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법소년 1
요시히데 후지와라 지음, 조은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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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 특히 성장만화를 보면 그것이 어떤 소재를 택하든 이야기의 전개가 동일하다. 권법소년은 일본의 한 소년이 할아버지로부터 팔극권을 배우면서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새로운 권법들을 배우면서 점차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일뿐 그것이 결코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이 만화가 돋보이는 것은 소개하고 있는 권법들의 내용이 사실과 아주 가깝고 엄청난 자료조사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권법서를 보고 있을 정도로 자세한 부분이 있다. 물론 그림만 가지고서는 정확한 자세를 취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도 있을 듯하다.

팔괘권, 당랑권, 유슐(유도), 회교의 비전, 태극권 등등 만화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무술들은 결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 무술중 어떤 기술이나 형태가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도 쉽게 단정할 수도 없다. 만화의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심의법이 가장 무섭고 파괴력이 큰 듯이 생각되어지나 결국 어떤 무술이든 그 기본을 탄탄히 하고 한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바로 그 부분에서 일가를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만화 속의 이서문이 보여주는 봉술은 바로 이런 예를 확실히 보여준다. 기본이 되는 3가지 기술만으로 다른 모든 봉술을 제압하는 것이다. 만가지 묘기보다는 한가지 기본이 보다 중요한 것인 것이다. 아무튼 소년은 거의 모든 무술을 섭렵하고 최강이 되지만 무술의 극의를 깨우치지는 못한다. 이렇게 강해졌지만 왜 이렇게 허무한 것인가? 도대체 왜 난 무술을 배웠단 말인가?

자연과의 합일, 사랑으로 가는 길 그것은 무술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마지막 해답일련지도 모른다. 집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행하고 그것이 사랑으로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참다운 의미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허무한 세상에 하나의 빛이 될, 나의 집념을 태울 그 무엇인가를 이젠 찾아야 할 때인가 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그 무엇을. 그렇지 않으면 난 그냥 스러져갈 것이기에. 한줄기 바람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땀방울이라도 식혀줄 바람이 되지도 못한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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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카네 켄시 초기 작품집 1 - 아침 햇살 속에서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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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KBS에서 틱낫한 스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었다. 한국을 방문해 반전운동에 동참했던 평화운동가이기도 한 그의 모습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수행이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었다. 삶이 이미 고통인데 수행마저 고통스럽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것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히로카네 켄시도 그의 작품속 주인공을 통해서 '참지 마라'고 당부한다. 왜 아픔을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왜 억압을 참아야만 하는가? 물론 산의 정상에 오르려는 자는 땀을 흘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 땀은 결코 고통이나 억압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며 그 땀은 결코 쓰지 않고 달디 달다. 켄시는 결코 오르려는 과정을 생략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고달픔을 참지 말라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 또는 어디에 위치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뼈까지 사무친다. 그 아픔은 점점 가라앉아만 가는 늪과도 같아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을 빠져나오기 위해선 지금 빠져있는 현실을 참아서는 안된다. 발길질을 하고 허우적거려야 한다. 비록 그 몸짓으로 보다 빨리 늪속으로 가랑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괴로운 삶을 참으며 조금 더 연장하는 것이 행복할 것인가? 삶은 즐거워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발 현실을 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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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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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는 공자님 말씀을 떠올린다면, 분명 나는 이 책을 잘 읽은 것이 틀림없다. 저자가 경험한 미국 동부의 3500킬로미터가 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비록 걸어갈 순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곳 나의 땅 한국의 백두대간을 종주하리라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한달에 한번 정도 산을 찾아가는 나에게 있어 백두대간은 그야말로 꿈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진정한 국토종단의 길을 떠나기 위해서라도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끈 이 책은 그만큼 사람을 걷게 만드는 매혹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그 매혹의 중심에선 저자의 유머감각이 있다. 중간중간 피식 웃음을 흘리거나 박장대소하지 않고는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만큼 재미가 있다. 또한 자연의 파괴에 대한 가시돋힌 비판을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얼마나 현실이 안타까운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예찬만으로 가득찬 책은 결코 아니다. 문명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냄으로써 그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자연만의 또는 인간만의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고산준봉, 맑은 호수, 사나운 곰과 독이 가득찬 방울뱀, 별을 보며 잠드는 비박 등등 마치 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한다. 트레일의 즐거움이나 싫증, 괴로움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에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메리 앨런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느끼는 짜증과 한 부자를 통해 행복감을 맛보기도 한다. 특히 자신과 동행한 고교동창생에 대한 그의 감정의 변화는 따뜻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다.

주인공 일행이 비록 완주에는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들이 그 험한 트레일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에겐 흥분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발걸음 발걸음 하나하나가 바로 행복한 걸음걸이였음을 확신한다. 나도 분명 그런 행복한 걸음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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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 1 - 빛과 그림자
후미무라 쇼 글, 이케가미 료이치 그림, 김상희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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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난 언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까? 아마도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거나 큰 수술을 마친후 자신이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낄것이다. 죽음과 직면했을 때만이 실감하게 되는 생(生). 작가는 나른한 일상에 빠져 나태에 빠져있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풍요만을 누리며 자기안의 세계에만 빠져있는 오타쿠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지 의문을 가지면서 이 작품을 시작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적자생존의 법칙. 분명 먹이사슬의 위쪽에 있는 사자나 독수리 등은 멋져 보인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고 오직 자신의 발톱 아래 모든 동물들을 고개숙이게 만드는 힘에 대한 동경은 억눌러져 있던 야수의 본능을 깨운다. 영웅은 오직 힘을 가지고 있을때만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힘은 싸움을 통해 이겨냄으로써 획득되어진다. 마쵸에 대한 환상들. 그러나 그 환상이 집단최면을 걸었을 땐 국가는 제국주의가 된다.

만화는 분명 힘에 대한 매력을 물신 뿜어내지만 그 화려한 매혹에 빠져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내 몸엔 피냄새가 진동한다. 힘이 없으면 그 피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라 냄새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피 냄새는 오히려 누군가에게 꽃향기보다 향기로울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시켜주기에. 그러나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그것마저도 비장미를 갖는가? 성역, 피난처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피로 얼룩져서는 안된다. 살아있음은 꼭 죽음의 냄새속에서 피워나는 꽃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난 언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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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 1
이케가미 료이치 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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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살인청부업자다. 그것도 단돈 5달러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인간의 값어치가 그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물론 5달러라는 가치는 뒤에 이유가 밝혀지지만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땐 충격이었다. 늙은이가 사고로 죽어도 보험사에서 측정하는 몸값은 그보다 더할 것인데 말이다. 5달러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삶을 포기한 자가 풍기는 인간의 독특한 냄새는 꽤 매력적인가 보다.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은 그에게 빠져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위해 희생을 바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그 사람에게 빠져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

주인공의 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다가 한 순간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희생임을 밝힌다. 그 희생의 각오는 바로 어렸을 적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다. 주인공 또한 형을 그토록 믿었고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어렸을 적 형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분명 사람의 인생은 세월을 따라 변해가지만 그 변화의 흐름을 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어렸을 적 경험임에 틀림없다. 나 또한 지금의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그 모습들 속에 잊혀지지 않는 어릴 적 경험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는 환경을 떠나 피를 말한다.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 그것은 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피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이 사회에 반기를 든다. 피의 역류. 모숨을 건 오기. 세상의 혈맥이 거꾸로 돌 때까지 끝내 버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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