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전부 거짓이라면 어떡하겠습니까?

주인공 콜먼(안소니 홉킨스)은 유대인으로서 첫 대학총장에 올랐지만 흑인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내려섭니다. 그 충격에 자신의 아내는 숨지고 그는 시간이 조금 흐른후 우연히 만나게 된 상처입은 젊은 여자(니콜 키드먼)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평생을 간직해왔던 비밀을 그녀에게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왜 그토록 억울해 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삶이 위선으로 가득차 있을 수밖에 없었음을, 가족과도 연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죽기전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 남편에게 폭행받고 자식마저 불에타 숨진 비극을 품고 사는 여인에게 털어놓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까지 할 수 없더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삶의 아픔을 서로 어루만질수 있다는 것, 그의 가슴에 자신의 슬픈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에 그 사랑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끝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사랑은 비극이라기 보다는 희극입니다. 참사랑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죠.

1. 비아그라 먹은 아킬라스

콜먼은 강의중에 아킬라스 얘기를 합니다. 세상의 가장 막강한 전사가 오직 사랑하는 여인때문에 무너졌음을 이야기합니다. 총장을 그만두고 나서 젊은 작부를 사랑하게 됐을때 그의 제자는 콜먼을 비아그라 먹은 아킬라스라고 빈정댑니다. 자신이 비판했던 신화속 인물로 조롱받는 신세가 된 콜먼은 자신의 제자이자 변호사에게 버럭 화를 냅니다. 친구라면 심판하려 들지 말라구요.

그렇습니다. 사랑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리고 그것을 비난할 수도 있지만 친구라면 그렇지 말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어리숙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가 아닙니까? 친구의 사랑은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위로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지요. 비아그라를 먹으면서까지 사랑받고 싶어했던 그 늙은 친구를 어찌 욕할 수 있단 말입니까?

2.까마귀로서 살아갈 수 없는 까마귀

집에서 키우던 까마귀를 숲으로 보내주어도 그 까마귀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까마귀들의 왕따. 까마귀는 결국 다시 사람의 손으로 되돌아옵니다. 까마귀지만 까마귀로서 살 수 없는 일, 누구를 한탄해야 할까요.

콜먼은 사실 흑인입니다. 하지만 흑인으로서의 삶이 가지고 있는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하얀피부를 가지고 있음을 이용해 세상을 속입니다.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으나 결국 자신의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게 됩니다. 가족과도 인연을 끊어야 하고, 인종모독에 대한 진실조차 말하지 못합니다.

휴먼 스태인. 인간의 결점은 이렇게도 큽니다. 사람의 영혼을 자유롭게 놔두지 못할정도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나는 얼마나 많은 벽들을 세워 놓고 있습니까? 세상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편견은 그 벽을 더욱 공고히 만듭니다. 세상에 태어나자 마자 선천적으로 가지게 되는 벽들을 인식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배우는 많은 것들중 벽을 높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눈치채야 할 것입니다. 현명한 바보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3. 슬픔은 주관적.

콜먼의 안타까움과 함께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여주인공 또한 우리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남편, 도망쳐도 끝내 쫓아오는 그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희망이던 아이들이 불에 타 죽어버린 순간 그녀는 생의 모든 걸 포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콜먼을 만나면서 자신만이 절대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님을 깨우칩니다.

그렇습니다. 슬픔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그깟 정도야 생각하는 것들도 어떤 사람들에겐 목숨을 던질만큼 아픈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자신의 손톱밑의 가시가 더 아픈법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내 손톱밑의 가시를 아파했던 것처럼 타인의 손톱 밑의 가시를 뽑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주관적인 슬픔도 안아줄 수 있겠죠. 아파하는 마음. 아무리 그것이 작아보이더라도 꼭 꼭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결점투성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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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빛이 도는 책이다. 포구가 가지고 있는 바다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툭툭 쏟아지는 쓸쓸함이라는 단어때문이기도 하다. 때론 갯벌과 같이 검은 빛을 띠다가도 어김없이 푸른 빛이 감돈다.

여행이 갖는 이미지는 다양하다. 지친 몸을 거두어줄 안식처를 찾는 여행일 수도 있고 그저 낯선 환경을 바라보는 신기함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도 있다. 이런 여행들은 일상을 잠시 탈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을뿐이다. 곧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전제로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일상이 따로 없다. 여행에서도 평상의 삶도 모두 여행이기 때문이다. 곽재구가 찾아간 포구들은 낯선 환경이 아니라 낯선 자아를 찾아나서는 여행이었다.

철새가 먹이와 번식을 위해 그렇게도 먼 여행을 한다는 조류학자들의 이야기에 곽재구는 고개를 젓는다.

생각해보라. 당신같으면 단지 부족한 식량때문에 먼 산과 강을 넘어 수천 수만 리의 여행을 하겠는가. 그것도 눈앞에 닥친 기아가 아닌 얼마 후의 미래를 예측하고...... (P115)

정말 생각해보라. 떠나지 않는 철새들을. 마치 텃새마냥 한 곳에 머물러 안주하는 삶을. 날지 않는 철새는 이미 꿈을 잃고 현실에 묻혀버린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존재의 비상. 그것은 쓸쓸함만이 줄 수 있는 큰 선물이 아니겠는지요.(P176)

따라서 나를 찾아 떠나기 위한 날갯짓은 혼자서만이 가능하다. 그랬을때 바로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빛과 체온의 가치를 알 수있다. 따뜻한 손, 포옹의 아늑함은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축복이다.

한참 머뭇거리던 발걸음을 뗄 시간이 왔다. 낯선 나를 만나기를 두려워했던 마음을 벗어던지고 신발의 끈을 고쳐 매자. 질끈 동여맨 신발로 힘차게 걸음을 내딛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 첫발부터 벌써 두근거림을 가져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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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어떻게 보면 인공위성에서 찍은 땅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나무는 자신의 생을 온 몸에 새기는가 봅니다.

내 몸에도 이런 생채기와 주름이 하나씩 늘어가겠지요. 하지만 소나무처럼 저렇게 푸른 이끼를 품을수 있는 아량도 지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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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3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나물(노랑매미꽃)

 

줄기를 부러뜨리면 빨간 물이 나오는데 피를 연상시킨다는군요.

노란꽃에 붉은 피.

너무 강렬합니다.

슬프기에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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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줄줄이 맺혀 있는 것이

사이좋아 보입니다.

외롭지 않은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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