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 산이 만든 책, 책 속에 펼쳐진 산
심산 지음 / 풀빛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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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나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절대고독을 의미한다. 언제 어느때 누구와 함께 산에 오르든 언제나 산은 나에게 수없이 많은 나를 마주치도록 강요함으로써 고독을 배우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그 고독은 결코 우리가 피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괴롭고 힘든 도시의 삶과 인간관계로부터 벗어나 고요함과 평화를 맛보게 하는 고독이기에 그 고독이 그리워 산을 찾아간다.

하지만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를 읽는 순간 산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섬을 느낀다. 10권이 넘는 산서에 대한 리뷰를 읽다보면 산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독한 산행을 즐기는 클라이머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산은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어 있다. 자일 파티라는 이름의 동반자는 자기희생과 믿음이 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산은 나보다도 더 소중한 그 누군가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깨우치는 순간 그 산은 또 다시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준다. 자신의 목숨마저도 바치는 자일파티의 반대편에 제발 나를 죽이지 마, 죽어도 같이 죽자라는 비열함이 떡 버티고 있다. 상대방만 없으면 난 살수 있는데, 저 놈이 날 버려두고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 살고자 하는 욕망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욕망에 갇힌 이기적인 모습의 인간 또한 산은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산은 또 다시 역사적 산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리산의 산사태는 역사적 희생양이 되어버린 빨치산들의 원혼이 내지르는 사자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산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시간에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산은 흔히 무상의 목적을 지닌 행위로 보여져 그 속에서 순수함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산을 오르는 행위가 돈과 직결되 있음을 알게 되고 또한 그것이 꼭 피해야만 할 그 무엇이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게 된다. 가난한 클라이머의 고된 산행이 가져다 주는 명예 또한 어찌보면 산이 주는 상일수도 있다.

산은 그렇게 그곳에 서 있는데 그것을 오르는 사람은 왜 이리도 다른 것일까? 오늘 또 다시 산에 오를 것을 계획하는 나는 이제 그 산에서 어떤 모습의 나를 만날지 궁금해진다. 산은 그렇게 지긋이 벌거벗은 나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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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헤드 1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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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불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하지만 마냥 불을 두려워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류의 문명은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두려움은 바로 그런 상대다.

이 만화는 인간이 느끼는 이런 원초적인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0권이나 되는 긴 분량을 오직 인간의 한 감정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이 두려움에 대한 밑바탕엔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진이나 화산과 같은 섬나라 사람의 불안감이 깔려있다.

두려움이 이토록 사람을 괴롭힌다면 두려움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아니면 차라리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면 어떨까?

만화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은 인간의 조건임을 강조하지만 또한 그것을 직시하고 이겨내기를 바란다. 두려움속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 깊숙히 숨겨논 악마에 휘둘리는 상태로서 인간으로서의 사회가 지탱해온 모든 도덕이 무너져버린다. 또한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처음에 말한 것처럼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나방과 같은 신세가 될 뿐이다.

인간의 문명은 분명 잘못된 길로 접어든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인간성이라는 본성 이외의 성상을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도덕은 분명 문명의 산실이며 이 도덕은 끝내 우리 인간의 그릇된 나침반을 고치는 희망의 불빛임을 이 만화는 두려움이라는 어둠, 암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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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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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에게도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은 인간이라는 필터가 씌여져 우리의 감정을 표현해내고 있다. 더군다나 그 각양각색의 동물들 표정은 카메라라는 매체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그 옆에 문자의 보조를 받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즉, 사진에 찍힌 동물들의 진짜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사진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이 나름대로의 해석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무리들 속에서 미끄러져 버린 펭귄에게서 부끄러움을 읽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해석은 저자의 의도대로 구성되어진 사진과 해설때문에 빛을 더 발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우울한 날. 그런 날의 우울감은 마치 그림자 마냥 떨쳐낼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버려야 하듯이 우울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우울한 동물들 사진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우울하고 위태위태한 동물들 사진을 죽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표정엔 웃음이 나타나있고 그것은 마치 읽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미소지을수 있도록 마법을 건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우울한 날, 우린 이젠 웃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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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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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내가 다 먹어치웠다가 정답. 따라서 나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야 한다. 내 치즈가 다 사라지기 전에. 치즈를 욕망이나 목표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다보면 결국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자신의 주위를 끊임없이 살피고 냉정히 분석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예견함으로써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만이 달콤한 치즈를 계속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바로 그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가 주는 편안함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확신할 수 없는 미래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떠올린다면 이는 결코 쉽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지금처럼 살면 안되는데...

내가 원래 생각했던 삶은 이것이 아닌데...라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의 무게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쉽게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말한다.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엇을 두려워하는냐고? 하지만 그 이유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변화는 변화를 가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난 얼마만큼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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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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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의 홍어회가 열 사공의 죽음을 떠올린다. 홍어는 피묻은 사공의 등골을 발라먹고, 사공은 혼신의 힘으로 홍어의 잔등에 작살을 박는다. 이 상잔(相殘)! 우리들의 피안은 어디에 있는가
-민영 <海碑>전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전문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직도 이 두 시는 뇌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외워서 적은 것인데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대충 그런 뜻이었지 싶은데, 점차 이런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불쌍해진다)하나는 우리네 삶의 치열성과 그것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 어떤 좌절감을 주고 있다면 다른 하나는 작은 사물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훈훈함이 녹아있다.

이 시 이외에도 정말 잊혀지지 않는 여러 시들이 있는데 단순히 책속에 나온 시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시인의 책을 찾아 읽도록 신경림 시인은 독자의 애간장을 태우려 작정한 듯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신경림 시인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시인을 만남으로써 책이 탄생했듯 책속의 시인들 또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시의 세계로 들어섰거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 것처럼 보인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작가는 자신의 문학이 세사람과의 소중한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고백했는데 진정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 숨쉬는 글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만난 사람들의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즉 시란 어찌보면 소중한 만남이 있을때 가능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시도 언어임을 포기할 수 없듯 언어란 결코 만남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리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토해내고 싶은 말!말!말!

그것은 누군가에게 향해 있을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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