사이로 날아다니는 윌 스미스에게 총을 겨누었단 말인가. 영화는 범인을 쫓는 윌 스미스와 새로운 첨단형사팀 AMMO의 콤비플레이를 보여준다. 액션도 좋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첨단 도구들의 눈요기도 좋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신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오이디푸스 신화로.

 

3.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 " I'm your father"  아버지와 아들간의 죽음을 건 대결.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하는 친부살해. [나쁜녀석들 포에버]에서 갑자기 왜 오이디푸스 신화마냥, 스타워즈 마냥, "난 네 애비다"가 튀어나올까. 반전의 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동의 방아쇠가 되지도 못하는 설정이 못내 아쉽다. 속편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려다 본편의 그림이 살짝 망가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부자간의 대결 속에서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제미니 맨]이 언뜻 떠오른다는 것도 문제. 그럼에도 화끈한 한판을 기대한 이들을 실망시킬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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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개봉을 준비하던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을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쯤이면 그 베일을 벗었을 [콰이어트 플레이스2]도 언제 관객들과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덕에 개인적으론 [콰이어트 플레이스1]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최고의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었다.

 

2.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가 중심 소재다. 어느날 지구에 갑자기 나타난 괴생명체들이 소리를 내는 것들을 무차별 살상한다. 이 괴생명체들로부터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한 가족의 사투가 영화에 담겨 있다. 정말 아주 조그마한 소리조차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 관객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이렇게 소리로 관객을 휘어잡는 영화로는 [맨 인 더 다크]도 있다. 이 영화는 10대 빈집털이범들과 눈 먼 퇴역군인 간의 싸움을 다룬다. 눈이 먼 사람과의 대결이기에 소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말 소리 잘못 냈다간 죽는 수가 있다.

 

3.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어찌보면 굉장히 불친절하다. 도대체 왜 어떻게 무슨 이유로 괴생명체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다. 다만 이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사냥하는데, 점차 그들이 사냥하는 법이 소리에 있다는 것을 신문을 통해 드러내는 정도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지금의 상황에 몰입해 즐기라는 듯하다. 그리고 그 상황설정은 기가 막히게 잘 연출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앞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하도록 유도한 후, '제발 제발 그러면 안 돼' 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지켜보게 만든다. 

 

4. [맨 인 더 다크]는 어떻게 해서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구구절절히 다 설명해준다. 10대 빈집털이범들이 눈먼 퇴역군인의 집을 타깃으로 정한 이유와, 이 퇴역군인의 사연 등등을 다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렇듯 이야기 배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는 점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와는 다르다. 또한 빈집털이범과 퇴역군인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을 포함시켜 진행의 결이 같은듯 다르게 흐른다. 게다가 사건 뒤에 감추어진 또다른 사건이라는 반전도 있다.    

 

5. 소리를 내면 위험에 처한 주인공들. 이들은 이 위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모든 것을 소리에 집중한다. 빛이든 어둠이든 그 조건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맨 인 더 다크]는 어둠이라는 설정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물들의 심리도 꽤나 중요한 측면이다. 소리내면 위험해지는 설정 속에서 두 영화는 각각 다른 묘미를 선보이고 있다. [맨 인 더 다크]도 2편이 제작된다고 한다. 연출의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두 영화다.(포스터도 왠지 닮은 듯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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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1 2도~19도

 

갓난아이를 키우다보면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아이가 다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걷고 뛰어다니는 아이가 됐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잠깐 하는 사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야말로 초집중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식물의 갓난아이 시절인 모종 시기도 마찬가지이다.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요 몇일 아침에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면서 꽤나 새벽공기가 차가웠다. 또 해가 나지 않은 날 바람이 세차게 불기도 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덮어두었던 비닐을 벗기거나 또는 반대로 벗겨진 비닐을 씌워서 거친 환경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게 필요하다. 그런데 하루종일 모종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아침에 비닐을 걷어두고 오후에 비닐을 덮는 과정에서 모종이 냉해를 입었다. 금화규에서 싹이 나온 5개가 모두 잎이 시들어버렸다. 

 

 

호박도 마찬가지. 3개 나왔던 싹이 모두 죽어버렸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 있는 케일은 모두 말짱하다. 개개인의 특성이 아닌 품종의 특성에 따라 환경을 제어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비트도 모두 말짱했다. 그리고 싹 틀 기미가 보이지 않던 타임도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죽어버린 호박과 금화규는 다시 씨앗을 몇개 심었다. 지금이라도 새롭게 싹을 틔워 옮겨심으면 늦지는 않을듯싶다.

 

아직 찬바람이 부는 아침. 지하수 또한 아침의 물온도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다. 아침에 물 주는 것도 삼가해야 할 듯 싶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볕이 따뜻한 시간에 마르지 않을 정도의 물을 공급하는게 나을 듯하다. 주위 환경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역시나 방심은 금물이다. 관심을 쏟되 집착하지 않고, 안심은 하되 방심하지 않는 중도의 마음을 갖는 것은 모종 키우기에도 필요한 정신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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